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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Oct 26. 2021

오빠가 여자였다면

요즘 학생들은 이전과는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화장을 어른만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중학생 때부터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한다. 물론 몇몇 학생이 그러긴 하지만, 그 몇몇 학생이 그러다 보니 다른 학생들까지 물들어가는 게 보인다. 중학생이 어른처럼 꾸미고 다닌다니. 어떤 학생은 체험학습에 하히힐을 신고 나오고. 머리카락 염색은 기본이고 파마하는 학생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중학생 때 쌍꺼풀 수술한 친구도 있다. 물론 많은 학교가 두발 자유화가 돼, 그런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꾸미는 정도가 과하다 할 만큼 심한 학생이 있어 문제다. 


내 동생은 다르다. 파마, 염색. 립스틱 등등을 하나도 안 한다. 중학생 때부터 그랬다. 어른처럼 입술 바르고 눈썹 그리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보통 틴트는 바른다고 한다. 그건 너무 기본이란다. 

  

전교생 중에 틴트도 안 바르는 여학생은 손에 꼽는다는데, 그중에 한 명이 내 동생이다. 동생은 이따금 말한다. “다른 친구들은 화장 많이 해. 안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그런데 진하게 한 사람 보면 되게 무섭드라.”     

나와 부모님은 꾸미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덕담을 많이 했다. 특히 내가.

   

“꾸미지 않아도 좋지. 인간의 아름다움은 꾸민다고 드러나는 게 아니야. 제대로 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비롯돼. 아무리 꾸며도 내면의 아름다움은 억지로 꾸밀 수 없어. 그건 잔잔히 드러나고.” 


난 그게 보기 좋았다. 10대. 그때는 꾸미지 않아도 빛날 때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20대가 지나면 꾸미고 싶지 않아도 사회의 직간접적인 간섭 탓에, 억지로라도 꾸며야 된다고 생각했다. 일평생을 그렇게 살 텐데 굳이 10대, 인생을 사계절로 나누면 이제 막 봄기운이 완연한 이 때에 그렇게 거창하게 꾸밀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들었다. 요즘은 학생 때부터 적당한 수준으로 꾸밀 줄 알아야 된다고. 꾸밀 줄 모르면 스무 살 들어 손해 볼 수 있고, 친구들끼리 어울릴 때에도 소외될 수 있다 했다. 그 말이 일리가 없지 않았다. 다들 꾸미는데, 혼자 안 꾸미면 어울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유튜브를 켜 화장하는 법을 찾아본다. 화장 어떻게 하는 건가. 철학 문제에 직면한 듯 나는 한몇 분 썸네일에서 눈을 못 뗀다. 모르겠다. 용어도 좀 어렵고. 설명도 어렵다. 아이라인은 어떻게 그리는고. 볼터치는 또 무엇인고. 섀도우? 그림자? 잉? 그건 그렇고. 요즘 학생들은 어떤 머리 스타일을 선호하는지도 궁금하네. 자주 다니는 미용실에 갔을 때 원장님께 요즘 여학생들은 어떤 머리를 하는지 물어보았는데, 답이 좀 시큰둥했다. 다 비슷비슷하게 커트한다는데... 나는 그 '비슷비슷하게'가 또 뭔지 한참을 모르겠더라. 


가끔은 내가 오빠라서 아쉬울 때가 있다. 내가 만일 여자였다면. 언니였다면. 오빠로서는 못 해줄 것들을 해줄 텐스 있을 텐데. 한편으론 오빠라서 언니였다면 해줄 수 있는 것을 못 해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 같은 성별이 아니라서 함께 옷을 골라 주지 못하고, 언니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을 해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만약에 내가 언니라면 -좋은 친구 만나 재미나게 놀 정도로, 이성을 매혹하는 용도가 아닌 선에서- 일찍부터 꾸미는 법도 좀 알려주고, 요즘 잘 나가는 옷들을 사 오고 그랬을 텐데.  


내가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여자만의 꼼꼼함으로 지금보다 동생을 더 꼼꼼히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오빠여서 다행이다. 언니였다면 돕기 힘들만한 것들은 도울 수 있으니까. 딸기잼 뚜껑 못 열고 있으면 열어주고, 무거운 거 있으면 들어주고. 저녁에 외출해도 이상한 사람 따라올 일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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