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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Jan 20. 2021

차기 국산 경기관총은 정말 '그닥'인 물건인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불만은 좀 있긴 하다.

*월간 플래툰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본인이 투고한 기사임을 미리 밝힙니다.(일부 내용은 플래툰 매거진과 약간 상이할 수 있습니다) 

최근, K12 기관총과 K15 경기관총의 성능을 두고 일부 주류 언론 및 방위 산업 전문 매체를 표방하는 일부 매체들, 그리고 군사전문가를 칭하는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등에서 해당 총기들에 대한 근거 없는 흑색보도가 연이어 게재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기사 중에 일부는 나름 ‘합리적인 의심’이라 볼 수 있는 여지를 가진 기사 내용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의 경우 정확한 팩트나 총기 데이터를 가지고 작성하거나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취재하여 결론을 낸 것이 아닌, 개인의 억측에 근거한 부분이 많은, 이른바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알맹이는 없는 허위 기사들이 많았다. 


차기 분대지원화기로 선정된 S&T Motiv의 K15 경기관총


특히, 자신을 소위 ‘군사전문가’로 포장하거나, 혹은 ‘군사전문가’로서 활동 중이며 나름의 인지도를 보유한 이들이 허위에 가까운 사견을 마치 팩트인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문제의 여지가 많다고 판단, 이번에 거론된 K12 및 K15 기관총에 대한 개발업체의 입장을 소개하는 한편, 몇몇 매체에서 다룬 기사들에 대한 팩트 체크와 필자의 견해 등을 몇 마디 적고자 한다. 


그전에 먼저, 분대지원화기라는 물건이 도대체 무엇인지, 다들 알고 계신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자. 


분대지원화기(Squad Automatic Weapon)의 ‘사전적 정의’는 ‘자동발사가 가능한 총기 중에 보병 분대 혹은 일정 규모의 부대에 탄을 자동으로 발사하여 일시적으로 그 화력을 증강, 또는 보조할 수 있는 화기’를 의미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L110A1 분대지원화기를 운용 중인 영국군 병사. 현재 영국군은 5.56mm 구경의 분대지원화기를 모두 7.62mm로 대체하고 있다. 


SAW라는 약칭은 ‘Squad Automatic Weapon’, 또는 ‘Section Automatic Weapon’의 약자를 의미하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LSW(Light Support Weapon, 경량 지원 병기)’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 군에서는 ‘분대지원화기’라는 명칭 대신에 ‘경기관총’이라는 명칭으로 통일하고 있지만. 


분대지원화기는 일반적으로 ‘자동 발사 기능’이 있는 화기에 분대, 혹은 소대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돌격소총과 동일한 규격의 탄종을 사용하며, 자동발사 시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위하여 일반 돌격 소총에 비해 강도 면에서 더 높고 무거운 총열과 양각대 등을 장착하고 있다. 


훈련 중에 FN Herstal사의 MINIMI 분대지원화기를 운용 중인 슬로베니아 군 병사


급탄 방식은 기존의 기관총들과 마찬가지로 벨트 급탄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FN MINI/M249나 S&T Motiv의 K3와 IWI NEGEV처럼 탄창에 의한 급탄도 가능한 모델들도 있고, ST Kinetics(Singapore Technology Kinetics)이 Ultimax 100이나 중국 노린코의 QBB-95, BAE의 L86A2, Steyr의 AUG HBAR처럼 일반소총용 탄창 또는 대용량 드럼방식 탄창을 사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분대지원화기’는 일반적으로 K6나 M2 HMG 같은 중기관총에 비해 가볍고 병사 한 명이 혼자서 충분히 작동 및 발사, 휴대 및 이동이 가능한 총기를 의미한다.


최초의 분대지원화기, Madsen 기관총. 


