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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Jun 03. 2020

9. 터치(タッチ)

작가의 대표작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굴레이자 저주가 된 작품. 

A. 기본 개요 - ‘국민 여동생, 미나미를 탄생시킨 작품.’ 

1981년부터 1986년에 완결된 작품으로, ‘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의 대표작 중에 하나이자, 일본 소년 만화의 전설이다. ‘쇼가쿠칸(小学館)’의 ‘주간 소년 선데이(週刊少年サンデー)’에서 연재되었다. 


‘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의 열다섯번 째 만화 작품이자 9번째 장편 작품이다. 또한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인생 작품이기도 하고 일본 만화 역사 상 최초로 단행본 판매부수가 5천만부를 넘은 작품이기도 하다. 


‘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의 작품 답게 고교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남녀남여 가리지 않고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작품이며, 특히 여주인공인 ‘아사쿠라 미나미(浅倉南)’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른바 일본의 국민 ‘여동생’ 취급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B. 
줄거리 – ‘운명의 삼각관계 그리고 죽음.’ 


우에스기 타츠야(上杉達也)와 우에스가 카즈야(上杉和也)는 쌍둥이 형제이자 중학교 야구 선수. 야구를 할 때도, 공부를 할 때도, 친구들과 팀원들을 대할 때도 항상 진지한 카즈야와 달리, 형 타츠야는 공부도 잘 못하고 여자만 밝히고 놀기를 좋아하는 문제아였다. 


이들 형제에게는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소꿉친구인 아사쿠라 미나미(浅倉南)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셋은 항상 붙어 다녔고, 모든 것을 함께 했지만, 언젠가부터 서로가 서로를 이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에 이르러, 결국 셋은 미묘한 삼각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관계를 서로 정리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고교 진학 후에도 여전히 학업과 야구 연습을 게을리하는 형과 달리, 소속된 부활동에서 에이스 투수로 활약하는 카즈야. 그리고 그런 카즈야를 바라보며 미나미는 자신을 코시엔(甲子園)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지역 예선 결승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카즈야는 교통사고로 그만 목숨을 잃게 되는데… 


C. 
중점설명 – ‘80년대 일본 스포츠 만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일본에서는 흔히 고교 야구를 소재로 삼은 만화 작품을 논할 때 ‘터치’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일본 최초로 ‘고교 야구’를 소재로 하긴 했지만 스포츠 만화로서의 장르에서 벗어나 주인공 남녀의 ‘연애’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열혈 스포츠 만화라는 컨셉에서 벗어나 러브코미디 적인 해법을 가미한 ‘나인(ナイン)’이라는 작품을 1978년에 선 보인 바 있지만, 고교 야구를 테마로 하면서도 야구 경기보다는 연애에 초점을 맞추고, 등장인물들에게 보다 입체적인 설정을 부여한 만화는 이 작품이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작중 야구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과정 또한 기존의 스포츠 만화들이 가지고 있던 이른바 ‘스포츠 근성(スポコン)’적 발상에서 벗어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레벨로 구성되어 당시 일본 만화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일본의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짧게 깎은 이른바 ‘스포츠 머리’라는 헤어스타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현실적으로는 현재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터치’ 이전의 일본의 스포츠 만화들은 작중 등장인물 모두가 같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는 반면, ‘터치’에서는 캐릭터의 특성이나 성격 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캐릭터들 모두 개성적인 헤어 스타일(주요 등장인물에 한해서지만)을 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 등은 당시 일본의 스포츠 만화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어, 여러 가지 의미에서 보다 복합적이고 복잡한 설정을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야구를 소재로 한 만화지만 여주인공이 ‘신체조(리듬체조)’부에 잠시 입부하여 체조선수로서 활약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였는데, 이것이 일본에서 ‘신체조’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D. 
그리고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사회적 현상이 된 아사쿠라 미나미. 


a. 여주인공인 아사쿠라 미나미(浅倉南)는 사실 당시 일본에서 국민적 인기를 구가한 아이돌 가수, 마츠다 세이코(松田 聖子)를 모티브로 창작한 캐릭터인데, 원작 만화 및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서 모티브가 된 인물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b. 아사쿠라 미나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이 만화를 읽고 새로 태어나는 여자 아이의 이름을 미나미라고 작명하거나 혹은 아이의 이름을 개명하려는 시도까지 벌어지는 등의 사회적 현상을 낳았다. 또한 ‘터치’ 이후 발표된 수많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TV 드라마나 연애 소설의 주인공의 이름이 미나미로 도배가 될 정도였으며, 만화의 연재가 종결된 1986년의 코시엔 결승 경기의 포스터 모델을 미나미가 장식하는 등 여러 전설을 낳았다.  


c. 다만 이 작품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남자들, 특히 쇼와시대의 남자들이 원하는 여성(가부장제도 하에서 완벽한 여동생이자 연인이자 딸이자 여성인)의 모습을 지니고 있고 연애관계에 있어서도 상당히 수동적이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묘사도 지극히 "남성"적이고 단순한 편. 



E. 총평


고교 야구를 테마로 삼고는 있지만 야구 이야기를 사실 거의 하지 않거나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게 하는 특징은 ‘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의 히트작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고교 야구, 특히 ‘코시엔(甲子園)’ 진출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보니 ‘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 또한 고교 야구를 상당히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작가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고교 야구를 싫어합니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야구는 그저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매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사실 이렇게 된 계기는 데뷔 이후 초기작들이 오늘날의 ‘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의 작품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역동적인 펜선으로 그린 소년 만화나 액션물이 많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한 탓도 있고, 이후 순정만화라는 장르를 접하면서 노선을 바꾼 것도 이유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문단에 데뷔하여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을 무렵에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장르가 열혈 스포츠 만화들이었다는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앞서 일본에서 야구를 소재로 한 만화를 논할 때 ‘터치’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의 만화 또한 '터치'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가 있다. 특히 이 작품의 연재 이후 나온 작품들의 대부분은 이 만화와 서사가 거의 비슷하거나, 아니면 이 작품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설정 및 전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고교야구를 싫어하지만 흥행을 위해 고교야구를 테마로 선정하여 거기에 연애물을 담아내는, 그러나 야구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지는 못하는'이라는 굴레가 씌워진 셈. 작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방영된 'MIX'가 대표적인 케이스. 쇼와시대에 머물러 있고, '터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래서 이 작품은 작가에게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자 동시에, 하나의 패러다임에 갇혀버리게 된 굴레이자, 저주이기도 하다.  


이 만화를 읽는데 필요한 덕력지수: 27


접근성: 2

난이도: 3

특색: 8

재미 포인트: 7

감동 포인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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