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8할이 정말로 식단일까?
오래전에 아이유가 한 토크 쇼에 나와서 자신의 다이어트 방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침에 고구마 2개, 점심에 사과 1개, 저녁에 단백질 음료. 끝!’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어떻게 저렇게만 먹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할까?’ 했다. 아이유가 3단 고음으로 한참 인기를 끌 때였는데, 만약 저런 식단을 내가 먹는다면 3단이 아니라 1단에서 쓰러질 것 같다며 그녀에게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가진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트레이너가 되고 보니 ‘과연 저게 옳은 걸까?’ 하고 곱씹어 보게 된다. 굳이 아이유가 아니더라도 큰 화제가 되는 여자 연예인들의 식단을 보면, 죽지 않을 만큼만 먹으면서 ‘뼈만 빼고 모조리 빼 버리겠다’ 하고 작정한 것 같다. 트레이너로서 진심으로 걱정되어 연예인들을 주로 관리하는 동료들에게 물었다. 그들 말로는 요즘 연예인들은 공개된 식단과 함께 적으면 4가지에서 많으면 9가지 정도의 영양제를 추가로 먹는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보디빌더들도, 트레이너들도 시즌 때는 초절식 식단과 각종 보충제를 병행해서 먹는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다행이네’ 하면서도, 과거엔 그런 줄 모르고 무작정 따라 하며 몸을 혹사했었다는 생각에 약간 억울했다.
다이어트에 문외한일 때는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들의 다이어트를 자주 따라 했었다. 복잡한 영양소 균형이 어쩌고 총열량이 어쩌고 하며 하나하나 따지지 않아도 되고 그저 따라 하면 되는, 참 편한 다이어트였다. 운동까지 곁들이면 일주일에 5~6kg 빼는 건 일도 아니다. 아주 가끔 다이어트 기간이 길어질 때면 몸살이 나거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지만, 체중계 숫자가 쭉쭉 내려가는 데 그런 것쯤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피곤하니까 생기는 일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평생 그렇게만 먹고사는 건 불가능했다. 원하는 숫자를 찍으면 다이어트 식단을 중단하고 원래대로 먹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체중은 고스란히 돌아왔다. 때때로 체중계는 다이어트 이전보다 더 무거워졌다고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뺄 수 있다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모 연예인의 다이어트 성공 방법’이 아니더라도 식단을 위주로 하는 다이어트를 많이 했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체중은 반드시 돌아왔다. 한 살씩 늘면서, 트레이너 일을 하면서 성공률은 더 떨어졌다. 딱 29살부터는 식단만으로 하는 다이어트의 성공률은 아예 ‘0%’가 되었다. 체중은 조금 줄지만, 막상 체크해 보면 체지방은 그대로이거나 되려 늘어있다. 체중이 줄어든 만큼 근육이 사라졌을 뿐이다. 그러나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는 90% 이상의 확률로 성공해왔다.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의 가장 큰 장점은 ‘잘’ 먹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점이 제일 좋았다. 배달음식과 술, 인스턴트는 한동안 끊어야 했지만, 예전에 해 왔던 다이어트 식단과 비교하면 이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물론 운동하는 도중엔 ‘아, 그냥 안 먹고 운동 안 할래’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먹고 싶은 음식 마음껏 먹어도 살이 빠지고, 요요가 없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할 때면, 운동할 때 들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두 주먹 불끈 쥐며 ‘그래, 열심히 해야지’ 하고 만다. 사람 참 간사하다.
체중 감량은 쉽다. 식단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장 빠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의 핵심은 ‘유지’라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좋아하는 치킨을 10번이나 외면하면서 뺀 지방이, 단 한 마리의 치킨으로 돌아온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 그래서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는 감량은 더딜지라도 아주 오랫동안 유지된다. 어떤 운동이라도 좋다. 운동하면 활동 대사량이 증가하고, 근육이 만들어지며 기초 대사량이 올라간다. 일단 기초 대사량이 높아지기만 하면, 친구와 커피 마시며 종일 앉아서 수다 떨어도 소비되는 열량이 높아진다. 설령 프라푸치노를 한잔쯤 마신다고 해도 아무 지장 없다. 진짜 다이어트 성공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회원들은 종종 연예인 식단을 해보고 싶은데 어떠냐고 묻는다. 그럴 때 나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연예인 식단 따라 하다가 간밤에 실려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을 따라다니며 케어하는 사람이 몇인 줄 아느냐고, 그 많은 영양제를 시간 맞춰 다 챙겨 드실 수 있느냐고 되려 묻는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이어트를 갓 시작하는 회원들에게 절대 닭가슴살부터 시키지 말라고 한다. 먼저 식단을 점검하고, 나쁜 음식을 줄이며 좋은 음식을 늘리라고 권한다. 호기롭게 시작한 식단에 금방 지쳐버리고, 뭘 먹었냐는 나의 질문이 두려워서 눈치 보며 결석하는 일 만들지 말라고 한다.
다이어트에서 식단의 영향력이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나에게 둘 중 하나를 먼저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운동이다. 운동으로 몸의 대사를 먼저 활발하게 하고, 소비 칼로리를 높인 다음 식단을 조절해도 늦지 않다. ‘그냥 안 먹고 운동 안 할래’ 하는 말 새빨간 거짓말이다. 우리는 먹게 되어 있다. 이제껏 많이 겪어봐서 너무 잘 안다. 그러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짧은 운동이라도 시작하는 게 어떨까? 지긋지긋한 다이어트 이제는 졸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