일반적으로 분대지원화기의 개념은 1차대전 말기에 등장하여 2차대전과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등에서 널리 사용된 BAR(Browning Automatic Rifle)이 최초라고 알려져 있지만, 최초의 실용적인 ‘분대지원화기’는 사실 1902년에 덴마크 군이 채용한 Madsen 기관총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1차대전 중에 탄생한 프랑스의 경기관총인 Mle1915 Chauchat을 오늘날의 분대지원화기에 가까운 개념이 최초로 반영된 총기로 보기도 한다. 다만, '분대지원화기'로서의 개념이 최초로 적용된 것은 Madsen 기관총이 먼저인 것은 사실이다.  


Madsen 기관총이 등장하기 전까지 기관총은 주로 보병의 개인화기라는 측면볻는 ‘포병’이 운용하는 지원병기 중의 일종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맥심 기관총의 경우 일반적으로 4명으로 구성된 팀이 필요했기에, 거점을 방어하거나 선박, 차량 등의 탑재 병기로서는 훌륭했지만 보병의 기동 전투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1차대전 당시 프랑스가 운용한 Mle 1915 Chauchat 기관총. Chauchat은 분대지원화기라기보다는 참호전에서 기동간 사격으로 적 기관총수를 제압하기 위해 개발된 총기다


Madsen 기관총은 제식 소총이 볼트 액션이 주를 이루던 시절에 일반적인 중기관총에 비해 그 크기가 작아 병사 한 명이 휴대할 수 있으며, 오늘날의 기준에 비하면 물론 턱없이 적은 장탄수(25발, 30발, 40발들이 탄창이 있었고 주로 20발들이 탄창이 사용되었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당대의 볼트액션 소총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의 탄을 발사할 수 있었고, 탄창의 빠른 분리 및 교체가 가능했다는 점과 일반 제식소총과 동일한 탄종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최초의 분대지원화기’로 분류할 수 있었다. 

물론, Madsen 기관총이 처음부터 '분대지원'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Madsen 기관총은 덴마크라는 나라의 정치적, 외교적, 그리고 지리적 특성으로 인하여 주로 주변국에 대하여 '방어적인 입장'에서 전투를 치룰 수 밖에 없었고 이에 요새화된 거점 안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정 화기를 운용하는 데 있어 수 명이 달라붙어야 하는 대형 기관총이나 야포 등이 아니라 거점 방어용으로도, 기동 병기로도 사용이 가능한 총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물건이다. 

1913년에 개발이 시작되어 1915년에 등장한 러시아의 Fedorov Avtomat. 어떤 의미에서는 최초의 돌격소총에 준하는 물건이었으나 당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반대로 CSRG Mle 1915 Chauchat의 경우, 1차대전 당시 참호전에서 포격을 멈춘 후 보병이 적 참호로 돌격을 하는 과정에서 적진의 기관총을 제압하거나 혹은 기동간 사격을 통해 화력을 증강하겠다는 발상에서 개발이 이루어진 총기다. 그런 의미에서는 개발 이후 운용 과정에서 분대지원화기로서의 특성을 갖추게 된 Madsen 기관총보다 Mle 1915 쪽이 훨씬 더 분대지원화기에 가까운 물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1차대전 발발 이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러시아의 Fedorov Avtomat이나, 대전 말기에 등장한 M1918 BAR(Browning Automatic Rifle) 또한 비슷한 개념에서 출발한 총기들이고. 


어쨌든, Madsen과 Chauchat, BAR의 등장은 이후 보병 전투 및 전술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특히 2차대전과 태평양전쟁 이후의 보병 전술과 화기 운용 교리의 진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 군의 경우, 주로 M60 기관총을 분대지원화기의 개념으로 운용을 해오다가 1991년에 S&T Motiv(구 대우정밀)의 K3 경기관총을 분대지원화기로 채택하여 운용을 하고 있다. 


그러나 K3의 잦은 기능고장 및 낮은 성능, 그리고 M60 기관총의 노후화 등으로 인하여 2015년에 이르러 차기 경기관총 사업이 시작되었고, 2016년 2월에 S&T Motiv(구 대우정밀)가 차기 경기관총 체계 개발 업체로 선정되어 2018년 2월부터 체계 개발이 시작되었다.  


