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lly park Jun 16. 2021

엘라

엘라

미리사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다 오늘은 엘라로 가기로 했다. 내가 미리사에 도착했을때 같이 체크인한 체크인 동기 노르웨이 친구들 디노와 헤닝도 같이 가기로 했다. 미리사는 작은 도시라 엘라로 바로 가는 교통 수단이 없단다. 그래서 조금 큰 도시인 마타라로 가서 거기서 버스를 갈아타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했지만 정이 많이 든 미리사. 아마도 분위기 좋은 숙소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것 같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게 나을거 같아 서둘러 짐을 싸서 나와서 짧았지만 그 동안 정든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9시 좀 전에 셋이서 툭툭을 잡아타고 마타라로 갔다. 물론 로컬버스로 가면 한사람당 50루피면 가지만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또 언제 거기 도착할지 몰라 셋이서 마타라까지 500루피로 합의하고 툭툭을 타고 갔다. 
 


마타라는 역시 조금더 큰 도시같다. 엘라로 가는 버스를 바로 찾아 짐을 싣고 자리를 맡았다. 로컬 버스는 쉽게 만석이 된다는 소리에 얼른 버스에 올라타 자리를 먼저 잡았다. 그리고 버스 앞에서 담배 하나 피고 있으니 역시나 스리랑카 사람들이 내 머리에 관심을 보이며 같이 사진 찍잖다. 그 모습에 미노와 헤닝이 웃음을 터뜨린다.
 

"전에 니가 스리랑카 사람들이 너 사진 찍는다는 말에 그냥 그런가 하고 넘어갔는데 진짜네"
 


적어도 스리랑카에서 나는 스타다. 
 

9시 55분 정확히 버스는 출발한다. 그리고 3시반쯤 엘라 도착. 5시간 반쯤 걸렸다. 엘라의 첫인상은 인도의 마날리와 닮았다. 고산에 있어 서늘한 날씨와 파란하늘이 닮았다. 왠지 모를 깨끗함과 세련된 가게들도 닮았다. 장기간 이동인데 아무것도 못먹어 일단 숙소 체크인 하기 전에 배가 너무 고파 밥부터 먹기로 했다. 디노가 인터넷에서 찾은 저렴한데 맛있는 곳이라는 roti hut이라는 곳에 갔는데 생각보다 비싸다. 그래도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주문을 했는데 나는 치킨 비랴니를 시켰다. 내꺼만 달걀 요리를 해야해서 시간이 더 걸린단다. 애들은 이미 거의 다 먹었는데 내 음식이 나온다. 나도 순식간에 먹어치워 버렸다. 



그리고 숙소를 정해야 하는데 이 친구들은 2주 동안 짧게 휴가를 온거라 좀 괜찮은 숙소를 가기를 원한다. 엘라 최고의 명소 ella rock이랑 little adam's peak가 다 보이는 뷰에 수영장까지 있는 방을 찾아서 나에게 보여준다. 어차피 두사람방에 한명 더 추가하면 나는 20불만 더 내면 된다는데 별거 아니지만 좀 부담됐다. 그래서 나는 타운이랑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10불에 개인방인 숙소에 혼자 머물고 저녁에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타운에서 숙소까지는 1.6키로 정도. 툭툭 기사한테 물어보니 350루피란다. 그냥 걷기로 했다. 배낭을 메고 있어서 좀 무겁긴 하지만 밥도 많이 먹고 힘이 생겨서 한번 걸어보지 뭐 하고 걸었다. 타운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은 고불고불한 산길과 언덕이 합쳐진 길이었다. 그래도 가는길이 너무 예뻐 연신 미소를 지으며 걸었다. 희안한 머리를 하고 큰 가방을 메고 걷는 내가 반가운지 스리랑카 사람들은 다들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찻잎을 따서 가방에 넣고 걸어가는 아주머니들도 보인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었더니 '머니?' 하신다. 깜짝 놀라 노노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사진을 찍히는데 너무 익숙하신것 같다. 아름다운 차밭과 좁은 숲길을 걷고 또 걸어 숙소에 드디어 도착! 생각보다 깨끗한 방에 엘라 자체가 서늘해서 선풍기 없어도 시원한 방이다. 이동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 일단 샤워를 하고 좀 쉬기로 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디노에게 연락이 온다.
 

"아까 봤던 chill cafe에서 맥주나 한잔하자"
 

어두운데서 혼자 걷기 싫어 혹시나 타운 갈 사람이 있나 해서 리셉션으로 올라가니 다행히 10분후에 타운으로 가는 다른 여행자 셋이 있다. 넷이서 툭툭을 타고 타운으로 가기로 했다. 작은 툭툭에 넷이서 타기엔 자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운전석에 툭툭기사랑 같이 앉아 가는데 언덕길에 넷이서 타니 툭툭이 올라가지를 못한다. 그래서 중간에 내려 언덕을 걸어 올라가 다시 타고 왔다.
 

Chill cafe에 앉아 같이 툭툭타고 온 친구들이랑 좀 얘기하고 있으니 디노와 헤닝이 온다. 다 같이 맥주 한잔하며 웃고 떠들고 하다 디노와 헤닝은 피곤한지 먼저 들어가 쉬어야겠단다. 그리고 혼자 툭툭 타고 가기 좀 부담스러워 같은 숙소 친구들한테 언제 갈꺼냐 물어보니 와인 방금 시켜서 이거 마시고 갈꺼래서 좀 기다리니 히카두와에서 만난 미국인과 우크라이나인 커플 에머리랑 카샤가 온다. 반가워서 또 얘기하고 있다 이 친구들도 숙소로 간다고 하는데 아직 숙소애들은 와인 더 시켜서 마시고 있다. 그냥 혼자 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니 깜깜한 밤이다. 11시 반쯤. 온동네에 툭툭이 2개밖에 없다. 숙소까지 얼마냐니 350루피란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런 어두운 밤에 혼자 불빛도 없는 숲길을 걷기는 위험하다. 어쩔수없이 툭툭을 타고 숙소로 갔다. 숙소에서 올때보다 생각보다 가깝다. 숙소 표지판이 있는데 내려 350루피를 주고 툭툭은 다시 떠났는데 알고보니 숙소가는 길 중간에 1키로 가면 숙소 있음 하는 안내 표지판이었다. 깜깜한 밤에 숲속에 혼자 남겨졌다. 주위엔 아무도 없고 불빛도 없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길로 혼자 걷기 시작했다. 숲 벌레 소리와 바스락 거리는 소리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혼자 깜짝 놀래고 다시 걷고 
 

"스리랑카에는 뱀이 많아"
 

라는 글렌의 말도 생각나고. 미치겠다. 돌도 많고 진흙도 많은 바닥이라 밑도 봐야하고 앞도 봐야하고 1키로가 너무 길다. 그리고 무사히 숙소 도착. 이제 다시는 타운이랑 먼 숙소를 잡지 않으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비치 라이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