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수현 May 10. 2024

맞다이로 들어올 생각인지?

문화도시 박람회 × 춘천마임축제 D-20

하루종일 짜증이 엄청 났다. 언제나 긴장되는 센터장님들 줌회의를 무사히 마치고, 점심 먹고 왔는데, 달라는 자료는 왜 이렇게 많은지? 나한테 맡겨놨는지? 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지? 미리들 좀 말할 것이지? 집에 가려니까 차들은 왜 다 그렇게 주차되어 있는지? 세상이 내가 마음에 안 드는지? 나도 오늘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인데 맞다이로 들어올 생각인지? 아르숲 주차장이 꽉 차서 차를 빼려면 세 대에 전화를 해서 연락을 해야 했고, 그냥 빼 보려다가 남의 차를 긁을 것 같아서 실패하고 그냥 차를 버렸다. 팀장님이 버스를 타 보라고 했다. (팀장님 차도 갇혀 있었는데, 집에 어떻게 가셨는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간 적은 많은데 버스를 타고 집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가늘고 긴 달이 떠 있었다. 삼거리에 있던 우기다방이 바뀌고 단편이라는 이름의 새 카페가 들어왔다. 5분 기다렸더니 버스가 왔다. 어떤 할머니와 내가 탔다. 버스 기사님이 먼저 인사해 주었다. 버스 기사님이 앉으셨어요? 출발합니다, 라고 말했다. 다음 정류장에서 다른 할머니가 영차 영차 우렁찬 기합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한 정거장만에 영차 영차 내렸다. 정류장 앞 안경집 쇼윈도에는 멋진 다육이 콜렉션이 있었다. 산책로를 내달리는 아이들 씽씽카에서 번쩍번쩍 불이 났다.


집에 왔는데 빨래가 산처럼 쌓였다. 오늘 내가 낸 화의 무덤 같다. 싹싹 빨아서 깨끗하게 만들자. 탁탁 털어 널고 조금 쉬자.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구나. 하지만 오늘 밤엔 잠을 자자. 푹 자자.

매거진의 이전글 잘 부탁합니다, 봄바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