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 May 01. 2024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106일


 人情有萬變(인정유만변인정이란 수시로 변하고

 世故日多端(세고일다세상일 날로 번다하다네

 交契亦胡越(교계역호월친하고 멀어짐 반복되니

 難爲一樣看(난위일양한결같음이 귀하다네

 허목(許穆, 1595~1682), <관계에 관하여[신수작자경(愼酬酢自警)]>     


 벌써 오월입니다오늘은 근로자의 날이기도 합니다늘 서로가 서로에게 빚지고 있음을 압니다이 땅의 모든 수고하는 생명들에 감사드립니다간밤에 비가 내려서인지 제법 날이 쌀쌀합니다오월 오일은 어린이날이자 여름에 들어서게 되는 입하(立夏)입니다오월 여드렛날은 어버이날오월 보름은 부처님 오신 날오월 열여드렛날은 광주민주화운동의 날이십 일은 부부의 날오월의 마지막 날은 바다의 날...     


 문득 돌아보니 우리는 매월 들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우리가 이렇게 들을 만들어 기념하는 건 그만큼 세상살이가 밋밋하고 힘겹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의 수만큼 관계의 의미도 감사하는 마음의 횟수도 많이지고 그 깊이도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미수(眉叟허목은 조선 중기 문신이자 유학자역사가교육자 겸 정치인이며화가시인서예가사상가로 다재다능한 역량을 지닌 융합형 인재엿습니다인조의 노여움을 사 55세까지 과거시험을 보지 못하게 되자 시골에 은거하며 독서와 마음공부를 하며 지내다 효종의 총애로 오십 육세에 늦깎이로 정계에 입문하게 됩니다여든에 정승에 오르고 서인(西人)의 정치적 공격을 받아 86세에 낙향하기까지 삼십 여년간을 많은 우여곡절과 정치적 부침을 겪게 됩니다.     


 요즘으로 치면 정년을 하여 제2의 삶을 편안히 꾸려나갈 시기에 그는 거꾸로 정치에 입문하여 복잡다단한 영욕(榮辱영예와 욕됨)을 겪었습니다교육자로서 시인이자 화가사상가서예가로서 노후의 삼십여 년의 삶을 저술과 후학 양성에 매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위 시는 미수가 88세의 일기로 돌아가시기까지의 관계에 대한 철학이 농축된 시로 한 마디의 시어로 줄인다면 한결같음[일양(一樣)]’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나에게 그리고 나 아닌 타자에게 나를 대하듯 한결같은 정성과 바라봄으로 모호하고 복잡다단하며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우리를품이 넓은 느티나무와 같은 따뜻한 성실함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둥지가 되어주기를 바래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