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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18. 2021

기차여행 2

캔디

오늘 캔디로 가기 위해 7시쯤 일어나 샤워하고 짐을 쌌다. 이틀치 방값을 내고 커피한잔하며 어제 8시반까지 여기로 온다고 약속했던 툭툭을 기다렸다. 사실 기대는 안했다. 그냥 잔돈 없으니까 했던 말일수도 있고 오늘 온다고 티켓을 끊고 영수증을 받은 것도 아니고 밤이라 툭툭 기사 얼굴도 기억도 안나고 전화번호도 없다. 그냥 마음비우고 8시반이 되도 안오면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서 엘라 기차역까지는 걸어서 15분정도 거리다.
 


역시나 8시반이 되도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가방 메고 나가려는데 숙소 주인 딜런이 말한다.
 

"지금 딱 8시반인데 한 5분만 더 기다려봐. 좀 늦을 수도 있잖아"
 

하긴 맞는말이다. 그래서 8시 40분까지 기다리다 그래도 안오길래 그냥 가방 메고 나왔다. 그러자 딜런이 더 미안해 하며
 

"다음엔 밤에 다닐때 꼭 잔돈 가지고 다녀"
 

그래. 그래야겠다. 숙소 문을 나서서 열발자국 정도 걸었나 앞에 툭툭이 오며 빵빵한다. 나보고 환하게 웃으며 미안하단다. 엘라역에 가서 기차 시간 확인하고 왔단다. 역시 스리랑카다. 다른 여행지였으면 어림없다. 그냥 200루피 꿀꺽하고 안왔겠지. 그리고 친절하게 엘라역까지 데려다준다. 그리고 어제 돈을 냈으니 계산은 끝났다. 갑자기 미소가 멈추지 않으면서 기분이 너무 좋다. 단돈 200루피지만 이렇게 와주다니. 고맙다.
 


그렇게 기분좋게 티켓을 끊고 기다리고 있으니 디노와 헤닝이 온다.
 

"넬리야 미안해. 아침 8시에 아침식사 예약해놨는데 늦게 나와서 그냥 가야한다고 하니까 끝까지 먹고 가야한다고 붙잡아서 늦었어"
 

괜찮다. 어차피 기차는 9시 23분 출발이다. 그리고 제 시간에 기차가 들어온다. 2등석을 끊어 자리가 지정이 안 되있어서 또 자리 전쟁을 해야할듯 했다. 플렛폼에 사람도 많았다. 기차가 들어오자 사람들이 미친듯이 뛰어 들어간다. 우리도 열심히 기차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정방향으로 창가 자리를 잡았다. 엘라와 캔디 기차 구간은 스리랑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구간이란다. 아마 그래서 창가자리 경쟁이 치열했나보다. 예상 소요 시간은 7시간. 거리는 고작 164키로. 시속 20키로 정도로 천천히 가는 기차다.
 


드디어 기차가 출발한다. 기차역을 조금만 벗어나니 소문대로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초록색의 나무들과 형형색색의 집들. 키큰 야자 나무가 주욱 이어지는 구간이 있나하면 산 위를 달려 땅이 푸욱 꺼진거 같은 구릉지대도 나온다. 3시간쯤 지나니 이제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니 또 색다른 스리랑카가 보인다. 5시간쯤 지나니 담배가 너무 피고 싶어 화장실에 들어가 얼른 몰래 하나 피고 나왔다. 살 것 같다.
 


문에 매달려 사진을 하나 찍고 싶은데 문에 5시간 내내 서양인 여자둘이 앉아 비킬 생각을 안한다. 빈자리도 많은데 굳이 딱딱한 바닥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충분한지 일어선다. 얼른 일어나서 문으로 가 사진을 찍었다. 좀 더 좋은 뷰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 싶었지만 또 언제 다른 사람이 여기 앉을지 모른다. 뷰가 좋은 이 열차 구간은 의자보다 문에 걸터 앉는게 더 인기가 많다. 
 


7시간 정도 걸려 드디어 캔디역 도착. 콜롬보를 제외하고 작은 도시에 계속 있다가 캔디에 도착하니 여긴 차도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 역앞에서 툭툭을 잡아타고 예약해놓은 숙소로 갔다. 차가 엄청나게 막힌다. 빵빵거리는 소리도 어마어마하다. 스리랑카에서 처음 느끼는 교통체증이랄까. 어색하다. 툭툭으로 15분정도 걸려 도착한 캔디 시티 호스텔. 체크인을 하는데 도미토리 방이 정말 작다. 여행하면서 이렇게 작은 도미토리는 처음인거 같다. 헤닝한테 뭔가 미안하다. 헤닝은 태어나서 도미토리에 머문적이 처음이라고 한다. 첫 도미토리가 이렇게 작은방에 조그만 선풍기라니. 이제 다시는 도미토리에 안올거같아서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모든 도미토리가 이렇진 않아. 나도 이렇게 작은 도미토리는 처음이야. 다음엔 좀더 좋은대로 가자"
 


그래도 그렇게 실망한것 같진 않아 다행이었다. 가방만 놔두고 바로 다시 툭툭을 잡아 밥을 먹기로 했다. 다시 나간 타운은 여기가 정말 큰 도시임을 느끼게 해준다. 사람도 많고 도로도 크고 뭔가 활기차다. 역시 스리랑카 제2의 도시다. 적당한 식당으로 들어가 얼른 밥을 시켰다. 오후 5시가 넘었지만 이게 오늘 첫끼다. 기차에서 먹은 작은 사모사 2개가 오늘 먹은 음식의 전부다. 치킨 볶음밥을 시켰지만 뭔가 치킨과 밥을 따로 볶은 느낌이다. 아니면 아무 양념을 넣지 않았나보다. 아무맛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가 너무 고파 테이블에 있는 핫소스를 들이부어 순식간에 다 해치워버렸다. 
 


다시 툭툭을 잡아타고 숙소로 가 잠깐 눈을 붙였다. 어제 많이 돌아다니고 오늘 장시간 이동했더니 많이 피곤했나보다. 눕자마자 골아떨어져 2시간반은 잔거같다. 그것도 디노가 안깨워줬으면 내일 아침이 될뻔했다. 오늘 생일인 사람이 있어서 다들 맥주한잔한단다. 다들 맥주한잔 하며 프랑스 여행자 샌디의 41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그리고 많은 얘기를 나누며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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