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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45

큰사람

길 위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매번 재미와 뭔가를 느낀다는 것은 참 매력있습니다. 

물론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학습과정의 논리를 배제하고 그냥 편하게 느끼고 즐기는 상황들이 재밌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평범한 일상과 공존한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작고 작은 것들로부터 느끼는 '깨알재미'를 오늘도 편안하게 전해보겠습니다. 


그동안 기획의도와 컨셉에 충실하게 지내는 일상에 지치셨다면 이런 '깨알재미'를 통해 잠깐의 사이다를 느끼시기를 기대해봅니다.  



#1. 화분..

길을 가다가 빌라앞 모퉁이에 놓인 '화분'을 보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화분'이라기보다는 '큐팩'이지요. 



큐팩의 색깔도 친환경적이지만 그 안에 자라는 식물덕분에 왠지 더 친환경적으로 느껴집니다. 지구가 덜 아파하도록 플라스틱 큐팩이 한번더 재사용된다는 취지에서도 참 재밌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무채색 도시에 생명력과 상상력을 더해주는 도시미술도 관심을 가지고 지내지만, 지구를 위해 재사용되는 재활용 영역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모습과 용도에 눈길이 가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초록색 큐팩 색깔'이라고 단언해봅니다.  




#2. 배려..

'배려'라고 말하고 '공감'이라고 재정의하고 싶습니다. 



잠시 피우는 담배타임이 때로는 그 자체로 즐거워서 아무렇지 않겠지만 어쩔때는 잠시 피우는 시간동안 다리가 아플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감안해서 의자까지 친절히 놓아준 건 아닐까요? 



잠시 앉아서 긴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고 휴식을 취하라고 한 건 아닐까?

날이 추워지면 엉덩이가 시릴테니 커버를 씌워준 건 아닐까?

의자 모서리에 옷이 걸려서 찢어져 봤기에 감싸준 것인가? 

혹여 담배 두대이상 피우시다보면 엉덩이가 배길까봐 염려한 것일까요? 



그런 재밌는 상상들을 하면서 골목을 지나간 날이었습니다. 




# 게조심..

사장님의 센스를 덧입힌 가게 문구는 지나치지말고 웃어줘야한다는 암묵적인 저만의 원칙이 있습니다.

'just do eat' 또는 오토바이의 인형들을 바라볼때처럼요. 

 


지나가다가 잠시 길을 멈추고 그 문구들을 보면서 웃었습니다. 언어유희를 통해 진짜 맛있는 간장게장이 흥행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장님의 염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간장게장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아내와 저는 간장, 양념게장 모두 좋아합니다. 서산에서 먹었던 게장맛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심할게 많은 세상..이제 '게조심'도 해야 하네요. 그렇게 웃고 지나갔습니다. 




#4. 무게감..

일부러 그렇게 두신 건가요? 

이것은 공격인가? 의지하는 것인가?

의도적인가? 우연인가? 



장난스런 질문을 던지면서 지나갔습니다. 버려진 오토바이 바퀴가 하필 가느다란 자전거에 기대어 있습니다. 요즘 오토바이 바퀴를 버려둔 것들이 종종 보입니다. 어떻게 거기까지 가져와서 버렸을까?라는 의문도 들 정도입니다. 매우 무거워보이는 바퀴가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 무게감을 누가 감당해야하는가? 우리 삶은 각자가 짊어진 무게만큼 감당해야하는데 저 바퀴의 무게감은 누가 감당해야하는건가? 진정 가느다란 자전거가 할 일인가?라면서 철학적 질문처럼 흉내내면서 지나갔습니다. 

 



#5. 여전한 방식..

'여전한'이란 말에 길을 잠시 멈추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여전한 방식'으로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린다는 말에 감동도 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향수를 느낄만한 '여전한 방식'으로 하고 있다는 말 자체만으로도 

그저 푸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주고 '여전한 방식'으로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점점 더 간절해지는 요즘인지도 모릅니다. 눈깜짝할새에 모든 것이 변합니다. 어느새 손때가 묻고 추억이 담긴 건물들이 사라지고 반듯하며 깔끔하게 정돈된 길과 건물들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구불거리는 길들은 사라지고 쭈욱 뻗은 길만이 새로 생기는 요즘, 가루로 빻은 약을 종이접기하듯 접어서 줄줄이 겹쳐서 봉투에 넣어주던 손길, 한약방에서 몸에 좋도록 조합해준 한약더미를 굴비처럼 엮어서 주면 집에 가져와서 지극정성으로 약탕기에 부채질하며 다려서 먹이던 그 손길들, 모든게 손수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이루어지던 그 옛날 감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은근히 샘솟는 시간이었습니다. 




길에서 만나는 '깨알'들이 '여전히' 재밌고 즐거워서 행복합니다. 



오늘은 길에서 본 '여전한 방식'이라는 말에 감동과 기대가 가득찬 시간이었습니다. 수작업이 대다수였던 시대와 반자동시대가 겹친 시대에 성장했고 완전 자동화, 감성을 반영하는 자동화로까지 변화중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시대 중심에 서 있는 저로써는 현재의 편리성에 반대하는 습득의 불편함을 느낄때마다 '수동의 맛'을 '향수'처럼 그리워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힘들때면 조금이라도 스쳤던 것들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면서 재미와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반들거리는 세상 속에서 살다보니 누르면 심이 '톡톡'나오는 샤프펜슬보다는 칼로 깎아서 구불거리는 곡이 남아있는 연필의 손맛이 아직은 인간적이라고 말하고 싶기도합니다. 



오늘도 '깨알'들을 통해 많이 느꼈고 그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45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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