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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의종군 Oct 20. 2021

인플레이션에서의 투자법

정부가 왜 대출을 규제하는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상태에서 내가 가진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현물 상품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인플레이션 친화적인 것이 부동산입니다. 그리고 화폐의 가치가 아니라 양으로만 표시되는 증시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현금을 보유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현금이 소모되는 것과 같습니다. 흔히하는 농담으로, '월급을 가장 가치있게 쓰는 것은 받자마자 소비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받는 그 순간부터 가치가 조금씩 하락하게 되니까요. 어쩌면 그런 부분때문에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 이상의 상승률을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 시장에서 보여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에서 나의 자산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증식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대출입니다. 대출은 남의 자산을 빌려서 시간이 지난 후에 갚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의 대출을 생각해보겠습니다. 2020년에 1.5억을 빌려서 작은 오피스텔 2개를 구입했습니다. 그 사이 팬데믹을 타개하기 위해 화폐 발행이 증가되고, 화폐의 가치는 하락했습니다. 2020년에 1.5억에 구입할 수 있었던 오피스텔이 지금은 3억이 됐습니다. 오피스텔 하나를 팔아서 1.5억 대출을 갚고도, 1.5억짜리 오피스텔 1개가 남았습니다. 화폐의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대출을 받는 것이 무조건 유리합니다.


그러면 변동폭은 시기마다 다르지만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은 계속 진행되었으니 무조건 대출을 받는 것이 좋을까요? 그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짜 보너스를 가지지 못하게 막아주는 것이 바로 대출이자입니다. 위의 예에서는 단순히 예를 들기 위해 화폐 가치가 1/2 하락, 오피스텔 가격 2배 증가로 이야기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수%에서 수십%정도에서 움직입니다. 대출이자가 해당 부분에 대한 수익을 앗아갑니다. 그래서 이자와 인플레이션은 서로 견제를 하며 적당한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이자보다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사람은 대출을 활용해서 레버리지를 일으킬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예금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고, 화폐 가치 하락분을 이자로 어느 정도 커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에서 금리를 거의 제로금리, 즉 이자없이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빌리는데에는 이자가 없고, 화폐는 계속 찍어내니 가치는 하락하고... 대출을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이자보다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었지만, 이자는 0이고 화폐 가치는 하락하니 반대로 현물인 부동산, 증시는 오릅니다. 누구라도 대출을 받아서 투자를 한 뒤, 떨어진 화폐 가치로 되갚으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오피스텔 한 개가 그냥 남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왜 대출을 규제할까요? 최근의 규제는 분명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내주고 본인이 입주하려고 하는데, 대출을 받지 못해서 못들어갈 정도니까요. 우리는 뉴스를 통해서 부동산 상승을 잡기 위해서라고만 들어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럴 수 있습니다. 사실은 부동산 뿐 아니라 모든 현물 자산의 가격을 잡기 위한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화폐가 돌아야 합니다. 그래서 금리를 낮추고, 화폐 유동량을 늘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부작용이 바로 대출을 이용한 자산증식이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특별히 투자를 잘하는 몇몇이 아니라, 누구라도 대출받아서 현물 자산에 투자하고 금액을 회수해서 갚으면 돈이 남는 그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흔히 말하는, 돈복사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면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서 이자와 인플레이션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의 특히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화폐를 유통시켜야만 하고, 앞선 포스팅에서 소개한 것처럼 케인즈 방식의 경제에서는 금리를 인하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금리를 인하해야 되고, 금리를 인하하면 부익부빈익빈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런 모순 속에서 정부는 대출을 규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입니다. 금리를 인하해서 경제는 살리되, 대출을 이용한 재산증식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현금부자가 재산증식을 시키기 좋다고들 하는데, 보통 현금부자라면 이미 부자입니다. 부익부빈익빈의 격차가 조금더 커지기는 하겠지만, 부자 비율이 특별히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에서 찾은 차선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부에서 그렇게 대출을 막는데도, 왜 계속 대출을 받게 되고 그것으로 부동산, 주식을 구입하게 될까요? 그만큼 부의 증식이 쉽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어뷰징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정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은 언제 오를지 모르는 금리를 두려워하며 있는 대출도 갚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껏 대출을 받아서 현물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 투자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코로나 때문에 전파가 더디게 되고 있지만, 언젠가 지금 찍어낸 화폐들은 가치하락으 눈에 띄게 확실해지고 물가들은 거기에 맞춰서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싼 가치의 화폐를 지금 빌려서, 떨어진 가치의 화폐를 미래에 갚는다면 오피스텔 한 개는 내 자산으로 남아있게 됩니다.


* 주의 : 대출은 계획있게 해야하는 것은 맞습니다. 이 글이 대출을 조장하는 내용은 아님을 꼭 밝힙니다. 인플레이션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투자는 언제나 실패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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