현재 우리 군이 분대지원화기로 운용 중인 K3 경기관총


차기 경기관총의 명칭은 제식 채용 명칭은 K15 경기관총으로, 2018년 9월에 체계운용시험평가에서 우리 군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 2020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2023년까지 전방사단을 중심으로 기존의 K3 경기관총을 모두 대체한다는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창궐한 CoVID-19로 인하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여 본격적인 양산은 2021년부터 이루어질 전망이다.  


K12의 경우에는 그 개발 배경이 조금 다른데, K12는 원래 KUH-1 수리온의 개발 과정에서 헬기에 탑재하기 위한 기관총으로 먼저 개발이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다목적 기관총은 보병용 장비로 개발이 시작되어 추후에 파생형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K12는 개발과정이 반대로 이루어졌으니 조금 독특한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다. 

뭐, 개발배경이 어찌 되었든, K12 또한 차량 탑재용이나 헬기 탑재용 뿐만 아니라 일반 보병이 운용 가능한 형태의 버전도 등장했으니,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이른바 ‘다목적 기관총(GPMG, General Purpose Machine Gun)’의 범주에 부합하는 형태가 된 셈이니, K12와 K15의 채용으로 인하여 약간 멀리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어쨌든 선진국들의 기관총 운용 형태를 따라가게 된 건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하다. 


현재 M60 기관총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신형 다목적 기관총, K12. 

최근 한 군사전문가로 활동하는 이가 K15의 성능이 기존에 우리 군이 운용해왔던 K3를 넘어서는 수준이 아니라 K3를 개량한 것에 불과하며, 제대로 총을 쏴보지도 않고 형식적인 시험 평가를 거쳤을 뿐 실전적인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타군이 운용하고 있는 경기관총들에 비해 그 중량이 무겁고 특히 동급의 기관총들 중에서 가장 무겁기에 ‘실패작’이자 ‘특정 업체만을 선호하고 독과점을 유도하는 방산비리의 전형적인 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전문가는 최근 인도의 경기관총 사업에서 탈락한 K12 기관총에 대해서도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사실 더 많다. 


일단 필자는 우리 군에서 총기의 성능을 테스트할 경우 다양한 전술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을 고려하거나 반영하지 않고 주로 ‘총구속도측정과 최대유효사거리 내에서의 관통력’에 너무 연연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군에서 운용하는 모든 총기들은 현재의 군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비해 훨씬 더 강도 높은 테스트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자칭 ‘전문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총을 쏴보지도 않은 형식적인 테스트’라 치부할 정도로 수준이 낮거나 절차가 생략된 채 선정이 된 것은 아니다. 


FN MINIMI TR을 운용 중인 노르웨이군 병사. 


K12와 K15 모두 채용 이전에 우리 군과 방사청에서 요구하는 200여 가지 분야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졌다. 이 검증과정에는 1정당 5만 발 이상의 신뢰도 사격과, 800~1000발을 연속으로 사격하여 총기의 마모도와 내구도를 검증하는 테스트도 포함되어 있다. 두 기종 모두 ‘전투적합 판정을 받기 전까지 약 25만 발 이상의 탄을 발사하였다’는게 업체와 우리 군의 입장이다. 


해당 기사를 여러 매체에 기고한 그 ‘전문가’는 K15가 K3를 개량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패작이라는 이유를 들먹이는데, K15는 애당초 K3를 개량한 모델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K3를 좀 더 현대전투에 요구되는 사양으로 개선한 모델인 셈이다. 즉, K3와 K15의 관계는 FN MINIMI Mk I과 MINIMI TR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소총에 비유하자면 M16A1이 M16A2로 개선된 것과 같은 이치. (혹자는 K12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형태로 K15를 보는 경향도 있고 이 또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구조적으로 K12와 K15는 상당 부분 동일하거나 흡사한 구석이 많은 총이기 때문이다)


FN MINIMI TR을 운용 중인 스웨덴 군 병사. 


