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당장 줄이고 000을 시작하라!
그래, 공부 좀 못하면 어때.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집에서는 제 자식을 키우고 밖에서는 자식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저 또한 예외는 아니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제 자식이 공부를 잘했으면,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공부, 정말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 걸까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작년에 저는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요.
그중 격한 공감과 굉장한 깨달음을 주었던 책이 바로 <공부머리 독서법>이었습니다.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들어서 지식을 아는 것과 직접 읽어서 아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 학원, 학교, 동영상 강의 등 수업을 듣는 행위는 결국 누군가가 말로써 전달해주는 것이다.
- 이렇게 말로 전달된 내용은 그러나 막상 글로 읽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 결국 공부를 잘하기 위해선 스스로 글로 읽어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 말로 들어 이해한 내용을 막상 교과서를 펴고 읽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은 드물다.
- 따라서 누군가가 떠 먹여주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교과서나 책을 보고 읽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적극적 공부를 해야 한다.
- 이것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다.
이 책에 대해 정말 격한 공감을 하는 이유는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쳐봤을 때 바로 이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수업 장면을 하나의 예로 들어볼까요?
수학 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반은 요즘 수학 시간에 <소수의 곱셈> 단원을 배우고 있습니다. <소수의 곱셈> 단원은 아이들이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 비교적 쉬운 단원입니다. 아이들이 막힘없이 문제를 잘 푸는 단원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익힘책을 푸는 중 아이들이 유독 질문을 많이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푸는 식은 35*2.3으로 이 정도 계산은 저희 반 모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왜 이 쉬운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봤더니 아이들이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짧은 글의 해석 자체를 할 수 없었던 탓이지요.
이러한 현상은 국어 시간에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국어 교과서엔 제법 긴 분량의 글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긴 글을 혼자 읽도록 하면 아예 읽지 않거나 지루해하는 학생들이 있어 돌아가며 몇 문장을 읽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학생들이 글을 읽는 모습을 보면 여기서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명확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한글을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답니다. 두 문장을 읽는데도 어디서 띄어 읽어야 할지 몰라 엉뚱한 곳에서 띄어 읽는 아이, 더듬더듬 아주 느린 속도로 읽는 아이, 계속 글자를 틀리게 읽는 아이 등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개 학업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은 막힘없이 글을 술술 읽어나가지요.
그런데 신기한 점은 평소 학습 수준이 낮은 아이들 중에서도 글을 유창하게 읽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요. 이 친구들이 학습 습관을 잡아주고 교사가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워 학습에 참여하게 만들면 학습 능력이 쑥쑥 향상된다는 점입니다.
‘아, 이게 책 읽기가 정말 진짜 진짜 중요하구나.’
제가 느끼고 느끼고 또 느끼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이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강조하고 강조하여도 쉽게 바뀌지가 않더군요.
저희 학급에서는 3월부터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 수다 시간을 가진 뒤 독후 감상문을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책에 담을 쌓고 살아온 아이가 여름 방학에 스스로 부모님과 서점에 가자고 하여 책을 사 읽는다거나,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거나, 독서 능력이 향상되는 등 성과가 있긴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책을 생활화하고 책을 읽으며 느끼는 기쁨을 경험하기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 반 아이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선생님, 책은 막상 읽으면 진짜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책에 손이 가기까지가 참 힘들어요. 선생님이 책 읽기 인증 과제를 내주시면 책에 빠져서 한참을 읽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혼자서는 책이 펼쳐지지가 않는 걸까요.”
저는 자유 시간이 생기면 항상 책부터 펼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운동을 하면서 러닝머신을 뛰는 동안에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어요. 오징어게임- DP- 지옥을 격파하고 요즘에는 금쪽같은 내 새끼- 나는 솔로- 돌싱글즈를 시청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나요. 제가 자유 시간에 스마트폰만 부여잡고 이 프로그램들을 정주행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나서도 책을 펼치기보단 스마트폰의 뉴스나 쇼핑, 웹툰, SNS 등 스마트폰 세상 속만 부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물며 어른도 이러한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이 정말 유튜브를 많이 시청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지옥은 또 어떻게 구해서 보는지 5학년 아이들이 “그만해, 이러다 우리 다 죽어”, “화살촉! 화살촉!”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을 보면 그냥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부모님이 오징어게임을 보실 때 같이 봤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부모님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 또한 아이가 코로나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몸을 꼬며 심심함에 몸부림칠 때, 그러다가 결국 그 화살이 부모를 들들 볶는 것으로 이어질 때면 만화를 틀어 상황을 잠재우곤 합니다.
