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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지석 May 31. 2019

#11. 시간 약속

人間에서 時間

프랑스 축구선수 은골로 캉테, 축구팬에게는 캉요미로 잘 알려진 선수다. 많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검소한 생활과 친근한 이미지,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실력으로 캉테를 싫어하는 축구팬은 많지 않다. 하지만 성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캉테도 살면서 지각을 피하긴 어려웠나 보다. 소집훈련 때 한번 지각한 적이 있는 캉테는 다음 소집훈련 땐 지각을 면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보다 무려 6시간이나 일찍 갔다는 스토리가 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남들보다 항상 1시간 일찍 훈련장에 도착해서 누구보다 늦게 훈련장을 빠져나간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축구 천재라고 부르지만 높이 나는 새가 되기 위해 매일 자신과의 시간 약속을 엄격히 지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군대에서 시간을 강조하는 이유

군 복무가 내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은 '시간 개념'이다. 군에서 훈련소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집합 10분 전!'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군 경험이 없더라도 중학교 수련회를 받았던 시절로 기억을 더듬으면 무서웠던 조교 형, 오빠들에게 '집합 10분 전!' 소리를 아마 들어봤을 것이다.


군대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는 전쟁이 났을 때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내 또래들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에 전쟁의 무서움을 체감하지 못한다. 군대의 필요 이유는 이러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겨루는 최후의 승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죽음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에서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친구와 나랑 살고 있는 평화로운 자취방에 빈집털이 도둑이 들었다. 

밖에 있던 우리는 우연히 집 밖 창문을 통해 집안에 있는 도둑을 보게 됐다.

친구와 나는 칼을 들고 있는 왜소한 체격의 도둑을 건장한 성인 남자 두 명이면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각각 정문과 후문으로 나눠 들어가 도둑을 제압하기로 했다. 핸드폰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 도둑이 소리를 듣고 알아챌 것 같아 친구와 나는 1분 후 정각에 문을 박차고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서로 약속된 시간과는 다르게 들어간 탓에 친구는 칼을 맞고, 도둑은 그대로 도망가버렸다.


터무니없는 예로 볼 수도 있지만 자취방을 국가 영토로, 친구와 나를 동맹군, 도둑을 적으로 가정해 대입해보면 군에서 강조하는 시간 역할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에서는 훈련받을 때부터 그렇게 집합시간과 시간 준수를 강조한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중학교 사춘기 시절부터 만난 친구 M군은 친구들과 만날 땐 항상 1시간씩 늦고, 늦으면 늦은 대로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고등학교 때도 호기롭게 지각을 하던 친구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런 지각쟁이 친구도 군대에서 주입된 강제 시간 개념을 바탕으로 회사원이 된 지금은 지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인춘풍 지기추상

이렇게 생겨나게 된 강제 주입식 시간 개념은 고맙게도 내 일상에 도움이 되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침에 서두르게 되면 꼭 물건을 하나씩 놓고 나온다. 특히 아침에 급하게 나와서 하나씩 사게 된 립밤은 몇 개인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그래서 조금 유난일 수 있지만 정해진 약속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 늦게 도착해서 좋지 않은 경우는 있었지만 일찍 도착해서 나쁠 건 없었다. 간혹 일찍 도착한 탓에 갑작스레 약속이 변경되면 헛걸음을 할 때도 있지만 그 정도는 흔치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나쁜 경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여유롭게 다니면서 준비하는 게 일상이 됐다.


시간은 멈춰 서서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온 사람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기다림이 익숙해지면서 혼자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만남을 준비하면서 각종 검색을 하기도 한다. 


시간이 가져온 여유로움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고, 생각대로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를 얻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간 약속을 지키는 건 타인에겐 봄바람을 불어넣고, 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엄격함이 있어야 한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
타인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자신을 대할 땐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 - 채근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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