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젊은 사람이 참 진취적이야
드디어 때가 왔다.
아이와 유치원 등원을 위해 횡단보도에 서있던 나는 00동 1통 통장을 뽑는다는 현수막을 발견했다.
자격은 3년 이상 거주해야하며 나이도 상관이 없다. 나는 드디어 내 감투인생 통장 지원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전부터 남편에게 '나 통장 나갈꺼야' 라고 해둔터라 남편도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아내가 즐겁고 신나는 일에 앞장서니 신이나나보다.
원서접수는 어떻게 해야할지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통장 지원을 위해 원서접수는 어떻게 해야하냐는 내 물음에 담당자는 '인터넷 할 줄 아세요?' 라고 물었다. 매우 사심없는 그 목소리에선 당연히 으르신이겠거니 했을것이다.
이력서를 출력하고 오랜만에 사진도 붙이고 성장과정.. 아... 성장과정이라니 최종학력까지 쓰고 이력서를 가지고 복지센터로 갔다. 성장과정이야 뻔하니 다정한 아버지, 가정적인 어머니 ~ 오예
시민의 복지를 위해 앉아있던 젊은남자는 '통장...' 이라는 말에 '무슨 통장이요?' 라고 했고
당황한 나는 '저기 앞에 현수막에 1통 통장 뽑는다고 해서 신청...' 이라고 했고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그 젊은이는 '통장은 여기서 만드는 게 아닌데' 라고 했다.
첫 관문부터 보스몹을 만난듯 나는 쉽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렇다 나는 통장신청을 하러왔고 그 분은 여기는 은행이 아니다 . 통장 만들려면 은행으로 가라라는 친절을 베풀었던 것이다.
'통장은 은행에서 만드는거 아는데 통장 신청하러 왔어요' 라며 지원서류 봉투를 내미는 나에게
그는 결국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며 뒷쪽 상사에게 갔다.
욕이 나왔지만 앞으로 자주 만나야할 사이가 될지도 모르니 최대한 웃으며 통장 신청을 하러왔다고 다가온 다른분에게 이야기했고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잠시 기다리라 했다.
나를 안드로은행메다로 보내려했던 그 분은 여전히 뭐가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도로록 굴렸다.
급히 자리에 온 담당자에게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날은 문자로 보낼테니 기다리면 된다는 말과 함께 일어섰다.
삼십대 나의 첫 통장체험기의 첫 관문을 통과한것이다.
그리고 면접을 보고왔는데 이것도 은행 사건에 이어 대박이라 지인들은 이걸로 책을 내보는 게 어떠냐고 할 정도로 배를잡고 웃었다. 코미디 인생 에피소드 빼면 시체인 나 손가락 풀러 잠시 브런치에 놀러왔다 몇 자 남겨본다. 아무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2편은 또 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