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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Hailey Jan 11. 2022

30 대의 연애가 힘들어지는 이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


30대 중반이 되어도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운이 좋았다고들 한다. 다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고 하더니 서른이 넘어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서른이 넘으면 연애가 힘들어지는 이유.


첫 번째, 일단 내 눈이 높아진다.

이십 대 때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중요도가 높았다면 (예. 외모, 스타일, 재력 등등) 이제는 그 기준에 조금 더 많은 것들이 더해진다. (물론 외모나 스타일은 우선순위에서 조금 내려가기는 한다.) 물론 이러한 기준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나의 경우는 말을 예쁘게 하는가, 전시회나 미술관, 공연 등 문화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는가, 생산적인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인가, 서로를 배려하며 삶을 맞추어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 안정적인 직업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등이었다. 사실 상대가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인생이 좀 더 편해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 역시도 평범한 사람, 그저 성실히 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나는 나만큼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된다고 생각한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돈은 노력과 운에 따라 충분히 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세세한 것들을 보게 되니 눈에 바로 보이는 것들을 따지던 때가 어찌 보면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어쩔 수 없이 결혼을 고려하며 장기적인 관계를 계획하게 된다.


아무리 결혼이 선택이라고 외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만 주변에서도, 가족들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리고 이제 서른 중반이 되어보니 인간관계가 점점 좁아지고 또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지 않아 진다. 또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더 편하기도 하고. 그러나 맛집을 가고 싶거나 쇼핑을 하며 물건을 고를 때 등 소소한 일상에서 의견을 나누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찾아올 때면 단짝 같은, 편안한 친구 같은 짝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맞추어 나가는 것이 힘들겠다 싶으면 마음이 생기기 전, 또는 더 빠져들기 전 서둘러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더 나아가 각자의 집안 사정과 부모님과의 관계 등도 고려를 하자면 시작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게 아프다.


정리하자면 20대의 직간접적인 경험들과 사회생활에서 보고 느끼며 나름 성장된 기준으로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을 찾다 보니 (그것도 아직 남아있는, 선택의 폭이 확실히 줄어든 상황에서) 아무래도 만나다 헤어지면 되었던 20대 때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기더라. 아마 그전에 겪었던 이별의 아픔들이 두려워서 더 그럴지도.


세 번째, 기회가 확실히 줄어든다.

내 눈에 괜찮은 남자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매력적이다. 그 말인즉슨, 이 나이쯤 되니 평균적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괜찮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결혼을 했거나 연애 중이다. 내가 만나고 싶은 이상적인 사람이 싱글일 확률이 매우 낮다는 이야기. 게다가 모두들 직장 생활에 지치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체력 소모도 빨라지다 보니 기존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조차도 큰 일로 느껴진다. 더더욱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도 게으르게 할뿐더러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나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요즘에야 데이팅 앱도 많고 헌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술집도 있다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일이 끝나면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쉬고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취미 생활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집에서 혼자 조용히 있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인간관계에 쏟아부을 수 있는 에너지의 크기가 확실히 작아지고 거기에 20대에 비해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며 혼자 즐길 거리들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지다 보니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알아가는 것에 대해 게을러질 수밖에. 게다가 혼자서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할지 감이 오지도 않는다.


네 번째, 이미 30년 이상의 시간을 각자 보내왔기에 서로에게 맞추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각자 아주 다른 환경에서 긴 시간을 보내왔고 또 나의 경우는 해외에서 생활한 시간이 길게 때문에 꽤나 독립적인 편이다. 특히 일찍이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혼자 산 시간이 긴 경우에는 본인이 그동안 만들어온 라이프 스타일, 생활 패턴, 습관 등등이 있기에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함께 사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나의 경우 인생의 절반은 해외에서 보냈기에 이런 부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왔다.


결국 이런 “맞춰가는 불편함”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서로를 얼마큼 받아들이고 얼만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이러한 과정들이 말처럼 쉬울까? 또 각자의 다른 30년 이상의 세월들을 얼마나 맞춰갈 수 있을까?




+입맛이 잘 맞는 것도 나에겐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원래 30대에는 더 이상 연애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며 나의 커리어와 경제적인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그 후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가 될 것인가 아님 한번 다녀온 돌싱들을 만날 것인가 기회가 오면 선택하려고 했었지만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운이 좋았고 또 적극적인 남자를 만난 덕분에 서른 중반이 된 지금도 나는 연애 중.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났을까?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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