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약초!
물무산 골짜기!
새벽안개 사이로 초가집이 보였어요.
굴뚝에서 뿌연 연기가 올라왔어요.
약초 캐는 소녀 춘심이 집이었어요.
아픈 엄마와 함께 사는 춘심은 주말마다 숲으로 약초 캐러 다녔어요.
오늘도
학교에서 돌아온 춘심은 책을 읽었어요.
약초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했어요.
할머니가 남겨준 책은 낡았지만 글자는 읽을 수 있었어요.
중요한 부분은 밑줄이 그어 놓고 접어 두었어요.
춘심은 할머니 덕분에 중요한 것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었어요.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살아 있었어요.
집안 곳곳에 할머니 숨결이 남아 손녀를 행복하게 해 주었어요.
"춘심아!
꽃 피는 봄이 오면 말이야.
동쪽 숲으로 가면 약초가 있을 거야.
그걸 캐와라.
그 약초를
며칠 동안 잘 다려서 엄마에게 마시게 해라.
엄마 병이 나을 거야.
알았지!"
꿈속에서 할머니가 나타나 말해주었어요.
그 말을 들은 춘심은 따뜻한 봄이 빨리 왔으면 했어요.
엄마의 병이 빨리 완쾌되길 바랐어요.
꽃샘추위가 찾아온 날!
춘심은 숲으로 향했어요.
아직
봄은 멀었어요.
그런데
춘심은 동쪽 숲에 가보고 싶었어요.
할머니가 말한 약초를 빨리 캐고 싶었어요.
춘심은 숲을 걸으며 생각했어요.
나무들과 인사하고 꽃들과 인사했어요.
잡초들과 인사하고 동물과도 인사했어요.
나뭇가지에 매달린 거미와 인사했어요.
춘심은 골짜기를 내려갔어요.
겨울꽃이 하나 둘 보였어요.
골짜기 곳곳에 살얼음이 보였어요.
길은 미끄러웠어요.
가끔
춘심은 나무를 붙잡고 미끄러지듯 내려갔어요.
빨리!
약초를 찾고 싶었어요.
그런데
춘심이 눈에는 약초 같은 식물은 보이지 않았어요.
"여우고개!
그곳으로 가보자."
춘심은 골짜기를 넘어 남쪽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어요.
동쪽 골짜기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여우고개까지는 멀지 않았어요.
춘심은 여우고개 입구에서 숲에 사는 동물 이름을 불렀어요.
물 마시는 동물들이 놀라지 않게 소리쳤어요.
숲은 고요했어요.
춘심은 여우고개 입구를 지나 생명수(옹달샘)가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옹달샘 옆에 앉아있는 춘심에게 숲에 사는 동물들이 찾아왔어요.
춘심은 동물들에게 약초에 대해 물었어요.
동물들은 질서를 지키며 이야기했어요.
차례를 기다릴 줄도 알고 다른 동물 이야기도 들을 줄 알았어요.
제일 먼저!
덫에 걸려 죽을뻔한 멧돼지가 병풀(적설초)을 상처에 발라 나았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노루는 농약을 뿌린 채소를 먹고 간이 농약에 중독되었는데 쑥을 달여 먹고 나았다고 했어요.
토끼는 피부병에 걸렸는데 쇠비름을 발라 나았다고 했어요.
사슴은 생리통이 있었는데 익모초를 달여 먹고 나았다고 했어요.
올빼미는 빈혈이 있어 명아주를 달여 먹고 건강해졌다고 말했어요.
여우는 기침이 많이 나서 질경이를 달여 먹고 나았다고 했어요.
곰은 초기 암이었는데 상황버섯(불로초, 만년버섯)을 먹고 건강을 되찾았다고 했어요..
다람쥐 충치가 있었는데 감초와 차가버섯을 달여먹고 충치가 나았다고 했어요.
동물들은 자신이 경험한 약초 효능에 대해 춘심에게 알려주었어요.
춘심은 할머니가 말한 것과 동물들이 경험한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고마워!
약초 캐는 데 도움이 되겠어."
춘심은 동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어요.
여우무덤으로 가는 길은 신비로운 빛이 반짝였어요.
춘심이 걷는 숲길에 야생화 꽃이 하나둘 피어 있었어요.
<설강화> 꽃도 피어 있었어요.
춘심은 바빴어요.
집에서는 엄마를 보살피고 약초 관련 책도 열심히 읽었어요.
학교도 가고 집안 살림도 맡아했어요.
봄 방학이 끝나갈 무렵!
"엄마!
숲에 다녀올게요."
하고 춘심이 말하고 약초 캐는 가방을 챙겼어요.
"조심해!
골짜기에는 살얼음이 있을 거야.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
엄마가 한 마디 했어요.
엄마는 어린 딸이 걱정되었어요.
아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딸과 눈을 마주쳤어요.
"할머니가 다니던 곳만 가!
모르는 곳은 가지 말고.
알았지!"
"네!"
춘심은 대답하고 숲으로 향했어요.
며칠 전
할머니가 꿈속에서 말한 약초를 생각했어요.
천천히!
여우고개를 향해 걸었어요.
마음속에서 여우고개를 가보라는 느낌이 왔어요.
그곳에
할머니가 말한 약초가 있을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