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만나는 멜번, 제2화. 커피 도시 멜번 #1
* 커알못녀 : 커피를 알지 못하는 여자. 바로 저 헤일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멜번 시내 자유 여행 시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카페 투어'. 멜번은 예로부터 커피의 도시로 유명한 곳입니다. 각 체인점들마다 같은 커피콩과 기계로 뽑아주는 브랜드 커피를 선호하는 한국사람들과 다르게 멜버니안들은 자신만이 선호하는 커피 스타일이 제각각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멜번 시내 카페를 몇 곳만 가보아도 각 카페에서 선보이는 커피의 맛과 향이 각자의 개성을 선보인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커피를 잘 알지 못합니다. 미각이 그다지 예민하지 못한 편이라 커피는 그저 아침잠을 물리치는 하나의 도구로 여겨왔어요. 그런 저도 멜번 살이 2년 차쯤부터는 쓴맛, 신맛 그리고 향을 조금씩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유명한 카페를 찾아다니고 제 입맛에 맞는 가게를 선호하게 되었죠.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역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서 제일 큰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전날의 숙취와 잠을 물리치기에 급급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외 우유가 들어가거나 뜨거운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던 제가, 이제는 플랫 화이트를 선호하고 우유의 종류도 골라 먹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화에서는 '커알못녀 (커피를 알지 못하는 여자)'인 제가 멜번 커피에 대한 정보와 함께 그간 탐방해온 멜번의 유명한 카페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커알못녀의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왜 하필 멜번의 커피가 유명한 걸까요?
역사적으로 차문화 (Tea 문화)가 발달한 나라들은 수질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호주 역시도 수돗물에는 석회가 들어 있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생수를 사서 마십니다. 영국의 영향과 일찍이 호주에 자리잡기 시작한 중국 이주인들의 영향, 그리고 좋지 않은 물맛 덕에 호주에도 오래전 차문화가 자리를 잡았죠. 멜번 차문화에 관하여 수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는 달리 어떻게 멜번이 커피로 유명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2차 대전 이후 이곳으로 이주해온 남부 지방 유럽 사람들의 영향으로 차문화에서 커피 문화로 넘어오게 되었다는 주장이 가장 많았어요.
또 호주 최초의 에스프레소 기계가 멜번 디그레이브 스트릿 한 카페에 처음으로 설치되었던 역사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멜번 사람들의 커피 자부심과 애정은 전 세계 그 어느 도시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멜번 커피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
1. 호주 사람들은 아이스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커피에 왜 얼음을 넣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2. 호주 카페에서 만나보는 메뉴판에는 한국에서 보지 못한 커피들이 가득하다. (사실은 같은 커피를 다르게 부르거나 제조법이 약간 달라 이름이 다르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3. 멜번에는 시내만 해도 수백개의 카페가 존재하고 매일 같이 새로운 카페가 개업을 하고 또 폐업을 한다. 그런데 이 수많은 카페 중 커피 맛이 똑같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스타벅스와 글로리아진스,더 커피 클럽 등의 커피 브랜드 체인점들 밖에 없다.
4.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타벅스의 성장이 더딘 나라.
#아메리카노 vs 롱블랙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을 맛은 같지만 이름만 다른 커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커피랍니다. 맛은 비슷할지 몰라도 만드는 레시피는 다르답니다. 우선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의 차이를 맛으로 구별해 보자면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의 중간은 롱 블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표현은 커알못녀인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표현입니다.
우선 두 개의 커피는 제조법부터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커피 윗부분에 크레마의 존재 유무인데요 크레마는 Creme 즉 크림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커피를 추출하면 가장 윗부분에 누런색의 거품이 생기게 되는데 이 부분을 크레마라고 부릅니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두 샷을 추출한 후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크레마를 없애며 제조하는 반면 롱블랙은 뜨거운 물을 먼저 채워둔 잔에 에스프레소 두 샷을 추출해 크레마를 그대로 살려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아메리카노에는 얼음을 넣어도 맛에 큰 차이가 없지만 크레마를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는 롱블랙의 경우 얼음을 넣어 크레마를 없애는 것을 올바르지 않은 커피 제조법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 라떼 vs 플랫화이트
라떼와 플랫화이트의 공통점은 우유가 가득 들어가 고소한 풍미와 부드러움을 선사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라떼와 플랫화이트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손을 조금만 유심히 관찰한다면 이 두 가지 커피의 차이점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답니다.
라떼와 플랫화이트의 경우 모두들 알고 계시다시피 우유가 들어갑니다. 그러나 냉장고에서 꺼내온 신선한 우유를 들이붓는 것이 아닌 프로팅 과정을 거친(Frothing 요란한 소리와 함께 뜨거운 스팀으로 우유를 데워 거품을 내는 작업) 뜨거운 우유를 섬세하게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차이점을 이야기해보자면 라떼의 경우 에스프레소 샷 위에 프로팅 과정을 통해 스팀으로 데운 우유 (Thikened Milk라고 표한합니다)를 가득 넣어주고 가장 윗부분을 거품으로 살짝 채워주어요. 그러나 플랫화이트의 경우는 에스프레소 샷 위에 Thikened Milk만을 가득 부어 줍니다. 그리고 두 커피 모두 라떼 아트 작업을 통해 각 바리스타의 개성을 살린 다양한 문양 또는 그림을 표현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된답니다.
# 아이스커피
한국에서 주문하는 아이스커피에는 늘 내가 주문한 커피와 함께 잔속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얼음 조각들로 가득 채워집니다. 그러나 호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커피에 얼음을 넣어 맛을 맹숭하게 만드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호주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시키실 경우 얼음 대신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과 일정한 양의 우유가 가득 채워져 나오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만약 내가 주문한 커피를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면 아이스커피라는 단어 대신 'Iced Coffee' 혹은 'Full of Ice Cubes'라고 직선적으로 표현해주셔야 합니다. (만약 full 이란 단어를 사용하시지 않을 경우 얼음이 10조각 미만으로 감질맛 나게 띄워져 나오는 미지근한 커피를 드시게 됩니다.)
#나에겐 스타벅스가 최고였는데...
멜번 생활 첫 해와 둘째 해, 저는 한 직장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에게는 회사 근처에 위치한 스타벅스 카페가 최고였죠. 매일 점심 간단한 과일 샐러드나 요거트와 함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었던 시절, 멜번 시내와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컵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던 그런 시절도 있었네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를 따라 방문하게 된 멜번 탑 10 리스트 안에 드는 Hardware Society 하드에어 소사이어티에서의 티타임을 계기로 저는 멜번 시내 곳곳에 위치한 유명 카페들을 하나씩 방문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커피가 맛있어서도, 커피에 관심이 생겨서도 아닌 그저 '멜버니안으로써의 의무감' 그리고 '블로거로써의 의무감'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그 의무감이 저에게 커피로의 신세계를 안내할 줄 누가 알았나요? 기다림이라면 딱 질색인 B형의 양자리인 제가, 한 시간씩 줄을 서가며 맛본 환상의 플랫화이트와 브런치들!
다음화에서는 저의 카페 탐방기와 함께 멜번 시내에 위치한 유명한 카페들 중 제가 직접 방문해본 곳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