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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n 21. 2024

벌점(Conduct Mark) 제도

수업 중에 학생이 화장실이나 네트워크 사무실에 가기 위해 손을 들 때가 있다. 어떤 교사들은 전혀 화장실을 보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여학교임을 감안해서 또 안 보낸다고 하면 반 전체가 그 한 학생이 화장실을 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떠들기 시작해서 나는 주로 보내는 편이다. 그럴 땐 내 이름이 적힌 time out pass를 줘서 보낸다. 학생이 허락 없이 수업 중에 교실 밖을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올해 학교에 들어온 7학년(중학교 1학년) 반 중에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반이 있다. O와 Z가 있는 반인데 예의도 없고, 수업에 대한 집중력도 아주 많이 떨어져서 항상 예의 주시해야 한다. 혹시라도 행동에 대해 지적이라도 하면 '그래서 어쩔 건데,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말하듯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둘은 항상 화장실을 간다. 이번주엔 O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해서 내 Time out pass를 줘서 보냈다. 화장실에서 돌아와서는 내 카드를 책상 위로 훅 던져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카드를 다시 건네며 제대로 건네달라고 하니 여전히 카드를 내 책상 위로 던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너에게 이 카드를 건넬 때는 손으로 건네주었는데 너는 이 카드를 나에게 무례하게 던지면 안 되지 않을까? 다시 한번 제대로 건네줄래?'라고 단호하게 말을 했더니 그제야 내 눈을 피하며 제대로 건네주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서 내가 다음단계로 할 수 있는 일은 시스템에 들어가 학생이름을 클릭하고 벌점을 주는 것이다. 이 학생에게 준 벌점 제목은 무례함(insolerence)로 주었다. 그리고 상세하게 어떤 무례한 행동을 했는지를 적어놓았다.


수업 중에 바로 벌점을 주면 학생들이 시스템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고 본인이 왜 벌점을 받았는지를 따지고 들면 또 수업시간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서 보통 나는 해당 반 수업이 끝나고 나서 벌점을 한 번에 정리해서 주는 편이다.


보통 학생들에게 벌점을 주는 이유는

-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주어진 과제를 하지 않는 경우: inadequate work

- 무례한 행동을 한 경우: insolernce

- 교사의 말에 무례하게 말대꾸를 하며 무시할 경우: definance(3점)

-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한 경우: misuse of mobile phone

- 교복을 규정에 맞게 착용하지 않았거나 금지된 장신구를 착용했을 경우: uniform and jewellery

- 수업시간에 방해되는 행동을 한 경우:  disruptive behaviour

- 수업에 필요한 것들을 갖추고 있지 않을 때: no proper equipment to learn

- 수업에 늦었을 때: late to lesson

- 수업 중에 크롬북으로 수업과 관련 없는 웹사이트에 들어갔을 때: computer misuse

등등 이외에도 특수한 상황에 상응하는 벌점이 몇 개 더 있다.


일반적인 학생일 경우 5년 재학하는 동안 10개 미만의 벌점을 받는다. 그런데 이제 1년도 안 지난 7학년이 벌써 벌점이 50개가 넘는 학생들도 있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마지막 1년을 남기고 학을 당한 학생이 2명 있는데 이 학생들의 벌점은 거의 200점이 넘는다.


가끔은 벌점을 주고 나면 다음날 학부모의 이메일이 오는 경우가 있다. '우리 애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벌점을 주었냐고 따진다. 그래서 벌점을 줄 때 비고란에 정확하게 학생이 무엇을 했는지 상세하게 적어놓는다.


어딜 가나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학생+학부모를 상대해야 해서 더욱 그렇다. 가끔은 귀찮은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벌점을 안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내가 들어가는 수업에서 통제가 안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상황을 봐서 벌점과 칭찬점수룰 번갈아 주며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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