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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Dec 27. 2023

불면증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

나만의 불안 해소법 

잠이 오지 않을 때 다들 자신만의 극복 노하우가 하나씩 있을테지만 나의 경우는 아예 몸을 일으켜 글을 쓴다. 우선 이 글 또한 그러한 이유로 쓰여진 글이라는 것을 미리 밝힌다. 


어렸을 때는 잠이 드는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시간 많은 대학생 때는(스펙 쌓기나 취업 준비에 도통 관심이 없는 대학생이었다) 잠들기까지 평균 1-2시간이 필요했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 제법 괴로웠다. 


나이가 들고 직장인이 된 지금은 매일 피로에 쩔어 있어서인지 잠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은 잘 없고 보통은 자다가 아주 이른 새벽에 깨어 다시 잠이 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쪽이든 잠을 못자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핵심적인 이유는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성향이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은 기질인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불안을 유발시키는 외부 자극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편일텐데 내가 딱 그런 사람이다. 


왜 불안할까? 잠이 오지 않을 때 내가 글을 쓰는 건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다. 머릿속에 뒤엉켜 산발적으로 떠오르며 나의 뇌가 이미 부정적으로 세팅해놓은 길로 흘러가는 생각들을 글로 옮겨보자 마음먹는 것이다. 글로 옮겨 적다 보면 나를 불안하게 하던 요소 중 상당수는 별게 아니라는 것을 나의 이성과 뇌가 눈치를 채게 되고 불안이 다소 낮아진다. 그리고 글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감정의 배설도 이루어지게 되니 좀 시원하다고나 할까? 게다가 비이성적 감정들을 문장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몹시 난이도 있는 일이기에 어느 정도 감정의 해소가 되고 나면 급 피로해지면서 (글의 완성은 개나 줘버리고) 다시 잠이나 자고 싶어진다. 


지금 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를 떠올려 보자면 이렇다. 


둘째를 임신했다. 


계획에 없던 임신은 아니다. 우리는 결혼할 때 자식은 맥스 2명으로 합의했고 암암리에 둘 낳아 잘 키우는 것으로 이야기를 해왔다. 그러나 직접 임신을 겪어야 하는 나는 첫째를 낳고 키우면서 힘들었기 때문에 둘째를 꼭 낳아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남편이 둘째를 굉장히 원했다. 내가 막연히 꿈꿔왔던 가정의 모습도 아이 둘이었고 외동으로 커오며 느꼈던 외로움들이 있어 첫째에게 형제를 만들어주고 싶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둘째까지는 낳기로 하고 시도를 한 것인데 한번만에 성공을 해버렸다. 예상 시점보다 빠르게 성공해서 약간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많은 지점이 불안했는데 집이 좁아서 둘째는 어디에서 재워야 할지도 막막했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좋아하지 않을 이벤트인 것이 불안했다. 이제야 조금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인데 또 자리를 비우면 난 언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건지 불안했다. 아직 임신 초기라서 회사에 알리지 않았는데 공식적으로 임산부의 지위에 있는 게 아닌 것도 불안했다. 알아서 더 무섭다고, 임신 기간 중 겪게 될 수많은 불편함, 어려움들을 떠올리니 남은 8개월을 잘 보낼 수 있나 너무 답답한 마음이 들면서 불안했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 중 은근한 부담이 되는 일이 있다. 


원천적인 문제는 존재하지만 리스크가 아주 낮다고 판단되는 일에 대해서 조언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나도 열심히 검토하고 판단해서 그럴만한 (즉 리스크가 아주 낮다고 판단되는) 일에 대해 하는 것이다. 즉, 리스크가 실재화 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리스크가 터진다고 하더라도 돈으로 어느 정도 해결될 종류의 리스크이며 최악의 경우 나는 회사를 관두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그 업무는 내게 심리적 부담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혹여 내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이런 부담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고 내가 안는 것이 어쩌면 회사에서 바보 머저리 호구같은 일은 아닐까 불안하다.  


회사에서 자꾸 개인 메신저로 업무 외 시간에 질의가 오는 일이 많은데 적절히 커트를 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업무 관련 연락에 대해 허용하는 범위가 꽤 넓은 편인데 그래도 지켜주었으면 하는 선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급한 일이 아니면 개인 메신저로 업무 외 시간에 연락하지 말 것. 상식적인 범위라고 생각되고 난 그 급한 일을 다른 사람들보다 넓게 봐준다. 그래서 대개 유선이나 메신저로 연락이 와도 적절히 대답을 해주고 싫은 티도 내지 않았는데 오늘은 저녁 9시가 다되어서 내일 확인해도 충분해 보이는 일을 물어보는 업무 카톡을 받았다. 복잡한 일도 아니었고 어차피 내일 확인해 줄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 카톡을 보는데 이들이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고 그냥 나에게는 언제든 자기들의 업무 스케줄에 따라 궁금한게 생기면 그 즉시 연락해서 물어봐도 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게 아닐까 혹은 수일 내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돋아났다. 내가 또 허용할 수 있는 선보다 너무 관대했던걸까 하는 자책도 함께 들었다.


그리고 불안 유발 요소에 대해 간단히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둘째 임신은 어찌할 도리가 없고 버티면 지나갈 일이다. 임신과 출산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얻게 되는 기쁨이 반드시 존재하기도 할 것이니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 중 리스크와 관계된 일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되 나는 그런 나를 믿어주는 수밖에 없다. 추후 결과와 무관하게 결정하고 책임지는 과정은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업무도, 책임도 떠넘기지 않는 나 자신 칭찬한다. 누군가는 호구라고 생각한다 해도 나는 이게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상관없다. 


개인 메신저로 잦은 연락이 오는 부분은 어느 정도 컨트롤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주고 특히 저녁시간엔 각성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업무시간 외 메신저는 답을 늦게 하거나 정중하게 주의를 요청드리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이 일을 조절할 수 있고 내 선을 넘어오는 부분에 대해 바로 잡을 수 있다. 


자다 깨어난지 두시간 이후인 지금 여기까지 쓰자 다시 잠이나 자고 싶어졌다. 지금이 바로 당장 들어가서 잠을 청해야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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