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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Jan 29. 2023

ep.59  인간의 일에 대하여

사람에게 일이란?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에 각각 일을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먼저 국어사전의 첫 번째 의미.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다음으로 영어사전의 일의 첫 번째 의미 work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활동.


같은 ‘일’에 대해서 검색했는데  단어를 해석해 주는 데

동서양의 차이가 있다.

국어사전에서의 일의 첫 번째 의미엔  약간의 단서가 붙는다.

적절한 대가라는…

물론 영어사전에  job이 뒤따라 나오긴 하지만,

맨 처음 나오는 사전적 의미는 이렇게 차이가 났다.  


얼마 전에 읽은 영화감독 뤽 다르덴의  에세이

‘인간의 일에 대하여’에선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행복이 있다.

힘으로 얻는 행복과 인정을 받아 생기는 행복”


뤽 다르덴 감독은 형 장피에르 다르덴과 함께

현재 유럽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대표적인 영화감독이다.

다르덴 형제는 1970년대부터 그들이 나고 자란

벨기에의 작은 산업도시 세랭을 배경으로

노동자, 이민자, 빈민들의 삶과 투쟁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만들었다.

이 형제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기도 했다.  


‘인간의 일에 대하여’라는 책은 뤽 다르덴이 형 장 피에르와 함께 만든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의 두 인물 시릴과 사만다를 생각하며 쓴 에세이다.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언한 이후, 홀로 남겨진 인간들

유일한 존재들, 신의 위로 없이 살아가려 노력하는 인간들의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에세이라기보다 철학서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변역본이라서 그럴까?

문장이 뭔가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있고,

자꾸 질문을 하게 만드는...

나에겐 오묘한 기분을 준 에세이다.


아무튼, 다시 그가 말한 세상의 두 종류의 행복에 대해

나름 해석해 보면 이렇지 않을까 한다.

전자인 힘으로 얻는 행복은 권력과 권위 얻어내는

모든 것에 대한 행복을 말하는 것일 테고,

후자인 인정을 받아 생기는 행복은

우리가 속해 있는 집단 속에서 채워지는 인정 욕구에 대한

행복을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뤽 다르덴은 이 넓고 복잡한 세상에서

행복의 종류를 두 종류로만 정의 내린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이 어쩌면 세상의 행복에 대한 솔직한 정의일까?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가끔 방송국 사람들과도 인정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매일을 평가받는 직업군의 사람들에 대한

인정 욕구의 기준치.

일터에서 일하는 일꾼들의 행복은

인정욕구에서 비롯되기에,

어쩌면 우리의 행복의 최댓값은

얼마큼 인정을 받느냐에 달려있는 게 아니냐는 결론.

그래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고, 감정의 기복도 크고,

돌아보고 살펴보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긴 하다.

일이 잘 풀리고 성과가 좋은 사람들은

행복 지수가 오르는 듯하고,

일이 잘 안 풀리고 성과가 정체되면

행복 지수가 내려가는 듯하다.

누가 그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방송국은 특히나

스스로 그렇게 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문득  사람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보고 싶어 진다.

인간의 일에 대하여

당신은 일을 해서 행복한가?

아니면, 행복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가?

갑자기 주변인들에게 묻고 싶어 진다.

단정을 내리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후자의 답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

일을 해서 행복한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질문을 해보고 싶은 난?

나 역시 후자 쪽이 기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 같다.

행복이라는 어쩌면 추상적이고도 커다란 울타리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적어도 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이 질문은 또한

우리가 인생의 목표처럼 외치고 좋아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통해

일을 통한 감정의 기복을 상쇄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감히 든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을 하는 거니까.

그렇다면, 일자체도 즐거워야 더 좋은 거니까...


'인간의 일에 대하여'라는

평범한 문장이 이상하게 비범해 보인다.

이 말이 가끔은 잊고 살았던 질문을 하게 한다.

아주 가끔은… 그럴 때가 있다.



< 오늘의 속삭임>


더불어 산다는 건 거부하지 않고

상대화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더불어 사는 것,

이것이 인간의 길이다.

                           

                                    ‘ 인간의 일에 대하여’  - 뤽 다르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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