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lly park Jun 19. 2021

몇개국을 여행하면 만족할까

담불라

“나는 지금 26살인데 40개국 정도 여행했어. 이정도면 나는 만족해. 잘하면 이제 그만 돌아다니고 정착할 수도 있을 거 같애”


뉴질랜드 남자 션이 웃으며 말했다. 과연 션은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나도 40개국 정도만 여행하면 만족하고 정착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어떤 한국인 36살 남자가 휴가 받아서 3일동안 스리랑카를 다 돌려고 하는걸 봤어 하루에 도시 두 개씩을 돌더라구. 정말 대단한 것 같애”


프랑스 친구 쥴리앙이 말한다. 그 남자분은 어떤 기분일까. 과연 행복할까. 모르겠다. 



어제 다른 사람들이 다 자러 들어가도 낮잠을 푹잔 나랑 디노만 끝까지 남아서 꽤 늦게까지 얘기했다. 그래도 나름 10시까지 조식 제공 시간인데 9시45분에 간신히 일어나서 아침은 챙겨먹었다. 아침은 식빵 3개랑 바나나 2개 그리고 계란하나다. 물론 커피와 티는 마시고 싶은만큼 제공된다. 


계란이 문제다. 이걸 어떻게 해먹지. 주방에 요리기구는 다 준비되어 있지만 한국에서 요리안한지 너무 오래되서 계란 하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일단 물을 끓이고 계란을 삶기로 했다. 계란을 얼마나 삶아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물이 끓길래 계란을 빼서 터뜨렸더니 이건 날계란도 아니고 삶은것도 아닌 이상한 형태로 노른자랑 삶다 만 흰자가 뚝뚝 떨어진다. 어쩔수 없이 대충 식빵이랑 먹었다. 한국에 가면 꼭 다시 요리를 하리라 결심했던 순간이다.
 

원래 오늘은 셋이서 스리랑카 최대의 유적지 중 하나인 시기리야로 가기로 했었다. 그러다 어제 만나 잠깐 얘기한 프랑스 남자애가 담불라에 가면 여기 체인 호스텔이 있는데 훨씬 분위기도 좋고 가끔씩 풀파티랑 바베큐 파티도 한단다. 그리고 시기리야로 가려면 어차피 담불라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했다. 잠에서 막깬 디노랑 헤닝한테 얘기했더니 담불라로 목적지가 바뀌었다. 시기리야는 담불라에서 툭툭으로도 투어가 가능했다. 



다들 피곤했는지 숙소에서 최대한 늦장부리다 12시 좀 넘어서 툭툭을 잡아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어제도 느꼈지만 캔디는 적응안될만큼 큰 도시인거 같다. 차가 엄청나게 막히고 빵빵거리는 소리는 이제 귀에 좀 거슬릴 정도다. 그래도 파란하늘과 가지각색의 건물과 간판이 예뻐서 최대한 카메라에 많이 담았다. 스리랑카에서 다시는 없을거 같은 이 혼란스러움도 동영상으로 담았다. 



버스에 올라타고 한참동안 출발을 안하더니 사람이 꽤 차자 출발한다. 캔디 시내에서는 차가 너무 많아 빵빵거리기만 하고 천천히 가더니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물만난 고기처럼 최대속력으로 미친듯이 달린다. 예상시간 그대로 2시간 좀 넘게 걸려 담불라에 도착. 캔디에 있다 여기 오니까 조용하고 여유롭다. 그것만으로 이미 여기가 좋다. 



툭툭을 잡아타고 숙소로 향했다. 셋이서 100루피다. 여긴 작은도시라 그런지 물가가 싸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 넓은 정원에 캔디보다 훨씬 넓은방. 사람들이 모여 얘기할수 있는 공간. 모든게 완벽하다. 일단은 배가 고파 다시 밖으로 나갔다. 여긴 도시에 그냥 원숭이가 돌아다닌다. 전기줄에 다람쥔줄 알았는데 원숭이 가족이 돌아다닌다. 신기해서 사진좀 찍다 툭툭을 탔다. 셋다 배가 너무 고팠다. 아침에 내가 만든 이상한 토스트 빼곤 첫끼다. 벌써 시간은 5시가 다되간다. 
 


"햄버거나 피자 파는데로 가주세요"
 

배터지게 먹고 싶었다. 그래서 툭툭기사 아저씨는 서양음식과 스리랑카 음식을 같이 파는 식당에 내려주셨다.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에어컨을 느끼며 햄버거와 감자칩과 콜라를 시켰다. 나는 소세지랑 계란이랑 감자칩을 더 시켰다. 너무너무 배가 고팠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미친듯이 해치우고 옆에 슈퍼에서 맥주를 좀 샀다. 아니 좀 산건 아니고 꽤 샀다. 셋이서 맥주 병과 캔을 섞어서 30개 정도 샀다. 



또 언제 타운으로 나올지 모르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시고 싶어할수 있으니 여유있게 샀다. 다시 툭툭을 잡아타고 숙소로 가 샤워를 했다. 이제 좀 살거 같다. 샤워를 하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니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미친듯이 쏟아진다. 지붕 밑에 앉아있긴 했지만 바람때문에 비가 흩날려 조금씩 옷이 젖는다. 난 왜 샤워를 하고 나온건가. 사람들도 있겠다 비가 와서 분위기도 되겠다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일 할 일정을 얘기했다. 그러다 독일여자애가 
 

"내일 국립공원에 코끼리 보러 갈껀데 같이 지프 셰어해서 갈래?"
 

그렇게 내일 계획에 대해 셋이서 토론이 시작되었다. 셋다 이런거도 괜찮고 저런거도 괜찮은데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 하고 결론을 지으니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디노랑 나는 굳이 국립공원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어떻게 하다 가게되었다. 뭐 아무것도 안하고 또 숙소에서 빈둥거리는거보다 낫겠지 하기로 한다. 
 

이 미친듯한 비가 그치면 날은 더 쾌창하겠지 그리고 좀 더 덥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기차여행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