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약초 캐는 소녀!-7

by 동화작가 김동석

고요의 공포!




강한 바람에

참다래 줄기와 잎이 살아있었어요.

무엇이든!

줄기로 움켜쥘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참다래 줄기가 춘심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어요.

공포스럽게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

좀 더 강한 바람이 불자!

공중에 매달린 소나무가 춘심을 향해 날아왔어요.


"위험해!

빨리 피해."


소나무들이 외쳤어요.

넝쿨식물을 잘라준 소나무였어요.

춘심은 날아오는 소나무를 피하다 옆으로 넘어졌어요.


"나쁜 녀석!

소녀를 죽이려 하다니."


소나무들이 가지를 길게 뻗어 참다래 넝쿨을 내려쳤어요.

그런데

참다래나무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넝쿨이 휘청거렸지만 다친 곳은 없었어요.

소나무 가지만 끊어져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이 녀석!

수백 년 된 소나무를 죽이다니.

넌!

이 숲에서 살아서는 안 되겠다."


하고 말한 춘심은 약초 가방에서 톱을 꺼냈어요.


"미안하지만!

너를 잘라야겠다."


춘심은 참다래 몸통을 찾아 톱으로 잘랐어요.

소나무 꼭대기를 칭칭 감고 있던 참다래 줄기와 잎은 춘심을 비웃고 있었어요.

춘심은 참다래 몸통 줄기를 또 찾아봤어요.

주변에 보이는 넝쿨을 모두 잘랐어요.

나무들이 웃는 것 같았어요.


춘심은 약초를 팔러 장터에 나갔어요.

약초꾼들이 많이 나와 있었어요.

춘심도 약초를 꺼내 보자기 위에 올려놨어요.

춘심이 가져온 약초는 많지 않았어요.

장터에 돌팔이약장사가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춘심은 돌팔이약장사가 가까이 오지 않았으면 했어요.


"꼬마야!

또 약초 팔러 왔어.

약초 공부는 많이 하고 온 거야."


돌팔이약장사는 춘심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춘심은 대답하지 않았어요.


"돌팔이 주제에!

꼬마가 뭐야 이름을 불러야지.

춘심!

그 아이 이름은 채춘심이요."


옆에서 약초 파는 할머니(백수댁)였어요.


"춘심!

이름은 좋구나.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꼬마야.

약초 공부는 잘하는 거야!"


돌팔이약장사가 또 춘심에게 물었어요.

춘심은 대답하지 않고 약초를 가방에서 꺼내 보자기 위에 올렸어요.


"와!

이건 상황버섯이다.

이 좋은 상황버섯을 어디서 따온 거야.

자연산은 아니지!"


하고 돌팔이약장사가 또 말하자


"아니에요!

자연산이라고요."


하고 춘심이 돌팔이약장사를 향해 한 마디 했어요.

돌팔이약장사가 깜짝 놀랐어요.

춘심의 말 한마디에 큰소리치던 가슴이 작아지는 것 같았어요.

돌팔이약장사는 춘심이 가져온 상황버섯을 사고 싶었어요.


"얼마에 팔 거니!

하나에 오천 원씩 주면 어때.

괜찮지!"


돌팔이약장사는 상황버섯 가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춘심이 가져온 상황버섯이 최상품이란 것도 알았어요.

카페에서 파는 커피가 한 잔에 오백 원 한다며 상황버섯 큰 것 하나에 열 잔은 나온다며 가격을 정하고 말했어요.


"하나에 만 원씩은 줘야지!

날 강도 같은 심보구만."


약초 파는 할머니(염산댁)가 외쳤어요.

돌팔이약장사는 춘심이 앞에서 상황버섯을 물끄러미 쳐다봤어요.


"만져봐도 되겠지!"


하고 춘심에게 물었어요.


"안 돼요!

상황버섯은 만지는 것 아니에요.

눈으로만 보세요."


하고 춘심이 말했어요.

한 참 고민하던 돌팔이약장사는 춘심에게 상황버섯을 사갔어요.

춘심이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도 좋았어요.

춘심은 기분 좋았어요.

돌팔이약장사에게 제값을 받고 팔아서 더 좋았어요.


"할머니!

이것 드세요."


춘심은 찐빵을 사 와 약초꾼들에게 하나씩 드렸어요.


"뭐 하러 사 왔어!

엄마나 사다 주지."


하고 할머니(염산댁)가 말했어요.

약초꾼들은 찐빵을 맛있게 먹었어요.

춘심은 집으로 가는 길에 찐빵집에 들렀어요.

엄마에게 가져다 줄 찐빵을 또 샀어요.

복남이 줄 찐빵도 샀어요.

춘심은 신발가게도 들렸어요.

엄마 신발이 떨어져 물이 셌어요.

춘심은 엄마 신발만 보면 눈물이 났어요.


"이것!

230mm

한 켤레 주세요."


엄마 신발을 산 춘심은 기분이 좋았어요.

춘심은 집에 가는 길에 복남이 집을 먼저 들렸어요.

상황버섯 딸 때 도움을 많이 준 복남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할 겸 보고 싶었어요.


"안녕!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장터!

상황버섯 팔았어요.

이것!

찐빵이야."


춘심이 검정 비닐봉지를 주었어요.

비닐봉지 안에는 오천 원 든 하얀 봉투도 넣었어요.

오늘 판 상황버섯 따는 데 복남이 도움이 컸어요.

높은 나무에 올라갈 수 없었던 춘심은 복남에게 따달라고 부탁했어요.

춘심은 복남과 약초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향했어요.


"엄마!

신발 사 왔어요.

신어보세요."


하고 춘심이 신발 봉지를 엄마에게 주었어요.


"정말!

돈이 어디 있다고."


"상황버섯!

팔았어요."


하고 춘심이 말하자


"딸!

고맙다.

잘 신을게."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엄마는 신발을 받아 들고 즐거워했어요.


다음날 아침!

약초 가방을 챙겼어요.

남쪽 숲 골짜기에서 춘심을 부르는 것 같았어요.

춘심은

할머니가 한 말이 생각났어요.

춘심은 약초 가방을 들고 숲으로 출발했어요.

당당하고 씩씩하게 걸었어요.

약초 캐서 팔아야 중학교 등록금도 내고 생활비도 벌어야 했어요.


여우고개에 들어서자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오는 것 같았어요.

춘심은 뒤를 돌아봤어요.

아무도 없었어요.

조금 걷자

좌우로 어두운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어요.

춘심은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봤어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누군가!

춘심을 지켜보는 것 같았어요.



참다래 줄기의 힘/사진 김동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