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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하는 사람 Mar 28. 2023

15억을 벌고 20억을 잃었다

40세 남자 사람 이야기 - 투자의 세계

40살의 나는 분명 파이어족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빚을 갚는 인생을 살고 있다. 부디 이 글이 무언가 투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큰 교훈이 되길


#1. 주식의 세계를 알게 되다


사회생활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진짜 후회 없을 만큼 많이 놀았다.

하지만 왠 걸, 운이 좋게도 친구가 추천해 준 주식에 생각 없이 넣은 돈이 2개월도 되지 않아 2배가 되었다

사실, 여기서부터 불운의 시작이다. 그저 요행으로 얻은 결과인데 왠지 앞으로도 돈은 쉽게 불릴 수 있을 것 같았고 여전히 흥청망청 살았다


#2. 주식보다 짜릿한, 코인의 세계


이것도 시작은 운이다. 나는 금융사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고 있었고 새로 나오는 신기술에 대한 조사와 임원진들에게 공유할 기술 트렌드 리포트를 매월 작성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새로운 기술을 많이 학습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블록체인이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잘 와닿지 않았지만 기술로 합의하는 이더리움 기술의 가치는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17년 초 당시 4만 원 남짓하던 이더리움을

약 1억을 매수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했지만 그 해 겨울 이더리움은 200만 원 가까이 갔었고 물론 나는 중간에 빼고 넣고를 반복하다가 그래도 약 15억 정도 되는 수익을 얻게 되었다

첫 투자도 다음 투자도 너무나 순조로웠고 너무 큰돈을 쉽게 벌었다. 이때까진 나도 내 능력인 줄로만 알았다


굉장히 건방졌고 근로의욕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그저 돈놀이에 심취했다

아마 이때부터 내가 한건 사실 투자가 아니라 도박과 같았다.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것에 중독이 돼버렸고

사실 이미 큰돈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게 100억 만들기라는 허무맹랑한 목표를 세운 뒤 매일매일 도박처럼 투자를 했다. 가치도 모르고 방법도 모르고 그저 얕디 얕은 지식으로 넣고 빼고를 반복했다


#4. 코인보다 짜릿한, 선물의 세계


코인 선물, 치가 떨리는 이놈이 나의 큰 패착이다.

코인 시장이 한참 안 좋을 무렵, 코인에도 선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레버리지 투자도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선물, 거기에 레버리지 투자는 말 그대로 홀짝과 같다

이것도 역시 운이 좋게 첫 시작에 정말 10분 만에 1억을 벌었다.

레버리지는 말 그대로 배수만큼 돈을 빌려서 투자한다는 뜻이며, 예를 들어 50배 레버리지면

1% 올라가면 50% 수익이고, 1% 떨어지면 50% 손해다. 선물은 오르고 떨어지고 양방향 투자가 가능하니 나는 그 당시 떨어지는 방향으로 50배 레버리지를 했다. 그때 손해를 봤으면 다신 하지 않았을 텐데 이놈의 운은 왜 이렇게 좋은지 첫 투자에서 대박이 터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인생은 피폐해져 갔고 정말 아무런 공부도 없이 그저 이번에는 맞을 거야 라는 자기 최면에 빠진 상태로 홀짝 주사위를 던졌다

많이 잃을 땐 1분에 1억을 날린 적도 있다(정말 선물은 절대! 절대! 하지 마셔라)


돈을 잃을수록 본전 욕심에 더 크게 배팅하게 되고 당연히 아무런 공부도 없이 투자한 결과는 처참했다

주식과 다르게 24시간 운용되는 시장이니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잃고 잃고 잃다가 빚까지 내서 투자를 하고 결국은,, 망했다.


나는 투자를 한 게 아니라 도박을 한 것이었다


#5. 신뢰라는 말은 때론 게으름과 무관심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나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나와 유사한 투자 행태를 가진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저 운에 맡기고 나와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가벼운 말들을 너무 쉽게 믿어버린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건 굉장히 좋은 가치로 보인다

하지만, 신뢰라는 말은 때론 게으름과 무관심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100만 원짜리 옷을 고르는 것보다 1000만 원을 투자할 때 고민이 더 적은 분들이 너무 많다

옷을 사더라도 브랜드, 후기, 질, 사이즈, 색감, 트렌드, 나의 취향 등등 얼마나 많은 것을 고려하는가

투자를 할 때는 적어도 그것의 10배 20배는 더 깊이 고민하고 이것이 맞는지 틀린 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되는데 고민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는다.

그게 주식이든 외환이든 부동산이든 어떤 종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고민과 의심이다. 투자의 세계에선 누가 더 깊게 고민했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싸움이고, 절대 어떤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는 싸움이다( 나 자신도 믿지 않아야 한다)


내가 15억을 벌고 20억을 잃으며 느낀 점은 3가지다


1. 기회는 언제나 다시 오지만 잃어버린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2.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 1,000만 원짜리 백을 살 때보다는 더 고민하고 공부해라

3. 투자와 도박은 같은 속성을 지닌다. 이 사실을 인지하느냐 안 하느냐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내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된 이유도 결국 투자 경험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

더 이상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투자가 아닌 내가 하기에 따라 정말 크게 성공할 수도 있는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스타트업과 창업의 세계로 이끌었다


암튼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서는 도박이 아닌 투자를 하시길 바라며 큰 성공보다 큰 실패는 하지 않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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