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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내 꿈은 부자

미쳤지만 미치지 않은 그의 이야기

by Brainfficial

초등학교 때, 자기소개를 작성할 때 장래희망 이라는 칸이 존재했을 것이다.

직업이 매우 다양하고 각자의 환경과 영향을 받은 것을 바탕으로 그 칸을 작성했을 것이다.

학창시절, 반 아이들의 장래희망 칸을 보면 의사, 변호사, 검사, 축구선수 등 돈과 명예,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적절히 잘 조합된 직업들이 나열되어있었다. 그러나 그냥 '부자'라고 쓴 친구는 못 본 것 같다.

위에 나열한 직업들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 '부자'의 의미가 어느정도 들어간 것 맞긴 하나 그냥 맹목적으로 '부자'라고 쓴 친구는 없었다. 그러나 여기 장래희망 및 꿈이 부자인 인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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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울프 오프 월 스트리트"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 조던 벨포트, 장래희망은 '부자'
영화 초반 조던에게 돈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지당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돈은 너가 더 좋은 인생, 좋은 음식, 좋은 차, 좋은 여자를 사게(?) 해주고 또가 너가 더 나은 놈이 되게 만들어주지, 너가 선택한 정당이나 교회에 아낌없이 기부를 할 수도 있고 멸종위기의 올빼미를 위해 성금을 할 수도

있어"


조던은 22살 부자가 되기를 꿈꾸며 월 스트리트 입성하고 첫 날, 그곳에서 선임 브로커를 만난다.

같이 점심을 먹으며 선임은 진짜 이유없이, 뜬금없이 가슴을 치며 박자를 타고 알 수 없는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그리고 월가에서 성공하는 두가지 방법을 알려주는데 첫번째가 여유를 가져야 한다며 자위행위를 하루에 최소 두번 이상 하라고 한다. 두번째는 바로 코카인. 이 장면에서 조던은 입으로는 수긍하는 듯 하지만 표정으로는

신기하듯, 이해안된다는 듯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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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성공비결이 자위와 마약이라고 하는 선임과 이해안된다는 표정인 조던


그러나 후에 조던은 비상장주식을 취급하는 스크래튼 오크몬드라는 회사를 세우고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월 스트리트에서의 선임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니 더한 모습을 보인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선임의 행동이 약간 나사가 하나 쯤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퇴근 하지도 않았는 데 술을 먹고 마약을 하고 게다가 자위 행위까지... 그것도 혼자 몰래 하는 것도 아닌 후임 앞에서 당당하게, 그리고 이 바닥에서 살아 남으려면 이렇게 해야한다고 권장까지 한다. 그러나 이 장면은 조던도 이 선임과 마찬가지로 후에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변할 것이라는 복선이라고 생각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영화 속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 조던 벨포트의 회고록 <월가의 늑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영화 내내 fuck이란 단어가 수도 없이 등장하고 마약을 밥먹듯이 하며 성행위 묘사와 노출수위가 아주아주 높다. 소재는 주식과 그에 관련된 사기범죄에 관한 것이지만 주식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어떻게 사기범죄가 이루어졌는지 디테일한 설명 대신 간략하게 압축하여 "이런 짓을 해서 이렇게 되었고 우리는 떼돈을 벌었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괜찮아, 중요한 건 이거야, 이게 합법이냐? 절대로 아니지"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주식이라는 다소 복잡스럽고 무거운 주제를 그냥 자세한 건 몰라도 되고 중요한 건 돈과 이게 불법이라는 거야 라고 대놓고 말함으로써 시청자들은 주식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이 돈으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스케일 있게 노는 지 또한 영화 내내 현실에서 볼 법한 실제 동네 친구들이 만나서 노는 것 같은 천진난만한 듯한 느낌을 주는 등장인물들의 농담과 어떻게 보면 또라이 같은 그들의 행동에 웃음을 자아내고 흥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 가운데 그들의 공통적인 목표인 '돈'에 대한 집착과 욕구 그리고 광기도 영화 속에서 아주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각종 위법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비정상적인 유흥과 마약의 쾌락을 취미로 삼고 돈을 가장 사랑하는 조던 벨포트가 미쳤지만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돈은 있으면 있을 수록 매우 좋다. 그리고 돈의 유혹을 쉽사리 아무렇지 않게 뿌리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돈을 향한 그의 사랑과 목표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다. 반면에 그의 사랑과 목표를 위해 저지른 행동들과 그것들로 발생하는 부도덕적인 부분은 완벽히 비정상적이다.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것을 완벽히 갖고 살아갈 순 없다. 한 부분을 완벽히 가지게 되면 다른 한 부분을 놓치게 되듯 조던은 돈은 완벽히 갖고 있지만 도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놓치게 되었다. 그래도 한 부분이라도 완벽히 갖고 있다는 것. 그것 또한 조던의 천부적인 능력과 축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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