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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Feb 06. 2023

ep.60 수집, 그 위대한 여정

얼마 전 설 연휴 시댁에 내려간 김에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집: 위대한 여정>이라는 전시를 보게 되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시댁에서 걸어서 산책 나가는 기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라 종종 힐링 공간으로 들리게 된다.


<수집: 위대한 여정>은 이건희 컬렉션과 함께

미술계에서 각자만의 정체성을 구축해 온

다양한 컬렉터들의 컬렉선을 한자리에서

모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의 한국 근현대미술 그림들이 많아

재밌고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제까지 내가 방문했던 이곳의 기억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전시를 본 것 같다.

게다가 세상에 입장료도 무료였다.


이번 전시는 이건희 컬렉션에서 확장되어 수집가로서

‘이건희’ 행위에 대한 주목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타계 후,

2021년 유족은 국공립 주요 미술 기관에

그가 수집해 온 약 2만 3000여 점의

국보, 보물 및 미술품을 기증했다.

숫자로만 봐도 재벌의 클래스가 남달라 보인다.


세기의 기증  ‘이건희 컬렉션’은 전례 없는 규모로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으며,

이건희 컬렉션에서 시작된 대중의 관심은

미술품 수집과 미술품 컬렉션으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미술품 수집은 개인 컬렉터뿐만 아니라

국공립 및 사립 미술관, 갤러리, 문화재단 등

문화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수집: 위대한 여정>은 공공컬렉션이 된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을 비롯하여 미술계 문화 주체들의

근현대 미술 컬렉션을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이건희 컬렉션의 또 다른 형태인 리움 미술관 컬렉션을

비롯하여, 교육기관의 컬렉션인 고려대학교 박물관 컬렉션

기업의 미술 컬렉션인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컬렉션

사립 미술관 뮤지엄 산의 컬렉션, 그리고 화상의 컬렉션인

가나문화재단 컬렉션까지 아우른다.


근현대미술이니,

역사의 질곡 속에서 치열한 창작의식을

고취해 온 작가들의 작품이라 그런지,

오랫동안 보게 되는 작품이 많았던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김숙진 ,

김기창 작가님 등등

컬렉션 전시회를  보고 있자니,

문득 인간에게 수집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집은 개인의 취향과  개인의 욕망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무언가를 소장하고자 하는 욕망

대상에 대한 열망

그리고 지극히 사적인 행위다.

그런 사적인 행위들이

특별하게 결론적으로 공적인 행위가 된 것이

이런 수집들이 아닐까 한다.

이걸 수집하는 과정은

어쩌면 그들의 취향과 욕망 속에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결국 이렇게 좋은 예술 작품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감상을  공유할 수 있게 했으니,  

이러한 수집엔 위대한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긴 하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니…


우리 각자도 나름의 수집품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소유의 욕심.

소유하므로 인한 삶의 만족도 증가.

때론 그 이상의 정신적 가치 획득.

물론, 수집은 모두 다는 아닐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대가는 치르면서 이루어진다.

때론 대가가 적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수집품을 사는 행위는

소비라기보다 오히려 내 재산을 증식시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정작 돈을 지불하면서 내 어딘가의 자산은 불어나는 기분.

나 또한 소소하게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소비하면서 어느 한쪽의 나의 마음은

풍성해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런 마음으로 우리는 수집의 울타리에

동참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재벌들의 이런 미술품 수집도

단순히 고상한 취미를 넘어서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재산 증식을 넘어서

어쩌면 골치 아픈 일들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들만의 가치 있는 정신적  행위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이건희 회장이

2004년 10월

삼성 미술관 리움 개관식 축사에서

했던 그 말을 봐도 그렇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라는...


문화유산까지 아니더라도

나, 그리고 우리도

수집 그 위대한 여정에  

삶의 한 부분을 허락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어떤 미물 같은 존재인 무엇이라도 말이다.

미물로 인해 인생이 풍성해질 수 있다면,  

나름 가성비가 좋은 거 아닐까?  

그러니, 수집은 위대한 행위다.  





< 오늘의 속삭임>


“내가 죽으면 내 그림이 어떻게 될까?

 단 한 점이라도 누가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어느 날 낙엽같이 그렇게 쓸려가고 말까!”



                        -  박수근 - (정우철의 미술관 읽는 시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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