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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20. 2021

투어의 시작

시기리야

오늘은 할일이 많은날이다. 원래는 여행하면서 하나 이상을 잘 안하는데 오늘은 투어가 두개나 있다. 짧게 2주동안 여행와서 하고 싶은게 많은 디노와 헤닝에게 감사해야겠다. 덕분에 나도 어떻게 하다 이것저것 많이 하게된다. 


어제 일찍 잠이 들어 아침 6시반쯤 눈이 떠져 일단 아침을 먹기로 했다. 캔디에 있을때랑 같은 체인 호스텔이라 아침먹는 시스템은 같다. 바나나 두개 식빵 세개 그리고 계란 하나. 오늘은 캔디때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로했다. 바로 후라이팬을 잡아들고 계란 후라이를 했다. 바나나는 안먹고 식빵 두개만 먹지 뭐 하고 계란 두개를 후라이팬에 투척했다. 이정도면 양심있는거겠지.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구워 버터를 바르고 식빵 사이에 계란후라이를 넣고 간단한 계란 샌드위치와 커피한잔을 했다. 


그리고 10시에 시기리야로 가는 툭툭을 예약해놔서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프랑스 친구가 실로 실팔찌 실발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줘서 직접해봤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은데 손재주가 워낙없는 나는 정말 울퉁불퉁하고 못나게 만든다. 10시 5분 전에 툭툭기사가 왔는데도 디노와 헤닝은 나올생각을 안한다. 10시가 10분이 지난 후에 나오면서 어제 좀 늦게 잤단다. 일단은 출발한다.
 


어제 담불라역에서 여기 숙소까지 태워준 툭툭기사가 시기리야까지 분명히 한사람당 800루피라고 해서 기사 전화번호를 받아 오늘 아침에 부른건데 갑자기 900루피란다. 그래도 그냥 가기로 했다. 원래 시세는 1000루피다. 여기서 시기리야까지는 30분정도 거리다. 우리는 시기리야에서 가장 유명한 sigirya rock이 아닌 그 옆에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 


처음엔 돌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오르기 수월했는데 나중엔 계단이 없어지고 그냥 돌맹이를 밟고 계속 오르는 코스가 나타난다. 나는 신발이 없어 조리로 산을 오르다 결국 조리끈이 빠져 맨발로 정상까지 올랐다.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다음여행엔 꼭 신발 한켤레는 들고 와야지 하는 결심을 하면서도 결국엔 조리 하나 신고 여행을 나온다. 


정상에서 바라본 시기리야는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앞엔 시기리야 락도 있다. 제일 유명한 곳이다보니 오르는 사람이 엄청 많이 보인다. 심지어 시기리야 락은 입장료가 35불이란다. 여긴 500루피 (3.5불)인데. 그동안 올라오며 흘렸던 땀을 정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식히고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기다리고 있는 툭툭을 타고 어제 갔던 밥집에 내려달라고 했다. 


밥집에 내려서 세명이서 900루피씩 2700루피라 3000루피를 냈더니 잔돈이 없단다. 분명히 아까 잔돈있는거 봤는데 300루피를 더 받을 생각이다. 괘씸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은 단위의 지폐를 다 꺼내서 2700루피를 딱 맞춰서 줬다. 어제는 800루피였다 갈때는 900루피라고 그러고 다 끝나고 나니 1000루피를 받고 싶어한다. 얼마 안되는 돈이어서 그냥 팁으로 더 줄 수 있는 돈이었지만 기분 나빠서 딱 맞춰서 줘버렸다. 


그렇게 항상 가는 식당 망고망고에 가서 밥을 먹고 숙소로 가 얼른 샤워를 하고 또 2시에 있을 미네리야 국립공원 픽업 지프를 기다렸다. 우리는 총 여섯명. 지프라고 하긴 했지만 작은 트럭에 어디서 구해왔는지 의자를 몇개 놔두고 앉으란다. 심지어 의자 배치도 삐뚤삐뚤 제 멋대로다. 나는 담배 하나 피고 마지막 순서에 의자에 앉느라 맨 구석에 앉게 되었는데 너무 좁다.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앉으면 앞에 무릎은 안닿는데 나는 무릎에 닿아 밖으로 아예 발을 빼고 앉았다. 투어 시작부터 뭔가 불안하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은 왜 항상 틀린적이 없는지. 좁은 트럭 구석에 앉게 된 건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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