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시작하고 잃게 되는 것 중 하나
독자의 기쁨
밥벌이를 할 수 있게 되고 나서 매 달 첫째 주가 되면 나에게 주는 선물로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책을 몇십 권씩 주문했다. 나는 표지에 많이 끌리는 타입이라 종류에 상관없이 담는데 어차피 곧 월급날이니 라는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담는 행위 자체를 즐겼다.
그렇게 회사에서 택배를 받으면 바로 뜯지 않고 책상 아래에 두고 하루를 보내는 게 좋았다. 다들 무엇을 샀냐며 궁금해했지만 '책'이라고 하면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고 호기심을 거뒀다.
일단 '책을 사는 행위'에 든든한 재미를 느꼈다.
비평은 삼갔으며 대신 재미없는 책은 속으로 돈이 아깝다며 욕을 했다.
밑줄 긋는걸 마다하지 않고 인덱션부터 귀퉁이와 내지에 내 생각을 덧붙이는 것도 즐겼다.
읽는 재미보다 사는 재미, 읽고 느끼는 것보다 사고 싶을 때 책을 담고 쌓아놓고 바라보는 일 만으로도 배가 부른 어느 독자였다.
하지만 책이 좋아 책방을 시작하자 책 하나 고르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재고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안고 간다고 생각하니 팔려야 되는 책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읽고 싶다 하기 전에 먼저 팔아야 하니 표지가 구겨질까 자국이 생길까 애지중지하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책은 오히려 내가 먼저 펼쳐보는 일이 줄어들었다.
눈길도 주지 않던 베스트셀러에 관심을 가지고 제일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 궁금하고 책방 서가에 서서 바라본 인터넷 세상에서 더 저렴한 할인가에 좌절했다. (덤으로 귀염 뽀짝 한 굿즈까지!)
더욱 저렴해서 좋았던 온라인 시장이 이제는 저렴하단 이유로 나를 조여왔다.
그럼에도 그들은 애틋했고 그들이 무너지면 나조차 설곳을 잃을 것 같아 건투를 빌게 되는 애틋한 마음과 질투를 동시에 느꼈는데 그 마음은 아직도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책을 사는 행위'에 든든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내 소소한 재미는 이제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공간만 책으로 가득 채운다고 해서 마음이 편하지도 않다. 어차피 재정상 다양하게 발 빠르게 채워 넣지 못해도 공간은 자꾸만 채워지긴 하지만...
그러니까 그냥 잘 팔리면 좋겠다. 우리 책방에서 사가는 독자들이 책을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
독자와 창작자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다.
가볍게 읽는 행위에 집중하던 독자의 기쁨을 조금 잃고 말았지만 창작자의 고됨과 글쓰기의 고뇌, 편집 등의 애틋함과 종이책의 존버를 누구보다 응원하게 되었으니 쓰다 보니 긍정이라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