“딱 두 개만 보고 끄는 거야” 하고 엄포를 놓지만 아이가 만화를 보는 동안 누릴 수 있는 달콤한 평화와 휴식의 유혹에 못 이겨 아이가 하나만 더 보겠다고 조를 때 못 이기는 척 “알았어 그러면 딱 하나만 더 봐” 하고 말지요. 그렇게 만화를 1시간을 보여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순간 쾌감을 주는 자극적인 것에 빠지지 않고
진득하게 앉아 사색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유튜브 시간은 독하게 줄이고 그 시간을 책으로 채우려는 노력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아침 시간을 적극 활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저희 반은 8:30까지 아이들이 등교하여 매일 아침 20분 간 책을 읽습니다.
이렇게 읽어낸 책들이 9권이 되지요.
가정에서의 경우는 어찌할 수 있을까요.
결국 부모가 책 읽기를 시작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요.
엄마, 아빠는 초등학생이 살짝 봐도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보는데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으라며 잔소리를 한다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요.
저는 제 아이를 사실 많이 놀아주진 못합니다. (4세와 눈높이를 맞추며 놀기란 저의 능력 밖이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책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어준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실감 나게 연기하면서 잘 읽어주는 것 같아요.ㅎㅎ
그리고 아이 앞에서 책 읽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하고 아이에게 물으니 ‘엄마는 책 읽는 사람’이라고 답하더군요.
마지막 방법은 아이가 읽는 책을 부모가 함께 읽는 것도 좋습니다. 여름 방학 때 저희 반 학부모님 중 한 분이 아이가 읽는 책을 같이 읽으셨대요. 딸아이가 학교에서 하던 독후 수다를 엄마와도 하고 싶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와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씀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겨울 방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역대급으로 늘어 전면 등교가 취소되고 내년에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당장 올 겨울방학부터 집에서 부모와 아이 모두 책 읽는 시간을 늘려보는 게 어떨까요.
저희 반에서 아이들과 읽었던 책들도 아래에 함께 소개해두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가득했던 아이들의 시간이 좋은 책들로 채워지길 희망합니다.
아울러 모든 부모의 숙원 사업인 아이들의 학습 능력도 함께 오르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많은 아이들이 보다 아이답고, 아이들이어서 가능한 재미있고 독창적인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길 바랍니다.
<2021 5학년 1반에서 읽었던 책>
* 재미와 감동 보장
1. 긴긴밤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책.
동물 친구들이 함께하는 긴긴밤의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결국 눈물이 흐른다.
https://blog.naver.com/ericpoison/222590261077
2.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말이 필요 없는 스테디셀러.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기 좋은 책. 유튜브에는 영화가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집콕할 때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면 최고!
https://blog.naver.com/ericpoison/222340240925
3. 블랙아웃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 더욱 공감 가는 책. 단순한 재난에 관한 내용 이상으로 인간의 이기심, 어른의 이기심 등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
https://blog.naver.com/ericpoison/222391042448
4.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남학생들이 특히 좋아했던 책. 아이는 그 자체로 행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을 읽고 아이가 오롯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만한 소소한 이벤트를 해보는 것도 추천!
https://blog.naver.com/ericpoison/222301702770
5. 시간 가게
현재를 참는다고 행복한 미래가 오지 않아. 현재는 현재대로 행복해야 해.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희생하기를 강요하지 마. 부모와 아이가 읽으면 더욱 좋을 책!
https://blog.naver.com/ericpoison/222016838992
6. 해리엇
평소 눈물이 없던 아이도 울컥하게 만들었던 책. 인간만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체가 공존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 동물들이 보여주는 우정은 감동 그 자체!
https://blog.naver.com/ericpoison/222477373694
7. 나를 찾아줘
남이 생각하는 내가 아닌, 내가 스스로 만드는 나. 다양한 가족의 문제를 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책.
https://blog.naver.com/ericpoison/222537452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