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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Feb 08. 2021

15. 고스트 바둑왕: ヒカルの碁

 

A. 기본 개요 – ‘바둑을 매개로 한 배틀물’ 


<고스트 바둑왕(ヒカルの碁)>은 일본의 만화가인 ‘홋타 유미(ほったゆみ)‘가 원안 및 스토리를 담당하고, 만화가인 ’오바타 타케시(小畑健)‘가 작화를 맡아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슈에이샤(集英社)’의 <주간 소년 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에서 바둑을 테마로 연재한 만화다. 


단행본 수는 총 23권이다. 누적판매부수는 2500만부 이상을 기록한 히트작이며, TV 애니메이션과 소설, PC 게임 등이 제작되었다. 2000년에 제45회 <쇼가쿠칸만화상>과 2003년에는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수상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해외에서도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서울문화사를 통해 단행본이 번역되어 정식 발간되었다. 단, 의역이나 오역이 많고, 번역도 깔끔하지 않아 내용 파악조차도 어려운 편이다.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단행본 20권 분량의 완전판이 발간되었는데, 번역이 훨씬 매끄럽고 프로 바둑 기사들에 의한 자문까지 더해져 완성도가 상당 수준으로 올라갔다.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께는 완전판을 구해서 읽는 것을 추천해드린다. 


소년 만화 장르의 특성 상 주인공이나 특정 인물들에 대한 보정이 심한 편이다. 전반적으로 배틀물에 가까운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바둑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더불어 바둑에 대한 만화의 자세가 상당히 진지하기 때문에, 바둑 입문서로 활용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B. 줄거리 – ‘히카루, 헤이안 시대의 명인에 빙의되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신도우 히카루(進藤ヒカル)는 어느 날 집 한 켠에 있는 다락방에서 오래 된 바둑판을 발견한다. 


무언가 사연이 있을 법한 느낌이 드는 바둑판에는 검붉은 얼룩이 묻어 있었고, 만지는 순간, 바둑판에 봉인되어 있던 헤이안(平安)시대의 귀족이었던 후지와라노사이(藤原佐為)의 혼이 히카루에게 빙의된다.   


헤이안(平安)시대에 천재 바둑기사로 그 명성을 천하에 떨치다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자살해버린 사이는 에도 말기에 활약했던 천재 바둑기사, ‘혼인보슈우사쿠(本因坊秀策, 1829년6월6일~ 1862년9월3일)’에게 빙의하여 바둑기사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슈우사쿠가 병에 걸려 바둑판에 피를 토하고 죽을 때 그의 혼이 바둑판에 사로잡혀 버린 것이다.  


히카루에게 빙의된 사이는 히카루를 바둑의 세계로 이끌어 나가게 되고, 처음에는 사이의 염원을 도와주는 형태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히카루도 점차 바둑의 세계에 매료되어 간다.  


C. 중점설명 – ‘바둑의 기원과 일본에서의 위치’


바둑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 언제부터 보급이 되었는지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춘추전국시대에 이미 세간에 널리 보급된 게임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중국의 주자가 지은 소학(小學)의 제 2절 명륜(明倫)에서 맹자가 읊은 부모를 섬기는 도리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불효의 다섯 가지 형태를 말하는데, ‘세속소위불효오위(世俗所謂不孝者五)라는 것이 있다. 이 중 두 번째 항목에 장기나 바둑을 두는 것을 효도하지 않는 행위라고 말한다. 


맹자께서 말씀하시길, 장기나 바둑을 두고 술을 마시기 좋아하며 부모의 봉양을 돌아보지 않는 것은 두 번 째로 효도하지 아니함 이니라 (孟子曰博奕好飮酒不顧父母之養二不孝也)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소학의 구절이 어찌되었든 간에 춘추전국시대에 이미 바둑이 세간에서 인기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는 삼국유사에 고구려의 장수왕이 백제에 승려를 파견하여 개로왕의 바둑 실력을 가늠하게끔 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일본은 의자왕이 일본 조정에 선물했다는 바둑판이 문화재로서 보호되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중국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서도 고대로부터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전국시대의 무장들에게 있어 바둑은 일종의 필수불가결한 취미활동으로 여겨져 왔으며, 에도 막부 성립 이후에는 무사계급으로 군림하는 이들의 필수 수양 덕목 중에 하나로 발전되기 시작한다.

에도 시대에는 바둑을 가르치고 실력을 겨루는 이른바 기소(碁所)라는 관청이 존재했을 정도로 바둑의 인기가 높았으며, 특히 작중 사이가 빙의했던 ‘‘혼인보슈우사쿠(本因坊秀策)’의 경우에는 일본 바둑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 중에 하나로 손꼽히며, 생전 19연승을 기록한 것이 전설로 남아있기도 하다.

또한 에도 시대는 바둑이 하나의 완성된 게임으로써 가장 발전하고 게임 방식이나 룰, 바둑판의 형태 등이 모두 완성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오늘날의 프로 바둑 경기에 사용되는 룰 또한 기본적으로 에도 시대에 완성된 것을 차용하고 있기도 하고. 

그러나 일본의 바둑은 에도 막부가 몰락하고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빠르게 몰락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쇼기(将棋, 일본의 장기)보다도 인구 수가 적은 마이너 장르로 전락해버렸다.

에도 시대에 이르러 하나의 통일된 게임으로서 입지가 굳어진 바둑은 일본의 태평양전쟁 시대에 한국과 중국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바둑 종주국이라면 한국을 떠올릴 정도가 되었고, 중국 또한 바둑 인구나 활성화된 프로 리그 등을 감안하면 일본에 비교할 수 조차 없을 정도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D. 그리고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 ‘일본 최초의 바둑 만화’


a. 앞서 설명한 대로 현재 일본의 바둑에 대한 대중적인 입지가 낮다보니, 바둑을 태마로 한 서브컬쳐 계의 작품은 이 ‘고스트 바둑왕’이 유일하다. 바둑을 두는 장면이 묘사되거나 하는 작품들은 많아도, 바둑이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또 바둑이라는 테마를 삼아 배틀을 펼치는 만화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b. 작품의 연재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일본의 프로 바둑기사인 ‘요시하라 유카리(吉原由香里) 6단’이 자문역으로 참가했다. 


E. 총평 

한때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젊은 이들이나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바둑 붐’을 일으키고 어린 인재들이 바둑의 세계에 입문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 바둑 기사들이 이 만화작품을 리뷰하면서 '단순한 오락 만화가 아닌 바둑의 전략이나 전술 등의 이해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하기에 바둑에 입문하고 싶으신 분들께는 추천해드리고 있는 작품이다. 

단, 바둑을 테마로 삼긴 했어도 결국에 소년만화이고, 배틀물에 가까운 만화이기에 '바둑' 그 자체에 더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읽다가 중간에 손절하게 될 수도. 

이 만화를 읽는데 필요한 덕력지수: 30


접근성: 4

난이도: 2

특색: 9

재미 포인트: 8

감동 포인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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