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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칠이 일상꽁트 Dec 09. 2016

아버지의 그림자_3. 아빠... 듣고 있어요?

문득문득 생각 한 자락

답답한 일, 초조한 일, 걱정스러운 일.

내 힘으로 감당이 안 되는 일들 앞에 자연스레 당신을 찾게 됩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오늘도 또 당신에게 투정을 늘어놓을까 합니다.


유달리 처진 그 녀석의 어깨가 마음 아픈 밤입니다.

이번엔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생각지 못한 일에 발목 잡혔습니다.

이번엔 다르리라며 컸던 기대만큼 큰 실망감에 그 속이 얼마나 아플까요.

힘내라는 말 대신 네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라고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면서도 제 속도 불에 덴 듯 쓰리고 아픕니다


아빠가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까요?

잘못하는 그 녀석을 데려다가 호되게 꾸짖고

억지로라도 팔을 끌어다가 이 길로 가라고 알려줬다면 조금 수월하게 살고 있을까요?

당신의 어깨 같진 않아도 비슷한 어깨가 되어 주고 싶었는데 역시 전 부족한가 봅니다.

이 상황에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요.


모두의 마음이 아픈 밤입니다.

느티나무 같던 아빠의 어깨가 그리운 밤입니다


항상 보고 있겠다고 하더니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나요.

늘 곁에 있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어디에 있나요.


지금 우리를 보고 있다면, 제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그 녀석의 어깨를 한 번만 두드려주세요.

아직도 인생은 많이 남아있으니 그렇게 좌절하지 말라고,

이번 기회에 느꼈으면 되는 거라고,

그동안 너의 나태함에 내가 주는 벌이었다고,

미워 그러는 것이 아니니 툭툭 털고 일어나 보라고,

잘될 거라고.

언제나 너를 믿고 있다고.


이렇게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이면

사무치게 당신 생각이 납니다.


조금 더 우리 곁에 있어 줄 수는 없었나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흔들리고 아픈 밤이면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주며 가슴을 토닥여 줄 순 없었나요?

아니...

그냥 예전 그 눈빛으로 한 번만 우리를 따뜻하게 쳐다봐줬으면 좋겠어요.


내 목소리 듣고 있어요?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도 되는 거죠?

보고 싶어요.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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