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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Jun 02. 2019

작가가 아닌 글품팔이의 삶

문학선생님의 박수갈채를 받고 학교 문집에 내 시가 실리던날 나는 내가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킬 작가가 될거라 생각했다.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천천히 조도가 낮은 복도를 거닐다 생각했다 이거이거 고고학자가 될 운명인가본데 ?


한여름 대낮에도 이렇게 땀을 흘리면 죽지 않을까 싶던 방학동안 발굴현장에서 땅을 파며 생각했다 그래 내 꿈은 책과 함께 하는거야 !출판사에 들어가자 !


어느 중소기업 회사에서 머리를 쿵쿵 찧으며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던 날, 책만들기 수업 ! 독립출판물 만들기 글귀에 두번째 사표를 냈다.


학교 박물관을 나올때도 사표를 낼때도 그들은 같은 반응이었다

'조만간 종이책은 사라져' 그리고 사람들은 떠나는

나에게 말했다

'너 작가가 될거라며?'

글쓰는걸로 어떻게 먹고 살려고 그래?


작가가 되고자 한 권의 책을 쓰고자 자리에 앉을때마다 다가오는 두려움은 결국 1년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요즘은 글안쓰냐는 친구의 말에도 난 글렀어 라며 웃고말았다.

진짜 글쓰기는 내 인생에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미 시간은 2년여동안 일기외에 아무것도 쓰지 않는 타성에 젖은 사람이 되어 있었으니


그러나 반전처럼 여전히 글을쓰며 지낸다.

대신에 내 글이 아닌 내 창작물이 아닌 대필도 아닌 그저 글을 팔아먹고 사는 글품팔이로


이름이 참 중요하다고 , 글품팔이라고 지은 순간 글을 쓸 일은 많았다. 작품을 쓰는 수준도 책을 쓰는 일도 아니지만 글쓰기가 필요한 일은 참 많구나 글품팔이가 되며 느꼈다.


어느 책에서 작가와 글쓰기 강사와 글팔아먹고사는 사람은 다르다고 하던데 (그는 좋은 뜻으로 한 말이다.) 어쩐지 글팔아먹고사는 지금이 좋아 오늘도 기분좋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며칠전엔 글을 쓰고 당장에 받은 돈으로 아이 유치원 하복을 직접 샀으니 경단녀의 삶치고는 괜찮지 않은가 혼자 셀프칭찬 해본다.


세상에 얼마나 좋은 책이 많은데 나까지 쓸필요가 있으려고

그럼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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