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 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
작년 2019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프랑스 영화, 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은 그동안 수십 차례의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뮤지컬로까지 옮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 달라 보인다. 무엇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레 미제라블' 영화를 만든 감독은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라지 리 (Ladj Ly) 흑인 감독이다. 올해 40세인 라지 리 감독은 본인이 직접 자란 프랑스 파리 외곽 동네인 몽페르메이 (Montfermeil) 도시를 이번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했다. 10년 전, 경찰이 수갑을 채운 소년에게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언론에 알리고 단편영화로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 단편을 장편영화로 확장한 것이 바로 이번 영화, 레 미제라블이었다. 지금까지 15년 간 현실성 짙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그의 노력이 이번 영화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프랑스에서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화려하고 우아한 파리의 모습이 전부로 착각될 수 있다. 파리 시내에서 30분도 채 떨어지지 않은 외곡 동네에서 아프리카, 중동 곳곳의 이민자들이 모여 살아가는 도시 빈민가를 그려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영화의 배경인 몽페르메이 (Montfermeil) 도시가 바로 그 대표적인 빈민촌을 보여준다. 오래된 아파트 건물과 허름한 상가들 사이 각기 다른 인종 (흑인 아프리카 계, 중동 무슬림 계, 흑인 무슬림 계, 중남미 히스패닉 계) 들의 빈민가를 장악한 범죄 조직과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이 있다. 그들 사이에 폭력과 부패를 남용하는 경찰이 존재하며, 이들의 얽히고설킨 불안한 하루하루의 일상이 나타난다.
이번 레 미제라블 영화의 경찰 역할을 담당한 배우 3명을 제외하고 모든 다른 배역은 몽페르메이 동네 주민들을 섭외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나 현실에서 보일 듯한 연기자들의 모습을 보고 실제 '배우'인지 실제 '주민'인지 헷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주민이라고 하기에는 전문 배우 못지않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에 놀랐기도 하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가장 핵심 이야기인 부패한 경찰과 권력을 남용하는 어른들의 파워에 전면 맞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직 어른이 되기에는 어린 10대 청소년들의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또 다른 폭력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유일하게 아이들이 살아온 폭력적인 시스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었고 폭력 말고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력이 더 큰 폭력을 낳는다는 영화 속 비극의 아이러니는 라지 리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현실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2018년 11월 시작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대를 기억할 것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상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에 프랑스 정부의 반응은 경찰을 앞세운 폭력이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폭력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몇 달간의 서로 간의 폭력사태가 벌어진 후에야 정부는 시민들의 입장을 듣기 시작했던 것이다. 리 감독은 "폭력을 결코 지지하지 않지만, 때로 폭력이 동반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봅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빈곤과 소외를 포함한 사회의 분노에 맞서 싸우는 전 세계 시민들의 싸움을 지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회의 부당함에 맞서 싸워 나가는 시민들에게 결코 그들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공감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며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그의 메시지가 드러났다.
이번 영화의 배경인 몽페르메이는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 소설을 집필한 도시이기도 하다. 영화의 엔딩에 나온 위고의 문장으로 마무리하겠다.
"세상에는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소. 다만 나쁜 농부가 있을 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