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59, 2021.11.24.
내일은 동생이 학교에서 모의평가를 보는 날이다.
나는 학창 시절 '모의평가'가 싫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험장에 들어가 학생들 한 숨을 받으며,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영어, 그리고 탐구. 과목은 네 개인데 어찌나 힘들던지. 시험 보는 것도 피곤하지만,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되는 게 더 싫었다. 특히 수능. 수능날 시험장이 멀어서 아침 6시 30분에 나가야 됐다. 지독하게 추운 날이었다. 지나가는 버스도 언 듯, 한기가 내 몸을 파고들어 폐에다 고드름을 만드는 기분이었다.
평소 동생은 8시 30분에 등교한다. 그것도 빠듯하다. 아침에 7시 39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양치를 하고, 잠깐 누웠다, -이게 중요하다, 너무 피곤해서, 누웠다가- 등교한다. 그런데 내일은 모의평가 날이라 7시 50분에 나가야 된다. 모의평가는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오빠, 내일은 좀 일찍 깨워줘!"
나는 그 말을 듣는 건지.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동생은 나보고 일찍 깨워달라고 한다. 이건 부탁이 아니다. 일종의 '협박'이다. 오빠가 일찍 안 깨워주면, 학교에 늦는다, 시험에 늦으면 선생님하고 친구들한테 부끄럽다, 그러니 오빠가 일찍 깨워줘야 된다는 '고단수' 협박이다. 부모님한테 부탁하면 좋겠지만, 항상 나에게 부탁한다. 뭐, 고등학교 생활이 30년도 아니고. 이 정도면 충분히 견딜 만 하, 다. 하하.
모의평가 당일. 아침 7시 20분. 동생을 깨운다. 호빵이 아직 다 쪄지지 않아 지금 깨우긴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일어나 움직이라고 했다.
아, 아침은 꼭 먹어야 된다. 아침을 안 먹으면 두뇌 회전이 안 된다.
그런데 왜 호빵인가? 누군가 물으면 나는 "겨울엔 호빵이지요"하고 답하겠다. 요즘 우리 남매의 아침은 호빵이다. 편의점에서 이번 달만 호빵을 저렴한 가격에 할인하기에 나는 호빵을 20개씩 쟁겨두고 있다. 특히 야채 호빵과 피자 호빵이 많은데 나와 동생은 그 호빵만 좋아하기 때문이다.
호빵은 찜기에 올려 '강불'로 찐다. 냄비에다가 물을 받아서 송편 찌듯이 호빵을 찌는 것이다. 누군가는 호빵, 그거 전자레인지에 쪄야지!라고 말하겠지만, 아니다. 그건 절대 안 된다. 전자레인지에 찌면 맛이 별로 없다. 동생의 미각은 타고나게 예민해서, 절대로 전자레인지에 찌면 안 된다. 맛이 아예 다르다. 아, 배고파 그랬나, 호빵 이야기로 빠졌군.
아무튼, 동생 방문을 8번 정도 '똑똑똑' 두드리니 그제야 동생이 일어난다.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오는데, 얼굴에 "나 피곤해 피곤 피곤해"가 쓰여있다. 어제도 피곤하다고 했는데 오늘도 피곤하다. 날마다 피곤하다. 그러니 나는 궁금하다. 왜 모의평가는 아침 8시 10분까지 입실이지? 왜 수능은 8시 10분까지 입실이지?
나는 모의평가나 수능날 궁금했다. 왜 그렇게 일찍 입실하라고 하지?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침에 두뇌회전이 잘 돼 그럴 수도 있고. 보통 학생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니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껏 많은 학생이 그 시간에 시험을 봐왔기에 형평성 문제로 이어져 온 것일 수도 있고.
그래도 시험 시간 좀 늦추면 좋겠다. 9시까지만 입실해도 좋지 않을까? 나는 10시를 바라는 게 아니다. 11시나 12시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점심 먹고 시험 보러 오세요'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소 학교 가는 그 시간. 9시에 맞춰서 입실하는 것이다. 시험은 그래, 9시 30분에 시작하고.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잔 학생이 수두룩 한데.
모의평가가 끝나면 동생은 집에 5시 즈음 올 것이다. 맛있는 거 준비해 놓아야겠다. 초콜릿을 사 올까? 과자를 사 올까?
쿠키를 몇 개 사 왔다. 먹더니 너무 맛있다 한다. 피로야 저리 가라, 달달함에 물러 꺼라!
11월 24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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