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생각 한 자락
답답한 일, 초조한 일, 걱정스러운 일.
내 힘으로 감당이 안 되는 일들 앞에 자연스레 당신을 찾게 됩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오늘도 또 당신에게 투정을 늘어놓을까 합니다.
유달리 처진 그 녀석의 어깨가 마음 아픈 밤입니다.
이번엔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생각지 못한 일에 발목 잡혔습니다.
이번엔 다르리라며 컸던 기대만큼 큰 실망감에 그 속이 얼마나 아플까요.
힘내라는 말 대신 네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라고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면서도 제 속도 불에 덴 듯 쓰리고 아픕니다
아빠가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까요?
잘못하는 그 녀석을 데려다가 호되게 꾸짖고
억지로라도 팔을 끌어다가 이 길로 가라고 알려줬다면 조금 수월하게 살고 있을까요?
당신의 어깨 같진 않아도 비슷한 어깨가 되어 주고 싶었는데 역시 전 부족한가 봅니다.
이 상황에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요.
모두의 마음이 아픈 밤입니다.
느티나무 같던 아빠의 어깨가 그리운 밤입니다
항상 보고 있겠다고 하더니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나요.
늘 곁에 있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어디에 있나요.
지금 우리를 보고 있다면, 제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그 녀석의 어깨를 한 번만 두드려주세요.
아직도 인생은 많이 남아있으니 그렇게 좌절하지 말라고,
이번 기회에 느꼈으면 되는 거라고,
그동안 너의 나태함에 내가 주는 벌이었다고,
미워 그러는 것이 아니니 툭툭 털고 일어나 보라고,
곧 잘될 거라고.
언제나 너를 믿고 있다고.
이렇게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이면
사무치게 당신 생각이 납니다.
조금 더 우리 곁에 있어 줄 수는 없었나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흔들리고 아픈 밤이면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주며 가슴을 토닥여 줄 순 없었나요?
아니...
그냥 예전 그 눈빛으로 한 번만 우리를 따뜻하게 쳐다봐줬으면 좋겠어요.
내 목소리 듣고 있어요?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도 되는 거죠?
보고 싶어요.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