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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26. 2021

안녕 스리랑카

니곰보

딱히 니곰보에서 할 것도 없고 내일 아침 비행기 때문에 가야 하는거라 최대한 늦게 가기로 했다. 어차피 콜롬보에서 니곰보까지는 그렇게 멀지는 않다. 다만 콜롬보에서 공항까지 가는게 조금 멀고 아침 일찍 툭툭을 타고 가면 좀 더 비쌀뿐이다. 체크 아웃 시간이 12시라 최대한 12시까지 짐싸고 숙소에서 딩굴거렸다. 배낭을 메고 메인 거리로 나갔다. 어제 담불라에서 여기 올때 내렸던 버스터미널로 또 가야한다. 로컬 버스 100번을 타고 가면 되니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어제 돈도 넉넉히 뽑았겠다 그냥 툭툭 잡아타고 가기로 했다. 헝그리한 배낭여행자의 소울이 점점 사라지는 듯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번 여행에서 유럽친구들과 같이 하면서 씀씀이가 비슷해 졌는지 예전의 나보다 그냥 좀 더 편하게 여행하고 있는 것 같다. 


툭툭을 타고 툭툭기사와 가격을 흥정하려 하니 미터기를 보여준다. 여기와서 미터 툭툭은 처음본다. 씨익 웃으며 오케이하고 출발했다. 콜롬보의 버스터미널은 혼란 그 자체이다. 스리랑카의 모든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가 있는 만큼 사람도 많고 시끄럽다. 가방을 메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어디가냐고 다들 묻는다. 에어포트나 니곰보로 간다고 그랬다. 어차피 니곰보에 예약한 숙소가 에어포트 가는길에 있다. 역시 사람들은 친절하게 어디서 버스를 타는지 알려준다. 



이번엔 미니벤이다. 미니벤에 올라타기 전에 가격을 물어보니 곰곰히 생각하더니 400루피란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한 것은 400루피가 아니고 원래는 좀 더 싸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냥 에어컨이 있는 이 미니벤을 타고 가기로 했다.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날에 실랑이 하고 싶지도 않고 스리랑카 돈도 여유 있게 있다. 그리고 역시나 내 머리스타일이 신기한지 미니벤 안에 사람들은 내 머리에 관심을 보인다. 
 터미널 주위를 돌며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
 

"에어포~~~~트" 
 

하고 외치며 사람을 모아 미니벤을 꽉 채우고 출발한다. 맵스미를 켜놓고 달리니 어디로 가는지 알기가 쉽다. 니곰보까지는 한시간 정도 걸린다. 지도에서 숙소에 거의 다 온것을 확인하고 세워달라고 했다. 괜히 내리기 전 한번 더 물어봤다. 
 

"얼마에요?"
 

아까 400루피라고 말했던 청년은 머뭇거리니 일단 가방가지고 내리자고 한다. 끈질기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같이 가방과 함께 따라내렸다. 그리고는 이 청년은 모기만한 목소리로.
 

"450루피.."
 

그래서 나는 큰 소리로
 

"야 아까 400루피라며. 무슨소리 하는거야? 안줘!"
 

그랬더니
 

"오케이 오케이 400루피.."
 

몰래 50루피를 때먹으려 했나보다. 400루피만 주고 내려 예약해 놓은 숙소로 걸어들어 갔다. 체크인을 하고 배가 고파 메니저에게 물어봐 맛있는 로컬 식당을 알려줘서 거기서 먹기로 했다. 역시 현지인들 밖에 없고 내 머리에 시선집중이다. 너무 친절한 주인 할아버지가 웃으며 음식을 직접 서빙하고 메뉴도 추천해주신다. 밥을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와 밀린 빨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최근 며칠 내내 비가 내려 내일 아침까지 안마르면 어떻하나 걱정하며 급한대로 팬티 몇장이랑 잘 마르는 얇은 나시티 한장을 빨아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 널어놓고 경치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쉬었다. 


배낭을 메고 숙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강아지랑 놀며 오랜만에 아무것도 안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스리랑카에서 몰디브 가는 티켓이 싸서 일단 끊어 놓긴 했는데 막상 가려니 가기 싫다. 항상 먼저 말을 걸어 오고 웃어주고 손을 흔들면 반드시 손을 흔들어 주는 나라. 스리랑카.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다. 다시 올 수 있길. 작은 섬이라 보름동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내일은 지상 낙원 몰디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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