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통합해가는 과정
*스포있어요! 안보신 분들은 뒤로가기!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람한 영화다.
사춘기를 맞은 라일리의 이야기인데,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내 아이의 사춘기를 상상하며 보게 되었다(내 아이는 이제 고작 4살이지만).
라일리에게 어렸을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들이 추가되고, 잠시 기쁨이가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기도 한다.
아주 예전에 이제 행복한 일이 많지 않다는 나의 말에 친구가 어른이 되는 게 그런 거 아니겠냐고 말한 적이 있다. “뭘 하든 즐겁고 행복한건 아이들이지” 라며.
딱 그 과정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나에 대해 긍정적인 것만 기억하고 취사 선별해서 아름다운 세상과 자아를 구축해가다가 좀 더 다채로운 감정,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통합해 긍정적인 나만이 아닌 ‘진짜 나’를 찾고 사랑해가는 과정.
어쩌면 내가 사춘기에 잘 겪지 못하고 지나갔던 그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대학교 졸업할때쯤 되어서야 유사한 상황을 겪은 것 같다. 나를 인식하는데 있어 부정적인 부분은 잘 통합되어 있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늦게 앓는 사춘기는 훨씬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아이의 사춘기인 이번 에피소드에서 부모의 등장은 정말 별로 없다. 부모는 사춘기를 겪어내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저 이미 힘겨운 아이가 부모로 인해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 옆에서 지켜봐주는것 외에는 아이가 스스로 겪고 해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 것 조차도 주 스토리가 아이가 캠프를 떠나와 겪는 일로 구성해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보는내내 나는 잘할 수 있을까? 아이의 사춘기를 잘 참아주고 그저 지켜봐줄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전반적인 영화의 구성이 1과 너무 같았다. 기쁨이가 좋은 감정만 선별하다가 어떤 변화를 맞아 본부에서 밀려나고 이후 각종 고생을 하며 마음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본부에 돌아와서 꼭 긍정적인 감정만 필요한건 아니란 걸 깨닫는 형식이 너무 똑같아서 재미가 약간 떨어졌다고나 할까.
사춘기의 심리, 행동, 성장에 대한 표현은 너무나 공감하고 잘해냈다고 생각되는 반면, 내면세계의 스토리 (특히 기쁨이 이하 유아시절 감정들의 모험) 자체는 덜 흥미로웠다.
그래도 무엇보다 내 아이의 사춘기에 대한 이해+대처도를 한번쯤 생각해보게 했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 관람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