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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bueong Oct 17. 2021

나의 (거의 모든) 새로운 일은

혼자인 시간에 이루어진다.

나의 (거의 모든) 새로운 일은

혼자인 시간에 이루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혼자인 시간이 늘었다.


이 휴식 시간을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라

표현하기엔 생각과 상념들이 너무 많이 끼어들기에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오롯이 혼자’인 시간은 혼자

산책이나 운동을 할 때 온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생각을 비우기에.

 

 반면에 집에 그냥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나는 정말 많은 딴생각을 한다.


물귀신처럼 나를  한없이 아래로 잡아끄는

생각들도 있고, 빨리  앞으로 나아가라며

뒤에서 등을 떠미는 생각들도 있다.


 나를 아래로 잡아끄는 생각들은

멀어진 인연들에 대한 혹은

나를 싫어하는, 내가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다.



‘그 사람은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은 무얼 하고 있을까, 잘지내고 있을까?’



 사람의 마음에 정해진 공식이나 정답은 없으니

그냥 영혼의 결이 맞지 않았다고 단정해버리면

내 마음이 편한 것을, 나는 그러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공식은 없으나

혼자 하는 생각들에 대한 공식은 존재하는 것 같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낳는다는 것’


이런 잡다한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나는 결국 우울이란 감정에 당도하게 된다.

분명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어둠이 된다.

나는 물결조차 일렁이지 않는 까만 밤바다에 홀로 누워있고 올려다보는 하늘엔 별도 하나 없다.

온 세상이 어둠이 된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 혼자가 될 때,

이때의 ‘혼자’ 경험은 썩 유쾌하지 않다.

요즘 나는 이렇게 잠이 든다.


종종 이럴 때마다 ‘장기하’의 ‘별거 아니라고’를

틀어놓고 잠들곤  하는데,

노래 가사는 왜 이리 서러운지.


늦은 밤 전철역 벤치에 앉으며
너는 내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지
다 별거 아니라고
아름다웠던 사람아, 그리운 나의 계절아
이 노래가 들린다면 한 번 더 내게 말해줄래
조그마한 약속마저 이제는 두려운 내게
뭐든지 두려워할 건 없다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별거 아니라고] - 장기하




 내 뺨을 어루만지며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인 건지,

지난 나의 계절과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인지.


나에게 ‘뭐든지 두려워할 건 없다고’ 말해줄 사람은 나 자신이 최고라는 걸

머리로는 온전히 알고 있지만,


이 무섭고도 교활한 밤이 오면 어쩔 수 없이

허무함에 빠져드는 걸 보면

밤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해 불가능의 영역인가 보다.


 이렇게 서글픈 밤이 지나가면 아침이 온다.

주말 아침 한두 시간 정도, 여전히 나는 아련하다.


문을 열고 두 발짝만 나가면 바로

이 기억의 장막을 걷고 나갈 수 있음에도

여전히 몇 시간 정도는

나의 아련한 시간에 갇혀 산다.


 그 시간이 지나면 커튼을 걷고

어둠을 쫓아내고 물을 들이켠다.

얼굴까지 가다듬고 나면 갑자기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것들, 마감이 없는 것들, 하지 않아도 혼나지 않는 일들이 마구 떠오른다.


내가 어디엔가 뱉어놓은 내 꿈에 대한 발언들을

하나씩 수습하기 위해

또 나는 달린다.


 예전에 멀어진 나의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왜 그리 열심히 사느냐고.

무엇이 너를 나아가게 만드냐고.


나를 등 떠미는 생각들 때문에,

내가 어딘가에 뿌려놓은 꿈의 씨앗들 때문에

나는 오늘 아침도 이렇게 혼자 씩씩하게 달린다.


밤이 되면 또다시 어둠 속에서

그리움의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겠지만,

그런 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고,


그때 그 머뭇거림에 대한 답을 이렇게 뒤늦게나마 말하는 지금의 내가 있다.


그때 못한 이 답이 그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의 (거의 모든) 새로운 일은

혼자인 시간에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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