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학교에서 내가 한국인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있다. 궁금증을 못 참는 학생들은 다가와서 묻는다.
Ms, are you Chinese? 그럼 나는 바로 '아니, 한국인인데. South Korea에서 왔어.'라고 대답하면 열에 아홉은 얼굴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고 바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학생들도 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안녕하세요를 제법 말할 줄 아는 학생들을 보며 새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언제 이렇게 좋아지고 관심이 많아졌는지 놀랍기만 하다.
점심시간에 비건인 영국인 동료가 두부가 들어간 샐러드를 먹고 있는데 많이 맡아본 냄새가 난다. 그래서 소스가 뭐냐고 물으니 '쌈장!' 한다. 고기에나 넣어 싸 먹는 쌈장이 영국인의 샐러드 소스로 쓰이다니 이것 또한 놀랍기 그지없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일 년 뒤 한국 대학생들을 데리고 단기 어학연수를 위해 영국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영국인 교사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세월호에 희생된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나를 안아준 적 있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내가 한국에서 온 사실이 그녀에게는 바로 세월호와 겹쳐지면서 희생된 아이들이 떠올라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 것이다.
누군가 어디서 왔다고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이미지들이 있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아직도 북한과 긴장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불쌍한 나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화려한 k-pop을 떠올릴 것이며
누군가는 세월호 다음으로 어이없이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된 이태원사고가 떠오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각종 맛난 음식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청소년들과 일하는 지금 일단 아이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인상은 좋기만 한 것 같다. 최소한 한국이란 나라를 북한과 연결시키며 나를 안쓰러워하지 않는 건 확실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나와는 상관없이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로 많은 이미지들이 나와 겹쳐질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 수록 그런 것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볼 때도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나 얇은 지식을 최대한 머릿속에서 지우고 사람 자체에 집중하려 부단히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