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엄청 거대한 나무같은 존재가 있고 우리는 그 존재의 마디 마디였다가 떨어져 생을 다하고 다시 태어나길 반복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토요일 아침 서아가 우리에게 왔습니다!
가족 단톡방에 사진과 함께
"출산했어요. 엄마 전화를 안받넹 "
톡이 올라왔는데 어찌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예정일이 2주나 남았는데...
예정일이 2주나 남아있는데 라는 생각과새벽에 가족들에게 진통을 알리지 않은 동생의 배려에 마음이 저릿저릿합니다.
출산을 막 치룬 와중에도
엄마가 아프신 듯 한데 언니가 엄마한테 물어봐달라는
당부입니다.
우리 일곱째.. 너무 빨리 철이 든 우리 막내가 출산을 했습니다. 다행히 자연분만이라 진통에 비하면 뭐 지금은 날아다닐듯 하다고 합니다.
든든한 제부가 있고 예뻐해주시는 시부모님도 계시는데
새벽 내내 진통을 겪으며 출산을 했을 동생이 왜 홀로 있다 생각이 들었는지... 넷째와 막내가 통화하는데 넷째 눈이 빨갛고 웃고있는게 보입니다. 넷째를 다그치면서 저도 눈이 빨개지네요. 우리는 동고동락하면서 각개전투를 치루며 함께 해 온 동지애같은게 있는건지기쁜 일 앞에서도 눈물이 납니다.(매 번 그러지 말자고 서로 이야기 하면서도 결국은 그렇네요)
제가 고1 일곱째 막내가 11살 되던 해에 아버지 사업이 망했습니다. IMF는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을테지만 우리는 더 혹독했던 같아요. 쫓겨나듯 마을을 떠나 외가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우리 일곱째는 어려서부터 애교가 많은 아이였습니다. 당연히 외할머니도 예뻐해주셨죠. 그래도 엄마의 빈자리가 늘 걱정이었습니다. 엄마 언니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우리 막내는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늘 다정다감하고 똑부러진 막내의 출산 후 근황 사진입니다.
11살이나 어린데 저는 늘 막내가 언니같아 고민도 잘 털어놓습니다. 저 속에 얼마나 많은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지고 굳은 살이 베겨있는지...언젠가 각자의 각개전투들을 모아서 기록해 둘 가족 사전을 만들고자 합니다. 가족 사전에
각자 연대기를 써보면 굉장한게 나올 듯 해요.
우리는 어떻게 맺어진 인연일까요?
# 조리원에 있을 너에게 전하지 못한 이야기
막내 수현에게
지금은 새벽 3시 30분 , 니가 움직일 시간이다.
깜깜한 실내에서는 가라앉은 나무 냄새가 난다
창문을 열어 재끼니 하루의 잔광이 확 들어온다.
씁씁한 내 마음과 달리 코 끝이 약간 달달해지는 건 우리 아랫집에 빵집이 있어서겠지. 너와 달달한 크림빵을 먹어보고 싶구나. 오늘 하루 고되었을거야 너
달달함이 그걸 이겨내게 해주었으면...
오늘 하루치만큼이라도 고단한 잔광이 사라지고 나무 냄새 가라앉듯 너도 고요해져 그래서 다시 꿀잠이길 바래본다.
아픈 몸에 처해 있는 엄마의 삶을 온전히 이해 못하는 건 나였어. 아프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수술이 두렵고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지금 현실에서 엄마의 부재가 가져올 파장을 그 막막함을 내가 이해하지 못했었나봐.
너랑 통화 직후 엄마는 병을 키우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실려구 그러시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거든.
이걸 어떻게 살아내야할까
그걸 혼자 삼키고 또 삼키고
그 막막한 절벽끝에 엄마 혼자 서 있을 듯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이 똥멍청이!!
아픈 엄마는 몸을 낫게 하는 것과 그로 인해 삶에 가져오는 모든 차원의 변화와 문제 예를 들어 엄마가 없어서 농장이 멈추는거, 이 심한한 농장 상황, 수술 비용, 시간 등등을 저울질하고 계신 듯해. 엄마 실손보험을 언니가 들어서 매달 보험료가 나가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이야기 밖에 항게 없었어. 매일 매일이 어려운 시험인듯 하다.
무엇조다 이 모든 걸 알게 되어 딸들에게 불편함을 줄까봐 그게 제일 큰 걱정이셨나봐.
"엄마 걱정말고 니 할일들 잘해라. 엄마는 니가 신경쓰고 아플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어떻게 아픈지 증상을 묻고
몇달 내내 아무것도 못 드셔셔 혹시 영양실조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길 듣고 정신이 아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