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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07. 2024

껌과의 전쟁

양심+도덕

학생들은 학교에서 껌을 씹을 수 없다. 껌을 씹는 것이 발견되면 바로 뱉으라고 지도해야 하고, 그래도 씹고 있으면 학생시스템으로 들어가 Chewing gum이란 벌점을 줘야 한다. 그래서 수업이 시작되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 동안 껌을 씹고 있다면 뱉어야 하고, 본인 지정 자리에 앉지 않으면 출석이 완료된 후 일일이 확인해서 벌점을 줄 거야.'


뱉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단 입안에 껌이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씹는 동작만 멈출 뿐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곧 아이들은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입을 방정맞게 놀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난 아무 말 안 하고 손으로는 입을, 눈으로는 쓰레기통을 가리킨다. 대부분 아이들은 겸연쩍어하며 바로 껌을 버리지만 어떤 아이들은 버리는 시늉만 하고 또 입안에 그대로 둔다.


왜 그리 씹지 말라는 껌을 씹어대는지 알 도리가 없다. 심지어 영국엔 껌의 종류도 거의 없다. 맛이 있지도 않다. 딸아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영국 껌은 정말 맛이 없어. 한국 거는 맛있는데'


오늘 시내에 아주 큰 아시안마트가 생겼다고 해서 온 가족이 시내 나들이를 했다. 시내에 가려면 백화점 지하에 주차를 해야 한다. 비싸다. 한 시간에 7000원 정도 한다. 보통 시내 나가면 두 시간은 있으니 오늘도 주차비로 14000원을 썼다. 주차를 하고 문을 열자마자 아스팔트바닥에 온통 하얀 딱지가 붙어있다. 껌이다. 나의 주차자리만 그런 게 아니다. 차문을 열면 양쪽으로 모두 그렇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내리면서 바닥에 껌을 버리는 거다. 한국에서 못 봤거나 내가 주의 깊게 눈여겨보지 않았던 아주 신기하지만 눈살 찌푸러지는 광경이다. 국민성을 증명해 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영국은 보는데서는 사람들이 질서를 아주 잘 지킨다. 그리고 줄도 너무 잘 선다. 뭘 하든 줄을 선다. 아주 일렬로... 하지만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소매치기,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식당에서 식사 후에 나이프 포크 등 훔쳐가는 경우가 많다. 눈으로 직접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을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리고 큰 중고등학교 주변에 있는 편의점 사이즈 슈퍼마켓에서는 학교로 공식 서한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이 몰래 물건을 가져가서 가게의 적자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cctv를 통해 철저히 조사하여 상응하는 처벌을 할 것입니다.' 그럼 학교에서는 조회시간에 학생들에게 공지하고 못하도록 겁을 주지만 슈퍼마켓도 그렇게 부지런하게 cctv를 확인하지 않을뿐더러 학생들도 곧 잊고 또 같은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동안 우리 학교는 학교 앞 큰 슈퍼에 출입금지령이 내려졌었다.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몇몇이 물건을 훔치다 발각이 된 모양이다. 교복을 입고 있기 때문에 어디 학교 학생이 그랬는지도 바로 드러난다.


이렇게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진리에 따라 커서도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껌도 뱉고 몰래몰래 남의 물건에 손도 대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선진국이라 하지만 매우 선진국적인 매너나 양심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어디나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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