이런 오해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 군이 총기의 고유 제식 명칭을 부여하는 시스템에 통일성이 없거나 혹은 그 기준을 만들어도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혼선의 문제인 것이지, 총기 자체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일전에 K2C1을 리뷰하는 기사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현재 우리 군에서는 총기의 성능적인 부분에서의 개량이 있을 경우에는 ‘A’, 재질이 변경되었을 경우에는 ‘B’, 총기의 형상이 변형되었을 때는 ‘C’를 제식명칭 뒤에 붙이는 일종의 코드를 만들어 두었다. 


가령, 과거 나팔 형태의 소염기에서 원통형 소염기로 교체하여 성능개량이 이루어진 K1 기관단총을 K1A로, K2에 레일부착형 총열덮개와 레일 일체형 상부총몸, 그리고 인입신축식 개머리판을 장착한 것은 K2에서 ‘형상이 변경’되었기에 K2C1으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금번 취재에 많은 협력을 준 문형철 메트로신문 기자. 문형철 기자는 방산전문기자임과 동시에 예비역 소령이자 비상근 예비군 간부로 활동 중이다.


따라서 K15를 최초로 취재할 당시 필자는 생산업체 측에 ‘본래대로라면 K15가 아니라 K3A나 K3C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에 대한 생산업체 및 방사청, 기품원 등의 답변은 ‘K15의 경우 그 기본적인 성격 및 운용은 K3 경기관총과 동일한 분대지원화기이지만, K3에서 자주 발생하던 여러가지 기계적인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여기에 현대전의 교리에 맞추어 광학 조준경 및 표적지시기 등의 장착이 용이하도록 레일을 장착하였으며, 총열이나 약실 등에 보다 진보되고 강도 높은 재질을 채용하였기에 A.B.C 모두에 부합하여, 기존의 분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제식명칭을 부여하였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 군이 운용 중인 K3 경기관총. K15가 K3에 비해 무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큰 차이는 없다. 


필자 본인 입장에서는 약간 ‘허울 좋은 변명’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K3를 대체하는 신형 총기라는 어필이 되기도 하니 어찌 보면 꽤 영리한 수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찌 되었든, K15의 경우 K3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개선이 된 총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제 막 실전배치가 시작된 총기이고 또 실제 운용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들에 대한 검증이나 자료가 아직 없기에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렇다고 K15를 실패한 총이라고 단정짓기에도 이르다는 이야기. 


다만, ‘중량’ 면에서 기존의 K3에 비해 무거워졌기 때문에 실패한 총이라는 그 전문가의 설명은 상당한 어폐, 아니 억지 주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일단, FN MINIMI를 예로 들어보아도, 초기형과 레일 부착형인 MINIMI TR(Triple Rail)은 초기형의 중량이 7100g인데 비하여 TR이 7440g으로 개량형인 후자가 훨씬 무겁다.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운용 중인 IWI NEGEV NG5 SF 경기관총. 길이가 짧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 중량 면에서는 K15보다 훨씬 무거운 총이다.


물론, K3와 비교 시 K15가 무거워진 것은 맞다. 하지만 K15의 경우 광학장비 운용 및 기타 액세서리 장착을 위한 레일이 추가로 장착되고 길이조절식 개머리판과 기존 K3에 비해 강도가 높아진 양각대(FA-MAS의 양각대와 비슷한 작동방식을 지니고 있다)등을 장착하는 과정에서 중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K3의 6850g에 비하여 약 400g 정도 늘어난 7250g이며, 이는 사실 동급의 기관총들에 비하면 꽤나 준수한 편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15의 중량이 타 기종들에 비해 현저히 무겁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FN MINIMI도 그렇지만, 독일 H&K사의 MG4는 기본 중량이 8150g으로 오히려 K15보다 무거우며, 플라스틱 수지 파츠를 더 많이 장착한 수출버전인 MG4E의 경우에도 7900g으로 K15보다 무겁다. 심지어 K3의 대안으로 일부 매니아 층에서 각광을 받았던 이스라엘 IWI사의 NEGEV NG5의 경우에도, 기본형의 중량은 7650g으로, 오히려 K15보다 무겁다. 

