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지친 당신을 위한 멘탈코칭
한 커뮤니티에서 질문 쪽지를 받았다. 한 달째 점심마다 샐러드만 먹고, 개인 PT도 받고 있는데 살이 안 빠진다, 몸도 몸이지만 점점 신경이 예민해진다며 어떻게 하면 다이어트 중 멘탈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 묻는 내용이었다. 쪽지의 질문은 7년 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9개월간 ‘다이어트 식단’으로만 먹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사람을 못 만나는 것은 당연했고, 점점 더 음식을 줄이는 것을 넘어 거식증에 가까워졌다. 점점 나를 찾는 사람도, 사람을 찾아 나서는 일도 극단적으로 줄었다. 다이어트가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유일한 낙이었던 체중 감량도 거의 사라지자 내 신경은 칼끝보다 날카로워졌다. 자책과 우울감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많은 음식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렸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참 바보 같았다. 이 정도가 되면 다이어트를 포기할 법도 한데, 당시에는 ‘다이어트 중단’이란 개념 자체가 내 머릿속에 없었다. 다이어트를 중단할 수 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몸을 몰아붙일 리 없었다. 빈혈과 탈모, 몸살을 매일 끼고 살았다. 모두가 운동을 쉬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던 나는, 결국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세상이 핑핑 돌 때쯤이 되어서야 겨우 운동을 멈추었다. 한번은 비틀비틀 겨우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꿈의 48kg은 코앞이었지만, 내 눈앞에는 푸석푸석한 얼굴에 축 처진 피부를 한 사람이 있었다. 20대 초반이라곤 믿기지 않았고, 최소한 내 눈에는 골룸같이 보였다. 끔찍했다. ‘내가 원하던 건 이게 아닌데’ 했다. 그 충격으로 극단적인 폭식을 시작했다. 참아왔던 식욕은 폭발했고, 운동은 끊어버렸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해결책이 생겼다.
다이어트에 몰두할 때는 다시 살이 찔까 봐 두려웠었다. 먹기만 하면 모두 지방으로 갈 것이란 생각에 음식만 봐도 소름이 끼쳐 거식증까지 갔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해 두었던 운동과 몸이 그토록 원했던 휴식, 영양이 채워지면서 ‘몸이 예뻐졌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다시 한번 내 몸을 마주했다. 확실히 훨씬 보기 좋았다.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대신 유산소 운동을 대폭 줄이고, 근육운동에 집중했다. ‘내 몸은 선천적으로 마른 몸이 아니구나’ ‘48kg에 예쁜 몸은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쿨하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즈음 연예인들의 168cm, 48kg은 거짓일 확률이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이 부분은 다음번에 다루겠다)
물론 체중은 급속도로 올라, 한 달 사이에 51kg에서 58kg까지 올랐지만, 근육이 7kg, 지방은 1kg이 늘었다. 그 이후에도 체중은 조금씩 올랐다. 하지만 지방은 조금도 늘지 않고 모두 근육량이 늘었다. 그때부터 나는 두 번 다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고, 조금 빼야겠다 싶어도 식단 조절을 하지 않는다. 오직 운동으로만 조절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식단이 통하지 않았다. 체중은 어떤 식단으로도 내려가지 않았고, 만일 내려간다면 근 손실이었지 지방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운동으로는 근육량이 늘면서 지방이 ‘태워졌다’.
그래서 나는 극단적인 식단을 하거나 멘탈이 흔들릴 정도의 다이어트 고민을 들으면 두 가지를 먼저 제안한다. 다이어트를 그만두거나 운동은 쉬면서 음식을 더 먹거나.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한다. 불안한 동공과 미심쩍은 표정을 짓지만 내가 트레이너니까, 해 본 사람이니까 그냥 따라주는 것 같다. 다행히 결과는 언제나 퍼펙트였다. 운동은 자신의 다이어트 기간의 1/4을 쉬라 한다. 쉬는 것이 정말 싫으면, 운동 빈도를 반으로 줄여버린다. 정신적으로 힘들 정도인데 끄떡하지 않는 몸이란 것은 진정으로 휴식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일 권장칼로리의 1/3을 추가한 식단을 짜서 일지로 받아본다. 남자는 약 3000kcal, 여자는 약 2500kcal 기준으로 먹으라 한다. 대신, 빵, 과자, 분식은 안 되고 정해진 시간에 충분한 단백질과 각종 고기(삼겹살도 괜찮다) 등 먹고 싶은 음식은 가리지 않게 한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은근히 신나 한다.
운동 내용은 전폭적으로 바꿔버린다. 다이어트는 웨이트 보다는 유산소성, 중량보다는 횟수에 집중하지만 유산소 운동 역시 반으로 줄이고 웨이트에 조금 더 집중한다. 가장 만들고 싶은 부위(예를 들면, 복부, 팔뚝 등) 운동을 중심으로 해 준다. 물론, 국소적인 부위 운동은 효과가 없고, 지금 당장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그 사람의 정신 건강과 불안한 마음을 잡아주기엔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웨이트를 두려워하는 여성들에게는 이때 ‘웨이트 해도 예쁜 몸 만들 수 있어요’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멘탈 코칭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거울과 체중계는 모두 피하게 하고, 심한 사람은 압수(?)하기도 한다. 대신 ‘아이 쇼핑’을 권한다. 이건 주관적인 경험에서 나온 방법인데, 다이어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입을 옷도 없고, 입고 싶은 옷도 넘쳐나기 마련이다. 나도 그때는 식비 대신 의류비가 엄청나게 늘었었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을 위해 진짜 쇼핑은 자제시킨다. 제일 처음엔 멋모르고 무작정 사재기했지만, 사둔 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모두 버렸다. 몇 번의 쇼핑 실패 후엔 요령이 생겼다. 그래도, 나에 대한 보상이라며 싼 옷으로도 사봤지만 ‘싼 게 비지떡’ 한 계절도 잘 못 입은 적도 많다. 최종적으로 찾은 방법이 예쁜 옷 구경 다니며 한 번 입어보는 것이다. 다이어트 전엔 엄두도 못 내던 옷을, 매장에 자신 있게 들어가 한 번 입어보는 것만으로 자존감이 올랐다. 입어보지 않아도, 점원이 “한 번 입어보세요” 하는 것만으로 신났다. “저희 가게엔 66까지 밖에 없어요.” 하며 눈치받던 때를 생각하면 ‘나 잘하고 있구나’ 싶었다.
괜찮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 너무 잘하고 있어서 몸이 잠깐 태클 거는 거고, 마음을 흔드는 거다. 지금 몸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묻는 중이라 생각하자. “진짜 이렇게 할 거야? 뺄 거야? 이게 최선이야?” 하고 말이다. 멘탈이 흔들릴 정도라면 이제 다 왔다. 몸을 조금만 달래보자.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