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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Aug 28. 2024

공감(共感)

4. 마음에 쏙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인공지능과 사람은 벗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2. 여러분이 아끼는 벗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면에서 호흡이 잘 맞는지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이틀 전부터 밤공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절기의 변화가 전 뒤집듯 순식간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어제 오늘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며 곤한 잠을 이루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귀가 얇고 천성이 진득하지 못해 한곳에 오래 잘 머무르질 못하고 싫증을 잘 내는 편입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분은 군 생활을 제외한 교직 경력 35년에 모레 8월 31일자로 정년을 맞으신 제가 존경하는 원로 교사입니다.     


 우리 시대에 존경할 만한 큰 어른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저는 이 사우(師友:스승이자 벗)를 2017년에 뵙고 올해 정년을 6개월 앞둔 시점에 다시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 첫해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기라 데면데면하였고 그 다음해부터 이 년간 연구 시범 업무를 함께 담당하게 되면서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선생님과의 마찰로 업무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할 때, 중재자로서 저를 많이 다독여주시기도 하고 저의 미숙한 행동을 인자하게 받아주시기도 하셨기에 2년간의 연구 시범 업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학교를 서로 옮기게 되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함께 같은 학교에서 근무를 하지 못하다가 올해 같은 공간에 몸담을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친해지기가 쉽지 않은데 이분은 나이를 내려놓으시고 젊은 사람을 대하면 젊은 사람에 맞게 또래나 자신의 선배를 대할 때는 또 그에 걸맞게 예의와 격식, 눈부신 아량을 품위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크고 작은 고민들을 털어놓으면 ‘인생의 하나의 과정이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말라’며 삶의 연륜과 지혜를 넌지시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예로부터 주역의 64괘 중 최고의 괘를 지산겸(地山謙) 괘로 꼽습니다. 땅 아래 웅장한 산을 품고 있는 품이 너른 원로 교사를 오늘 보내며 저 또한 마음속 깊이 만물을 포용할 수 있는 큰 산 하나를 지닐 수 있게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아래 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마음에 쏙 드는 벗에 관한 글입니다. 이런 벗 하나 있다면 인생의 큰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値會心時節(치회심시절마음에 쏙 드는 계절에

逢會心友生(봉회심우생마음에 쏙 드는 벗을 만나

作會心言語(작회심언어마음에 쏙 드는 말을 나누며

讀會心詩文(독회심시문마음에 쏙 드는 시와 글을 읽는 일

此至樂(차지락이는 최고의 즐거움이라 

而何其至稀也(이하기지희야그러나 이런 기회 드무니

一生凡幾許(일생범기허평생 몇 번 만나게 될지

이덕무(李德懋, 1741~1793), <마음에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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