독일연방군이 운용 중인 MG4 경기관총은 K3나 K15, FN MINIMI보다도 훨씬 무거운 녀석이다.


해당 군사전문가는 NEGEV의 중량이 K15보다 가볍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으며, 특수전에 특화된 단축형 모델인 NEGEV NG5 SF의 경우에도 그 중량은 무려 7500g으로, K15보다 훨씬 무겁다. 게다가, NG5 SF의 경우, 특수부대의 운용을 고려하여 극단적으로 짧은 총열(330mm, 혹은 13인치)을 장착하고 있어, 최대유효사거리 또한 K15에 비해 짧은 600미터이다. 

해당 군사전문가는 모 주간지 기고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하여 ‘요즘 경기관총들은 한 손으로 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 특징’이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모든 경기관총은 사실 맘만 먹으면 한 손으로 쏠 수는 있다. 다만 그게 왜 필요한 건지는 필자로서는 도저히 모르겠고, 그게 유용한 전술도 아니고. 뭐 본인이 3류 액션 영화를 찍고 싶으시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만, 제발이지 그만두시거나 아니면 혼자 하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사실 그 '자칭 전문가'께서 원하시는 건 이런 거라는 느낌적 느낌이 있다. 근데, 람보가 한 손으로 들고 쏜 저 M60E3 기관총은 K3보다 훠어얼씬 무거운 녀석이다. 


그리고 ‘가벼운 것이 현대 경기관총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중량이 5킬로그램 대인 STK(Singapore Technology Kinetics)의 Ultimax 100은 왜 빼먹으시는지? 가벼운게 장땡이면 Ultimax 100을 능가할 경기관총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 이 총은 군용 총기시장에서 거의 실패한 물건이다. 실패한 물건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그건 또 차후에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해당 군사전문가는 또한, 최근 인도 군 당국에서 진행한 ‘차기 기관총 사업’에서 K12가 탈락한 것을 두고 ‘경쟁 총기들 중에서 가장 무겁고 가장 성능이 열악했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매체에 두고 언급하였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 


K12가 인도 군 당국이 진행한 차기 기관총 사업에서 탈락한 것은 맞다.

하지만 초기 입찰과정에서 최종후보 3 기종에 선정되어, 이후 인도 군 당국이 실시한 테스트에서 탈락한 것이며, 경쟁 총기들에 비해 월등히 성능이 낮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애시당초 인도군이 요구한 건 일반 보병용 다목적 기관총이 아니라 일부 특수한 환경에서 작전하기에 좋은 총이다. 


또한, 인도 군 당국에 해당 내용을 질의해보니 애당초 범용의 다목적 기관총을 대체하려 한 사업 자체가 아니었으며, 최근 중국 및 파키스탄과의 분쟁이 잦은 상황에서 주로 산악지형에서 작전을 펼치는 일부 보병 부대에, 현재 인도군에서 운용 중인 FN MAG과 PKM과 같은 GPMG와 동일한, 혹은 그에 준하는 구경의 탄종을 사용하면서도 휴대 면에 있어서는 5.56mm 경기관총들과 흡사한 중량을 지닌 것을 채용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 요구에 부합되지 않아 K12를 탈락시킨 것에 불과하며, 전반적인 성능에 있어서는 자신들도 만족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뭔가 필자 개인적으로는 인도 군 특유의 답을 정해 놓고 흥정하는 이른바 ‘답정너’식 입찰이었다는 느낌이 훨씬 더 강하게 들지만, 사실 인도군의 경우 중국 및 파키스탄 등의 접경지대에서 작전을 전개 중인 자국의 특수부대들과 전방사단에 이미 분대지원화기로 NEGEV NG5를 채용하여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NG5와 NG7은 일부 부품이 호환되기도 하기 때문에, 인도 군으로서는 보급 및 정비 측면에서도 결국 NG7을 채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답정너’라고 하는 이유는 그런 면도 있기 때문. 


