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볼짝을 밀어낸 솜방망이가
날 간택한 순간 다짐했어
네 유연한 태가 서글플 때
기댈 등이 되어주겠다고
천장에 바닥에 생채기가
발 달린 흉터가
마냥 밉지만은 않은 건
그 때문이겠지
애옭, 옹오옭
뭉갠 발음으로
선반을 넘나들며
이리 높이 너는 올 수 없지, 하고선
고개를 내밀고 까딱, 눈짓하는
낮고 고운 등선이 살살 기지개 켜는 어느 오후
봄볕 굽어 졸음을 달래고
작은 네 콧소리에 감동하는 나의
꿈은 털뭉치로 부풀어
담을 넘는다
이 시를 쓰면서 떠올린 대상은 내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다.
여름에 태어난 그 아이는 새파란 눈이 보석 같아 잔잔한 울림을 주는, 애교가 많은 아가씨다.
단톡방에 친구가 그 아이의 사진을 자주 올렸는데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모습이 뜻깊었다. 고양이와 집사의 유대감에 대해 쓰고 싶어 골몰하다가, 집사의 입장에서 시를 써 보면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뜻하던 대로 귀여운 시가 나와서 마음에 든다.
숱하게 의심하면서도 결국 다시 사랑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결국 누구나 다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너희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알고 있느냐고.
그러니 이만 스스로를 쉬게 해 줘도 된다고.
봄볕에 우리를 내맡겨 단잠이나 맛나게 자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