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일
지루한 장마 속
이른 아침
생업의 예술가
거미는
맑은 이슬
그물에 담고
하얗고 소담한
나무수국
세속에 찌든 마음
밝게 비추네
점점이 다홍빛 띄어가는
배롱나무
삶의 변화
수긍케 하고
고개 드니
느티나무 팔 벌려
춤추며
바쁜 일상
숨 고르듯 쉬어가라며
하늘하늘 전하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직선적 잣대 말고
너 한번 나 한번
서로 밀어주고 비쳐주는
둥글둥글한 삶
가꾸어가라 하네
어느덧 7월의 2/3를 향하며 곧 있으면 무더위의 절정을 이루는 대서(大暑, 7월 22일)입니다. 극한의 더위와 극심한 장마로 인해 뭇 생명이 ‘대서앓이’로 고통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부디 무탈하게 일상을 보듬어 가는 나날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우주 대자연 또한 먼지만큼의 막힘이나 엉킴이 있으면 그것을 풀어내기 위해 기상(氣象)의 큰 변화를 일으키듯, 우리 사람의 마음 또한 눈에 띄진 않지만 마음밭에 나와 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선한 씨앗을 심느냐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며 내가 먼저 일어서려는 모진 씨앗을 담느냐에 따라 자신과 우주 삼라만상의 분위기에 미묘한 흐름이 점점이 번져 큰 변화를 주게 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얗고 소담한 수국이 날 비추듯
어여쁜 달이 내 마음 넌지시 알아주듯
하루하루 달래고 버틴
온전하고 충만한 마음자리에
우주 대자연의 커다란 연꽃
피워 나가시길
기도합니다.
霽日晴天(제일청천) 갠날 맑은 하늘에
倏變爲迅雷震(숙변위신뢰진전) 갑자기 천둥번개 치고
疾風怒雨(질풍노우) 비바람 몰아치다
倏變爲朗月蒼空(숙변위랑월창공) 날 개고 어여쁜 달 비추네
氣機何常(기기하상) 우주의 운행은 왜 이런가?
一毫凝滯(일호응체) 사소하고 미묘한 변화 때문이니
人心之體(인심지체) 사람 마음 바탕도
亦當如是(역당여시) 이와 같다네
-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나무수국 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