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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17. 2021

엘라 2

엘라

어제 장거리 이동도 하고 많이 걸어 숙소에 도착해서 푹 잤다. 선풍기도 없는데 이렇게 서늘하다니 산속이긴 산속인가보다. 만원짜리 침낭을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하게 될지 몰랐다. 여행 다니며 이번에 처음 침낭을 가지고 나왔는데 추운 에어컨 기차나 방에서 정말 요긴하게 썼다. 
 

오늘은 볼곳이 많은 아름다운 도시 엘라를 좀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스리랑카 자체가 차가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엘라에서 차공장을 가보기로 했다. 디노와 헤닝은 툭툭을 타고 오고 나는 좀 걸어서 중간 포인트에서 만나 나를 픽업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툭툭을 타고 같이 구불구불 또 산길을 올라가 티 팩토리에 도착했다. 공장에 들어가니 차향이 진동한다. 공장 투어하는 티켓을 300루피에 끊고 투어를 시작했다. 찻잎을 골라내는 과정부터 말리고 가공하고 분쇄하는 과정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같은 잎이라도 찻잎의 크기와 가공하는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하니 재밌다. 나도 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결국 한국에서는 커피만 마신다. 난 커피를 더 좋아하나보다. 

 

차공장 투어를 마치고 툭툭기사에게 nine arches bridge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언덕에 툭툭을 세우고 철길이 있는곳으로 나 있는 샛길을 타고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 철길을 따라 주욱 걸어가니 다리가 나온다. 태어나서 본 가장 아름다운 다리가 아닌가 싶다. 사방은 숲인데 어떻게 저런색깔을 한 다리가 기차를 연결하고 있을까. 다리위에서 사진도 좀 찍고 반대편으로 가 쥬스한잔하며 쉬면서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기차가 지나가면 헤닝이 드론을 띄워서 멋진 영상을 찍고 싶다고 했다. 
 


현지인한테 물어보니 곧 기차가 들어온단다. 헤닝이 드론을 띄우고 나도 철길옆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했다. 기차가 연착되나보다. 온다는 시간보다 한참 안온다. 오랫동안 드론을 띄어놓으면 햇빛에 열을 받아 드론이 망가질수 있기 때문에 잠깐 드론을 내렸다. 드론을 내리니 이제 기차가 지나간다. 다행히 내가 동영상으로 찍었긴 하지만 헤닝은 정말 운이 없다. 뜨거운 햇빛 밑에서 열심히 드론을 띄우고 기다리다가 잠깐 드론을 내렸는데 기차가 지나가다니. 
 

그리고 이제 툭툭기사한테 폭포 있는데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라오스에서도 폭포를 많이 봐서 별로 관심은 없지만 헤닝이 폭포 밑에서 꼭대기로 드론을 띄워 전체샷을 찍고 싶어했다. 그리고 다시 툭툭 머리를 돌려 다시 타운으로 갔다. 이번여행하면서 가장 생산적인 하루가 아니었나싶다. 한 도시의 명소 세개를 하루만에 다 갔다. 엘라의 가장 유명한 명소는 엘라락이랑 리틀아담스피크지만 하이킹을 해야해서 안가기로 했다. 나는 신발도 없다. 조리밖에 없다. 그래서 이 친구들 숙소에서 띄운 드론 영상으로 보기로 했다. 
 

하루를 너무 생산적으로 보냈더니 배가 고파 일단 밥을 먹었다. 그리고 뷰가 끝내준다는 이 친구들 숙소로 가 테라스에 앉아서 뷰를 보며 맥주 한잔씩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또 전기도 다 나가버린다. 스리랑카에서 하루정도는 비오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는데 드디어 비가 온다. 다행히 모든 일정이 끝나고 쉬는데 비가 온다. 셋이서 맥주 세병씩 마시니 이제 또 배가 고프다. 


비는 그치고 셋이서 툭툭을 타고 어제 갔던 chill cafe로 가 뭐 좀 먹으며 맥주 한잔 더 하기로 했다. 여기 3층은 정말 여유로운 분위기에 빈백까지 있다. 어제도 그랬지만 술 한잔 하고 빈백에 누우면 잠이 솔솔 온다. 오늘도 술 먹다 하루종일 너무 피곤했는지 빈백에 누워 뻗어버렸다. 한참 자고 일어나니 이제 거의 마감 시간이다. 
 


오늘은 어제 트라우마 때문에 꼭 일찍 집에 들어가리라 생각했지만 어제보다 더 늦은 시간에 집에 가게 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툭툭은 한대도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숙소까지 또 걸어가기는 죽어도 싫다. 다행히 조금 기다리니 툭툭 한대가 온다. 숙소까지 가격도 300루피란다. 얼른 툭툭에 올라타 옆을 잘 봤다. 오늘은 절대 중간에 내리지 않겠다. 다행히 숙소에 잘 내렸지만 내 주머니에는 500루피짜리 밖에는 없다. 잔돈 있냐고 하니 없단다. 왜 이 도시는 나에게 툭툭 때문에 시련을 주는 것인가. 툭툭기사가 묻는다.
 

"내일 어디가요?"
 

아침에 엘라 기차역으로 간다고 하니 내일 아침 8시 반까지 여기로 픽업을 오기로 하고 잔돈은 안받기로 했다. 안와도 어쩔수 없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알겠다고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과연 내일 아침에 툭툭은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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