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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13. 2024

남 탓은 지옥행

원인 모를 불행 앞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일

남편이 생존율 20%인 암투병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충격적이고 두려웠지만 그 뿐이었다. 괴롭지는 않았다. 괴로움은 보름 간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한 친구를 만나고 나서 시작되었다. "우리 엄마 같았으면 아들이 그렇게 되도록 절대 내버려두지 않았을 텐데." 이 한 마디가 내게 고통의 싹이 되었다.


남편의 암은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버님이, 남편이 수술했던 딱 그 나이에 진행 정도는 낮지만, 똑같은 수술을 한 적 있다. 그 사실을 입원하는 중에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그 사실을 자식에게까지 숨긴 채, 그저 때때로 그 부위 검사만 하도록 시켰다. 아버님이 수술했던 당시엔 그런 중대한 병에 걸린 것 자체를 커다란 흠으로 여기던 정서가 있었다. 아마 그 탓에 자식에게까지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괜찮았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부모 과실을 짚자 문득 남편과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원인이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런 일을 겪게 된 건 남편의 부모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누군가를 탓하자 원망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옥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남편의 투병이란 사건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겪기로 한 내 선택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고 나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 심어진 남편 부모 탓은 고통이 되어, 남편의 완치 판정 이후로도 내내, 내가 풀어야 할 커다란 짐이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환장할 '우리' 가족>, 문예출판사, 2019.04. 참고)


인간은 누구나 때로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왜 생긴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그 상황이 특히 원치 않는 일일 때에는 그 원인과 이유를 찾아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한다. 내 불행의 원인을 모호한 상태로 둔 채 그 상황을 이겨나가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그 책임의 방향을 타인 또는 외부의 어떤 것으로 돌리지는 않아야 한다. 그건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꼴이다.


논어 같은 동양권 고전에서는 군자니 소인이니, 도덕처럼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 원망심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의미한다. 실제로 주요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럴 때 억울해하고 원망해하면서 미워하는 마음 없이 원인만 밝히기란 범인 수준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자기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고!






참고로, 2024.01.13자 게시물에서 용수스님도 "분노가 원망으로 변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분노가 원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방지할 것을 경고한다.


화를 내면 안 좋은 결과를 갖게 되어서 더 화가 나요. 이어서 또 안 좋은 결과를 갖게 돼요. 화를 낼수록 일이 꼬이고 소용돌이처럼 안 좋은 일이 끝없이 생겨요. 1번 화를 내면 10번 화를 내게 되어요. 


분노의 결과는 해를 당하는 겁니다. 식구와 친구들도 자기를 멀리하고 어디 가든지 하대를 받아요. 화가 많은 사람은 욕을 먹고 잠도 잘 안 오고 건강이 나빠져요. 


분노가 원망으로 변하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 통제할 수 있을 때 분노를 버려야 합니다. 이미 화를 냈으면 후회를 하고 같은 상황에 다시는 화를 내면 안 됩니다. 


화를 낼 수록 통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화를 참을 수록 점점 답답해져요. 화가 날 때 화를 풀 수 있는 것이고 바깥 대상을 보지 않고 시선을 안으로 돌려서 릴렉스 하는 겁니다. 화가 지나가고 나서만 말과 행동을 하는 겁니다.


"시선을 안으로 돌려서 릴렉스"란 "알아차림"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가 나게 만든 대상을 떠올리고 있는 게 아니라 주의를 화가 나서 부들거리는 내 몸 상태(감각)으로 돌려서 지켜보는 것이다. 여간 훈련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실패해도 또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하다 보면 조금씩 되기는 되는 상태이기도 함.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도서출판 사우, 2017.01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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