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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는 내 친구!-1

by 동화작가 김동석

새끼염소!




오지랖 넓은 부덕의 집!

아빠의 기침소리만 요란하게 들렸어요.

병원을 자주 다니는 아빠의 건강이 더 나빠진 것 같았어요.

아침 일찍 일어난 부덕은 새끼염소 콩(검정)과 백설(하얀)이 잠자고 있는 외양간으로 달려갔어요.

어제!

삼촌이 데려온 새끼염소 두 마리가 잠자는 곳이었어요.

복구(강아지)와 놀던 부덕은 신났어요.

새끼염소도 부덕을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음매 에에!

음매 에에!


새끼염소들은 부덕을 보고 소리쳤어요.


"안녕!

잘 잤어."


부덕은 인사하고 새끼염소 두 마리를 꼭 안았어요.

새끼염소들도 엄마를 만난 듯 이마를 부덕의 몸에 비볐어요.


"안녕!

내가 엄마야."


부덕은 외양간 문을 열며 말했어요.

새끼염소들이 밖으로 뛰어 나갔어요.

부덕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놀았어요.

아침도 먹지 않은 부덕은 마당에서 새끼염소들과 노는 게 좋았어요.


"여기서 기다려!

아침 먹고 같이 놀아줄게."


하고 말한 부덕은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새끼염소들은 부덕이 들어간 방까지 따라 들어가려고 했어요.

마루에 올라온 새끼염소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부덕을 기다렸어요.

마당 끝 개집 앞에 앉아있던 복구(강아지)가 지켜보고 있었어요.

마루 끝자락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살구(고양이)도 두 마리 새끼염소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가자!

개울가에 가서 세수시켜 줄게."


부덕은 새끼염소를 향해 말하며 개울가로 향했어요.


머어엉!

머어어멍!


복구가 짖었어요.

부덕을 따라가고 싶다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부덕은 복구의 말은 듣지도 않고 새끼염소만 데리고 나갔어요.

개줄에 묶인 복구는 따라갈 수 없었어요.


머어엉!

머머엉!

머어엉!


개 짖는 소리가 계속 났지만 부덕은 돌아보지 않았어요.

그동안

복구만 데리고 놀던 부덕에게 새끼염소 두 마리는 신기했어요.



개울가에 도착한 부덕은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그 옆으로 새끼염소 콩과 백설이 뛰어다니며 놀았어요.

새끼염소들은 물을 싫어하지 않았어요.


"이리 와!

목욕하자."


부덕은 새끼염소들을 안고 씻겨줄 준비를 했어요.


음매 에에!

음매 에에!

음매 에에!


새끼염소들은 목욕하는 게 싫었어요.

세수도 해보지 않은 새끼염소들은 목욕은 더 싫었었요.


"얼굴이 더럽잖아!

눈곱도 많이 끼었어.

빨리 와."


부덕은 도망치는 콩(검정)을 불렀어요.

하지만

콩은 부덕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했어요.


부덕은

도망친 콩을 붙잡고 목욕시켰어요.

다음에

풀밭으로 도망친 백설(하얀)을 붙잡아 와서 목욕시켰어요.


"시원하지!

이제 예쁘잖아."


부덕은 목욕시킨 콩과 백설이 마음에 들었어요.

수건으로 새끼염소 털을 닦아주는 모습을 소나무 밑에서 아빠가 지켜보고 있었어요.


"저 녀석!

새끼염소들을 잘 키우겠군.

그런데

염소들은 물을 싫어하는 데 어쩌나!"


아빠는 딸이 하는 행동을 보고 놀랐어요.


"부덕아!

이리 와라."


아빠는 부덕에게 염소 키우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물을 싫어하는 염소들의 특징도 설명해 주고 싶었어요.


부덕이

새끼염소를 데리고 아빠에게 갔어요.


"아빠!

새끼염소 목욕시켰어요.

예쁘죠!"


부덕은 자랑하듯 말했어요.


아빠는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부덕을 따라오는 새끼염소들을 지켜봤어요.


"춥겠다!

더 수건으로 닦아줘야겠다."


하고 부덕에게 말하자

부덕은 손에 든 수건으로 새끼염소 털을 닦아주었어요.


"부덕아!

염소들은 목욕시키지 않아도 된다.

물을 싫어해.

물을 먹으면 설사도 하니까!

앞으로

목욕시키지 마라."


하고 아빠가 말했어요.

아빠는 어린 부덕이 새끼염소와 같이 노는 것만 봐도 행복했어요.

몸이 아파 같이 놀아주지 못해 속상한 아빠를 대신해 딸과 놀아주는 새끼염소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콜록!

코올록!


아빠의 기침소리가 요란했어요.

부덕은 아빠가 얼마나 아픈지 정확히 몰랐어요.

아직

몸이 아픈 것에 대해서 모르는 나이이기도 했어요.

하늘에 새까만 구름이 몰려왔어요.

소나기가 내릴 것 같았어요.

아빠는 딸과 새끼염소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어요.


다음날 아침!

아빠는 앞닫이에서 천과 기저귀를 찾았어요.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관심도 없는 부덕은 아침밥을 먹고 밖으로 나갔어요.

복구가 놀아달라고 울부짖었지만 지나쳤어요.

외양간에 들어간 부덕은 새끼염소를 껴안고 볼을 비비며 인사했어요.

뽀뽀도 하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어요.

아빠는 튼튼한 천과 기저귀를 단단히 이어 묶었어요.

그리고

안방 문고리에 길게 묶었어요.

무엇을 할지 부덕은 몰랐어요.

그런데

엄마는 알고 있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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