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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구 Feb 01. 2019

1. 집이 완성되다


“무슨 사이렌 소리야?”

내 질문에 엄마가 하이고 하며 웃었다. 태어나 가장 많은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날이었다.


전화로 통닭을 시키면 걸어서 배달해주는 이서방 통닭집이 있는, 무료한 겨울밤 전기장판 위에 모여앉아 뽕을 치는, 윗집 아들이 신붓감을 데려오는 날 동네 아줌마 몇 몇이 기어이 올라가 구경하고 오는, 이 시골마을에 부모님이 귀농을 하신지도 벌써 8년째이다.


남들은 집에 386 컴퓨터 한 대 있을까 말까 했던 시절, 아버지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셨다. 아빠는 게임 프로그래머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글씨를 너무 못 쓴다고 나머지공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절대 이런 걸로는 나머지 공부를 시키지 말아달라 당부했다. 얘네 세대에는 인제 글씨 쓸 일 없다고. 가나다 쓸 줄만 알면 되지 예쁘게 쓰기까지 해야 하냐고. 같은 세대 중에서도 더 깨어있고 늘 앞서갔던 엄마 아버지인데, 내가 취업을 하자마자, 서울생활 딱 정리하고 귀농을 하셨다.

3월에 지어지기로 한 집이 5월까지 완성이 되지 않아 처음엔 지인 별채에 얹혀 지내다가, 마지막 몇 주는 동네 펜션에 장기투숙을 하기도 했다. 나는 서울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고 부모님을 보러 한 달에 한 번 정도 내려왔다. 펜션 사장님은 딸린 강아지가 4마리나 있는, 집도 없는 이 중년 부부를 흔쾌히 받아주셨다. 부모님을 뵈러 내려갈 때면, 나는 마치 여행 가는 기분으로 기차에서 이것저것 간식을 사 먹기도 하고, 좁아터진 부엌에서 엄마가 해 주는 저녁밥도 먹고, 낮에는 뙤약볕 아래 쪼그려 앉아 돌아다니며 엄마랑 쑥을 따곤 했다.

드디어 집이 완성됐고, 은은한 나무향이 나는 다락방에서 처음으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수백마리가 동시에 울어재끼는 소리. 이 소리가 아무렇지 않으면 시골살이 괜찮을 거라더라, 엄만 첫날부터 거슬리더라- 는 엄마의 새초롬한 설명. 나는 글쎄, 좋지도 싫지도 않았지만, 매일 혼자 자고 혼자 밥 먹고 조용한 회사에서 일만 하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이 엄청난 생명력이 흥미롭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마음이 울렁거리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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