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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Nov 02. 2023

일도 좋지만 내 삶이 더 중요한 나에게

일과 삶 사이의 균형 찾기

나는 커리어 성장에 관심과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프로젝트가 나의 커리어 패스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고 싶었고, 그 일을 통해 무슨 역량을 키울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와의 1on1 때 질문을 많이 던졌다. 


'제가 이 사업을 통해 어떤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를 위해 어떤 경험을 더 해보면 좋을까요?'

그러나 지금의 일이 나의 시간과 역량과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기엔 어딘가 아쉽고, 그만큼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일이라는 걸 늘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더 열심히, 잘해보려고 했던 이유는 일 하는 방법을 배우고, 역량이 향상되는 과정 자체의 뿌듯했기 때문이다. 지난번 사업을 운영할 때보다 더 능숙하게 일을 대하고 처리하는 나를 발견할 때의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이 좋았다. 


업의 특성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 우리 팀의 동료들은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매우 큰 사람들이다. 조직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초과근무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잘하기 위해 남들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처음엔 마냥 좋았다. 흔히 말하는 대충 일하고 월급만 받으려는 빌런도 없어 보였고, 다들 열심히 일 하고 잘하기에 배울 점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료들이 각자 일에서 기대하고 노력하는 정도와 내가 일을 통해 쏟고 싶고 얻고 싶은 정도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리더는 주말, 퇴근 후의 시간을 더 내서라도 사업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공부하길 바랐고 (당연히 강요하진 않았다.) 나는 업무 시간에 몰입해서 일을 끝나고 퇴근 후에는 내가 관심 있는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가족들과 혹은 혼자 시간을 보내길 원했다. 일과 무관한 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딘가 불편한 감정이 느껴졌다.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해서 지금보다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고민을 해서 나도 저들처럼 일에 더 진심이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계속 줄다리기를 히던 중 약 2주 전 불가피하기 주 5일 내내 오프라인 출근을 해야 했다. (주로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한다.) 몸의 피로가 쌓여 새벽 6시에 일어나 가던 아침 수영을 가지 못하고 7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고 퇴근 후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오면 저녁 8시 반~9시였다. 저녁을 챙겨 먹고 씻고 간단히 산책하면 하루가 끝이 났다. 그 주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지쳤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가 정말 어려웠고, 하루하루를 일만 하며 채워가는 느낌이었다. 


그때 확실히 깨달았다. '나는 나만의 시간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그 시간이 확보되지 않았을 때 쉽게 소진될 수 있겠구나.' 어떻게든 사무실 출근일을 줄이고, 업무량을 적절히 유지해서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넘게 일하지 않는 것이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도 중요하지만 내 삶이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찜찜한 마음은 남아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걸까?', '결국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다른 동료들보다 뒤쳐지진 않을까?', '동료들이 나를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없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서 더 이상 열정과 에너지를 쏟기 어려운 걸까?' 등 여러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음에도 내가 정말 몰입하고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기까지 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나를 더 이해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별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물론 일 할 때에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지만 그 열정이 8시간이 지나면 꺼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오늘도 적당한 열정과 진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일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와 내 삶을 무너뜨리지 않고 지키는 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며 조금은 흔들리지만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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