마지막으로, 해당 전문가는 NEGEV는 수출이 많이 이루어진 총이라 성공적이고, K12와 K15는 수출실적이 미비하니 실패작이라는 언급도 했는데, 일단 NEGEV는 1997년부터 생산이 이루어진 총이고, K12는 2018년부터, K15는 이제 막 양산에 돌입하는 총이라는 점을 먼저 감안해야 한다. 

작전 중인 코트디부아 군. 같은 나라 군대라 하기도 뭐할 정도로 장비도 군복도 통일되지 않은 군대다. 총이 좋으면 뭐하냐고. 이런 나라가 채용했다고 우리도 해야 된다고?


그리고, NEGEV의 경우 수출된 국가들을 살펴보면 뭐 전체적인 숫자로만 따지면 이스라엘 본국을 제외하고도 21개 국가에서 도입을 했으니 그 나름대로 성공적이라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국가들 대부분이 우리 군보다 상태가 열악한 제3세계 국가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적도 기니아’라던가 ‘콩고 인민공화국’이라던가 ‘카메룬’, ‘코트디부아’ 같은 나라들, 혹은 ‘키프로스’나 ‘북마케도니아’같은 미승인국가들이나 국제연합 옵저버 지위 정도만 있는 국가들이 채용했다고 해서 우리가 긴장하거나 탄성을 지를 필요가 있냐는 거지. 


사실 상기한 데이터들은 생산업체나 해당 외국군 당국에 질의하지 않아도 인터넷 등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이런 정보들조차 확인해볼 생각을 하거나 팩트를 검증하지 않으면서 군사전문가를 자칭하는 일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왠만하면 다른 직업을 찾으시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 
 
 다시 국산 기관총 이야기로 돌아와서…


물론, 필자가 K15에 대해 불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인 성능이 개량되었다고 하고 또 실제로 생산업체를 방문하여 사격해봤을 때는 정말 K3와는 다르게 시원하고 부드럽게 발사가 이루어졌지만, 정말 성능이 개선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부분인 것이고, 필자가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일단, 양각대를 기존의 K3와 달리 좌우 양쪽에서 펼치고 접을 수 있게 만들어놓았는데, 내구성 자체는 기존 K3의 양각대보다 훨씬 높은 건 사실이지만 양각대의 빠른 전개가 어려운 설계를 지니고 있다는게 단점으로 보인다.

K15의 양각대는 기존 K3에 비해서는 훨씬 안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전투 중에 빠른 전개가 가능하지 않기에 다소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대지원화기는 앞서 설명한대로 ‘병사 개인이 휴대하여 이동이 편하고, 필요 시에는 탄막을 형성해주는 지원화기’이지만, 그 탄막을 안정적으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양각대를 펼쳐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일분일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일일이 양각대를 뒤로 당긴 후 펼치는 것이 과연 타당한 디자인인지 의문이다. 

어차피 전방에 3면 레일을 달고 또 수직손잡이도 달아줄 거였으면 그냥 FN MINIMI TR이나 M249처럼 레일을 좀 더 길게 달아주고, 차라리 Grip-Pod 같은 수직손잡이 겸 양각대를 장착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른 하나는 광학장비를 운용하기 위해 상부 피드커버에 레일을 장착하고 또 가늠쇠를 접이식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늠자를 플립 업 방식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의문으로 남는다. 앞서 개발된 K12의 경우, 플립 업 방식이 아니더라도 일단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의 가늠자인데 비해, K15의 가늠자는 피드커버에 고정되어 있으며, 그 높이 및 부피가 장난이 아니다. 


