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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욘킴 Nov 09. 2024

느낀 점: 소년이 온다

산  사람, 죽은 사람, 남은 사람, 그리고 혼백의 증언

 출처: 예스24

2014년 05월 19일에 종이책, 전자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파일 형식은  ePub이며 21.5MB 정도의 용량입니다. Crema, Onyx 등의 전자책 및 PC, IOS, Android 기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트라우마에 취약한 사람이므로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책이나 영화, 오브제는 되도록 가까이 두려 하지  않습니다. 현실 책장은 엄두가 나지 않아, 전자책으로 구매하여 전자 책장에 보관하기로 합니다.




산  사람, 죽은 사람, 남은 사람, 그리고 혼백의 증언을 날줄로, 작가의 활자를 씨줄로 삼아 엮은 수의 같은 책입니다. 


읽는 내내 내  안의 무언가가 넘실대며 흘러나와 상무관으로 날아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흘러나온 나는 평범한 체육 강당 마룻바닥 위로 줄지어 뉘인 싸늘한 주검들과 마주합니다. 국가적 폭력에 참혹히 소각되어 버린 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이곳에 그대로 멈춰있음을 느낍니다. 너무나도 생생히 아픈 집단적 기억이 나에게도 오롯이 공유됩니다. 중간에 책을 덮으면 내 영혼도 상무관 한 켠에 갇힐 것만 같아 힘겨운 감정을 견디며 읽습니다. 읽기 전으로 무를 수도 없습니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나는 또 한 명의 증인이 된 것입니다. 


그 시절 대학생이었던 엄마에게도 띄엄띄엄 토막 난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 그때 서울 살던 사람들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어. 지금처럼 인터넷 되고 하던 시절도 아니고, 전화도 안되지. 뉴스에선 무슨 빨갱이다, 폭도다, 하지. 학교마다 총학생회장들 숨겨주고, 걔들이 뭘 했냐 안 했냐가 문제가 아냐. 누구는 아예 학교 총장이 급하게 어디 해외로 내보내고 그랬어. 위험하다고. 


- 학교 식당이나 도서관 같은데 보면, 가끔씩 학생들 사이에 섞여있는 아저씨들이 있었어. 사복이긴 한데, 누가 봐도 학생은 아니지. 그 사람들이 이상한 책을 권하곤 했는데, 그게 딱 봐도 무슨 위험해 보이는 선전물 같은 거였거든. 혹시 누가 관심을 보이거나, 뭐 어디 모여서 읽기라도 하면 다 잡아갔다는 거 아니니. 일부러 유인을 해서 사상검증을 하는 거야. 그래서 형들이 저 아저씨들 근처도 가지 말라고 매일 같이 조심시켰단다. 어쩌다 어느 과에 누구누구, 어제 사복 경찰들이 데려갔다는 말 들리면 다들 겁이 나서 울고불고 난리였어. 그땐 누구 안 보인다 하면 잡혀갔구나, 했어. 지금이야 상상도 못 하지만 그땐 진짜 무서운 시절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습니다. 생과 사를 경계로 등을 맞대고 선 이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왜 이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왜 그럼에도  살아야만 하는지. 민원실 전화벨 소리가 들립니다. 어떻게 벌써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결코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했을 소리들이 1과 0이 되어 오늘날 내 마음속에 곧장 와닿습니다. 이 책은 훼손된 모든 존엄함에 바치는 깊은 추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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