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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44

큰사람

길을 걸으며 보는 모든 것들이 '깨알'재미를 준다는 사실이 감사합니다. 

예술작품도 아니며, 디카시 수준도 아니고 '1초 푸훗'하고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또,

길을 걷다가 '어! 저거!' 하면서 웃다가 손을 들면 찍을 수 있는 휴대폰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뜬금없이 만나는 '깨알'들을 채집하는 1 day를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합니다.  


새로운 길을 걸을 때면 아무래도 '깨알'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입니다. 정말 다행인 건 아직까지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편의점을 가다가, 아이들하고 걷다가, 점심 먹고 밖을 돌다가 보면 그냥 보여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런 깨알들을 오늘도 나누어 봅니다. 




#1. 펜스와 꽃..

펜스에 예쁘게 붙여놓은 만년꽃을 보았습니다. 그 꽃들을 보면서 펜스의 삭막함을 날려주는 예쁜 디테일이라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감상과 별도로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년꽃이 잘 붙어있도록 붙여놓은 가이드라인을 보면서 혹,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잘 자라길 원하면서 알게 모르게 만년꽃 바로 옆의 두꺼운 가이드라인처럼 많은 간섭과 통제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깨알들을 보면서 웃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다른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길에 있는 '깨알'들이 은근히 철학적 메시지도 주고요. '깨알'들을 만날 때마다 은근 기대도 되기도 합니다. 


 


#2. 용도 변경..

길을 걷다가 자전거를 보면 길을 멈춥니다. 고급 로드사이클의 멋을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짐자전거, 아이들 자전거, 녹슨 자전거, 바퀴만 빠진 자전거, 안장을 빼간 자전거 등등 사연 많은 자전거 보는 것을 즐깁니다. 특히 제일 재밌어하는 자전거는 뒷자리 짐칸을 사용자 커스터마이징한 자전거입니다. 



사용한 재료가 특이하기도 하고요. 창작 수준의 주인 센스를 무시할 수가 없어서 눈여겨봅니다. 오토바이에 달아놓은 노랑오리를 포함한 다양한 장식을 즐겨주는 것과 같은 '의리'입니다. 



자전거의 경우 안장뒤에 우유박스(서울우유, 연세우유, 건국우유)를 제일 많이 매달고 다니십니다. 이제 그런 것들을 많이 보고 즐기다 보니 '하하하'하고 웃고 지나갑니다. 다만 특이한 우유박스를 보면 재밌어서 찍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정말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우유박스가 아니라 자세히 보니 냉장고 선반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깔끔하고 용도에 맞게 부착한 것이기도 합니다. 자전거 뒷자리 아이디어로는 오래간만에 색다른 것을 봐서 즐거웠습니다. '용도 변경'물건들만 모아서 '용도 변경 프로젝트'를 해볼까 싶습니다. 





#3. 직진..

차를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종종 지하주차장을 다니게 됩니다. 출차/입차에 대한 안내 화살표들을 따라야만 빠른 출차/입차를 하게 되어서 늘 미로게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진입과 동시에 차량 앞 노면에 빈자리로 안내해 주는 시스템이 간절해집니다. 가끔 백화점을 가다 보면 차량가운데로 수평계처럼 레이저를 쏴줘서 차가 진입로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가이드해 주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입니다. 



다시!! 지하주차장을 내려갔다가 출차를 하려고 하다가 재밌어서 찍었습니다. 

 


출차를 위한 안내 화살표가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길 따라서 쉬지 말고 쭈~욱 직진하시오. 그러면 탈출입니다. 멈추지 말고 직진하시오."라고 강조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길이의 화살표였습니다. 화살표를 따라서 힘차게 '부웅~"하고 멈추지 말고 '직진'하면 지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런 느낌으로 모든 상황 속에서 멈추지 말고 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지 싶습니다. 





#4. 저 길 끝에서..

어느 쇼핑몰 최고층이었습니다. 가야 할 곳을 찾아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맞닥뜨리게 된 광경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미래영화 한 장면같기도 했고요. 이제 지는 해가 마지막 열정을 내뿜으며 창문너머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겠지요. 그 열정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건물 속에 있는 덕분에 저는 '환희'와 '태양의 마지막 열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 모퉁이까지 걸어가면 뜨거운 마지막 열정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느꼈고요. 그 열정을 몸에 품고는 또 다른 에너지로 뭔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인천공항 다닐 때 야간근무 후 아침퇴근 시 게이트마다 내리쬐는 아침햇살의 영광을 느끼는 느낌이었습니다. 활주로 끝에서 타오르면서 서서히 올라가는 아침태양. 점점 붉어지면서 태양이 주기장 항공기 꼬리 위로 오르면서 진짜 아침을 열 때 그 느낌. 





#5. 쪼꼬미들.. (부제: 손톱 달팽이)

쇼핑몰의 진열대를 보면서 지나가다가 다시 되돌아가서 멈춰 섰습니다. 



모자와 함께 다양한 용품을 파는 샾인데 저의 눈에는 멋있는 용품과 제가 엄청 좋아하는 모자보다도 진열대 앞에 놓인 쪼꼬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상상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들은 지금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서있을 거야! 사람이 지나가고 불이 꺼지고 나면 이제 바닥에 앉아서 하루종일 윈도를 통해 보았던 것에 대해서 얘기 나누겠지. 다양한 인형들이니까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볼 것이니 대화내용이 상당히 풍성하겠네.' 


한때 브랜드 매장 지역담당자할 때가 생각납니다. 출장 가서 점주분들과 만나면 늘 "윈도를 깨끗이 닦아주시고, 윈도 앞에는 마네킹과 회사에서 제시한 코디 외에는 변경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 화분, 인형 치워주시고요."라면서 매번 했던 말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말했던 저는 지금! 윈도우안 제품 진열대에 놓인 '쪼꼬미'에 눈을 못 떼고 상상하고 있습니다. 


요 근래 잠시 요양차 들렸던 손톱만 한 달팽이들이 떠오릅니다. '달순과 8마리' 





'깨알'들을 마주할 때면 재미와 함께 희로애락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x눈에는 x만 보인다.'는 말처럼 제가 처한 상황 덕분인지 관련된 것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깨알'이라고 이름 붙이고 느낀 것과 상상한 것을 덧붙여서 발행하는 토요일이 저는 늘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가끔 재밌게 보았다고도 하시고, 어떻게 그런 걸 지나가다가 보셨냐면서 댓글 해주신 분들도 있으시고요. 정말 길거리에서 본 것을 통해 소통하는 작가님들이 생기고 알아봐 주시는 것이 제게는 큰 영광입니다. 이런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이거나 영감을 얻어 그리기 위해서 '깨알'을 찾아다니려고 했다면 지독한 스트레스가 될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길을 걷다 보면 우연히 만나게 되고 느낄 수 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거기다가 공짜이고요. 가끔 혹여나 가게명이 노출돼서 좋은 이미지로 도움이 되면 좋지만 도움 되지 못하고 불편을 끼칠까 봐 조심스럽게 얼른 찍기도 합니다. 

 


깨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면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글수정을 마치고 발행할 때면 감사로 마무리합니다. 이런 나름대로의 프로젝트를 44번째 이어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깨알 프로젝트'를 읽고 재밌게 즐겨주시는 모든 분들이 계시니까 이어가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소소한 줄거리로 갑자기 천만 영화감독이 된 어느 일반인'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 프로젝트 #44'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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