PAS-18K 주야간 열상 조준경을 장착한 K15. 가늠쇠 부분에 유의하시기 바란다. 저 가늠쇠는 고정형태로, 다른 광학 조준경을 운용하기 힘든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현재 K15용 전용 주야간 열상 조준경으로 한화 탈레스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PAS-18K를 장착했을 시를 고려한 것이라고 하는데, PAS-18K만 운용할 것도 아닐테고, Elcan Specter DR이나 OS 같은 배율경이나 Trijicon사의 배율경 등을 장착해서 사용을 한다고 가정을 할 시에는 별도의 라이즈 마운트를 장착해주지 않으면 운용 자체가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뭐 국내에서는 PAS-18K와 더불어 기껏해야 국산 D모사의 오픈 도트 형태의 광학장비를 운용할 테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수출 시장까지 고려한다면 이 가늠자의 구조는 명백한 설계 미스라고 보는게 타당하지 싶다.


마지막으로, K15의 경우 총열교환을 위한 장치가 기존 K3처럼 레버를 뒤로 젖힌 후 총열을 앞으로 뽑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버튼을 눌러서 뽑아내는 방식인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 역시 맘에 들지 않는다. 물론, 구조적인 면에서는 K3에 비해 훨씬 좋은 것은 사실이다. 


왼쪽이 K3, 오른쪽이 K15. 장착 안정성 면에서는 K15가 확실히 낫지만 K3만큼 직관적이지 않고 야전상황에서 총열 교환도 어려워 보인다. 

K3의 총열 교체 레버가 레버방식인 이유는 FN MINIMI의 그것을 그대로 베껴왔기 때문이다. 단, 잘 못 베꼈다. 그래서 총열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거나, 혹은 고정되더라도 해당 파츠의 마모가 심하고 기능 고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생산업체에서는 레버의 내구성이 약한 것을 강력한 스프링이 들어가는 버튼 형태로 바꾸어 K3에서 일어나던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실사격 후 총열 교환을 해보았을 때 ‘찰칵’ 소리가 나면서 총열이 교환되는 모습은 K3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기도 하다. 


다만, FN MINIMI 및 M249도 초반에는 이러한 문제가 잦았지만, 운용 시에 얻은 데이터를 통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현재는 총열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거나 중간에 빠져버리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FN MINIMI가 이 레버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사실 ‘작동의 작관성’과 ‘실제 운용하는 병사들에게 있어 익숙한 시스템’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선진국의 군대들, 특히 우리나라 주변의 타군들이 총기를 개발하거나 개선할 시에, 파격적인 형태의 변화 없이 기존 형태를 유지하는 선에서 개발 및 개선을 하는 이유가 그렇다. 1분 1초를 다투어야 하는 전투 상황에서 작동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총기는 오히려 운용하는 측에 있어 ‘부합리한 것’으로 작용하기 쉽다.
 

그래서 총기의 경우, 비단 총기에 국한된 이야기는 결코 아니지만, 어쨌던 총기의 경우, 완벽하게 새로운 기종으로 대체하기 전까지는 기존 디자인을 답습하되, 내구성을 강화하거나 성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개선이 이루어진다. ‘레버식이 버튼식으로 바뀌었다고 그리 큰 차이가 있겠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안전 마진이 확보된 사격장에서 사격을 하는게 아니라 실제 전장에서 운용할 시에는 이런 사소한 디테일이 작전 수행 과정 전체에서 발목을 잡는 경우는 의외로 꽤 허다한 편이다.

이러한 부분은 운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기 마련인데, 향후 생산업체와 우리 군, 그리고 관련 기관들에서 일선 장병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현실을 고려한 개선에 중점을 두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상, 특수지상작전연구회 비상임연구원 겸 플래툰 객원기자 김찬우였습니다. 

취재협력:
S&T Motiv

문형철 기자(메트로신문)

홍희범 편집장(월간 플래툰 매거진)

주한인도대사관 국방무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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