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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Sep 07. 2024

창의(創意)

한 끼 밥을 우러르며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한 끼 밥을 정성껏 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2. 사람과 인공지능은 둘 다 자연의 에너지를 빌려와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이 둘의 같고 다른 점은 무엇인지요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함께 적어보세요






 배롱나무 꽃잎

 간밤에 무심히 떨어져

 다홍빛 별이 되고     


 간밤에 목욕 끝낸

 벚나무 

 산들산들 나비 마냥 

 기분 좋게 춤추며

 잎 떨구내

     

 호랑나비검은 잠자리

 새 울음소리 배경 삼아

 환삼덩굴 호박밭 위에

 기도하듯 삶 꾸려나가고     


 발아래 

 연보랏빛 나팔꽃 

 하늘 향해 기도하네     


 푸른빛 노란빛 선명한

 닭의장풀

 벚나무 기둥 

 몰래 기어오르는

 새끼 청개구리     


 호기심 어린 여린 눈으로

 낯선 객의 방문

 경계하고     


 쉼 없이 흘러가는 

 저 냇물 가족

 바다라는 꿈이 있기에     


 어깨 걸고

 한 걸음 한 걸음

 다함께

 미끄러지듯 나아가네




 

 오늘은 음력 팔월 초닷새로 푸른 하늘의 날, 사회복지의 날이자 절기상 백로(白露)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간밤에 의령 지역은 밤에 내린 비로 인해 풀잎에 이슬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위 시는 오늘 자녀의 영재 수업으로 인해 의령을 갔다가 아이는 수업을 들어가고 저는 시간도 때울 겸 근처 둑방 길을 걷다 문득 시상(詩想)이 떠올라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열흘 뒷면 우리 고유의 명절은 추석(秋夕)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을이란 계절을 좋아합니다. 제가 태어난 시기이기도 하거니와 나른한 봄보다는 서늘한 가을바람으로 인해 생각이 깊어지고 밤이 차츰 길어지기에 지나온 일 년의 절반을 되돌아보기에 시의적절하기 때문입니다.      


 가을밤 풀벌레 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새삼 생명의 귀중함을 느끼게 만드는 태초의 소리 같습니다. 그것은 흡사 우주 지성이 삼라만상의 안녕을 기원하는 목소리 같기도 합니다.     


 동학의 2대 교주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 1827~1898)은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이천식천(以天食天)]’는 우주 만물에 대한 깊은 인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도 하늘이요, 우주 대자연도 곧 하늘입니다. 그의 이러한 인식은 곧 경천(敬天) · 경인(敬人)·경물(敬物)이라는 삼경(三敬)사상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원주 생활협동조합 및 대성학원의 설립자이자 생명 사상가인 무위당(無爲堂) 장일순(張壹淳, 1928~1994)은 1980년대 원주의 '한살림 운동'을 시작하여 호를 '좁쌀 한 알[일속자(一粟子)]'로 바꾸고 ‘하늘, 땅, 물, 공기, 사람, 벌레는 모두 한 생명’이라는 표어를 내세워 자연을 중시하는 생명사상 운동을 펼쳤습니다.[나무위키, 위키백과 참조.]     


 그는 어느 날 지인과 시장에서 약주를 한 뒤에 집으로 돌아가는 논두렁길에서 풀벌레 소리를 듣고는 “이 자그마한 생명도 자기의 생명의 소리를 최선을 다해 내는데 그러질 못하는 나는 못내 부끄럽다.”라고 심경을 토로하였습니다.   





 한 끼 밥을 대하는 우리 선현의 귀한 글이 있어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늘 평안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維食有儀(유식유의음식을 먹을 때는 예의를 갖춰야 하나니

 厥則由天(궐즉유천그 원리는 하늘에서 나온 거라네

 毋曰胡害(무왈호해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怠斯有諐(태사유건소홀히 하면 곧 허물 생기리      

 垂紳戴巾(수신대건큰 띠를 두르고 두건을 쓴 채 

 長跪植躳(장궤식궁무릎을 꿇고 앉아 몸을 세우고 

 用志不分(용지불분오로지 먹는 데만 전념하면은 

 爲厥心功(위궐심공그 또한 마음 공부가 되리      

 有饛者飧(유몽자손수북이 담겨 있는 한 그릇 밥과  

 有杅在盤(유우재반소반 위 술잔에 찰랑이는 술 

 下嚥三嘆(하연삼탄그걸 넘기며 거듭 감탄하지만 

 必念其艱(필념기간농부의 수고스러움 꼭 살펴야 하리     

 稼穡旣艱(가색기간농사짓는 일은 손 많이 가고 

 饎爨亦苦(희찬역고불을 때 밥하는 거 고생스럽다네 

 坐啖知懼(좌담지구먹으면서도 삼라만상 두려워할 줄 안다면

 敢睎充哺(감희충포감히 배 채우길 어찌 바라리      

 茹毛旣逖(여모기적 날것을 먹던 때는 지났는데

 後民彌淫(후민미음)  요즘 사람 그보다 한술 더 뜨네 

 台敢忘本(이감망본)  그렇다고 내 어찌 근본 잊으랴 

 矢口成箴(시구성잠)  그 뜻 다지고자 경구(警句지어 올리네

 - 이익(李瀷, 1681~1763), <한 끼 밥을 우러르며[대안(對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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