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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2 #17

깨알 감사 초심

길을 걸으면 이제 제법 춥습니다. 그렇지만 길을 걷는 것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길을 걸을수록 배도 고파지고 생각도 정리되고 시간약속도 잘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가 올 때 걷고 있다 보면 생각지 못한 것들을 보게 되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늘 비가 와서 교복과 신발이 젖어서 짜증을 내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재밌는 것들을 보게 되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처음 올리는 '깨알'들을 통해 우리는 천재지변과 자연현상에 대해 일정 부분 보호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기도 하고요. 가정에서 아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부모의 역할도 아직은 잘 감당하고 있음에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찬찬히 나눠 보겠습니다.




#1. 길거리 깨알..


1. 비 피하는 방법..

제가 비를 피하기보다 비를 피하도록 도와주는 시설입니다.시설물 있는 곳만 하나도 안 젖은 것이 재밌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가 봤습니다. 버스를 타거나 횡단보도 걷기전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위해 주로 서 있었는데요. 멀리서 보니까 완전히 신기했습니다.



재앙을 피한 안전지대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요.

우리 삶에서도 늘 어려움과 고통은 피해 가는 '안전지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해봤습니다. 문득 어릴 때 카리스마 있던 스트리트패션 '안전지대(安全地帶)'도 생각났습니다.



2. 돌을 뚫는 능력..

길을 지나가다가 본 돌의 모퉁이가 특이해서 얼른 찍었습니다.


이것은 돌을 뚫고 나온 풀뿌리인가?

뚫린 돌에 자리 잡은 풀뿌리인가? 혼자서 상상하면서 웃었습니다.


단단한 돌도 한결같이 떨어지는 낙숫물에 결국 구멍이 생기는 것처럼, '풀뿌리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 구멍을 뚫었으니까 힘이 엄청나구먼~'이라면서 웃었습니다. 그러느라 지쳤나 봅니다. 이제 시들어가네요.



3. 빵이야.빵빵..

정직한 빵그림을 만났습니다.



아이들과 놀고 지친 몸을 달래면서 주차해놓은 차면서 본 간판이었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빵그림이 눈에는 금가루를 바른 빵처럼 엄청 대단해 보였습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뽀송뽀송함이 느껴지며 잡고 한 덩이씩 쭈우욱 찢어서 먹으면 부들거리는 식감에  행복감까지 몸 속에 쑤욱 들어올것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걸으니 상상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4. 정말 그런가요?..


고깃집 간판에 길을 멈춰 섰습니다.


인생은 정말 거기서 거기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 잠시 서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보다도 '고기'를 먹도록 권하는 것인데 저는 '인생'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거기가 맞다!'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태어나서 모두 유한적인 삶을 살다가 죽으니까요. 다만 그 시간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아내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던 길을 다시 걸었습니다.




#2. 마음의 감사 & 행복..

도로공사를 위해 아스팔트와 시멘트 포장구간을 굴착해서 쌓아놓은 것을 봤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는 감사를 떠올렸습니다. 수많은 상처들이 생기며 지내다 보니 성숙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또, 그런 시간들을 통해 상처받은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줄 알게 되어갑니다. 조금만 아파도 '나 속상해!' '나 몸이 아파!'라면서 투정 같은 불만만 내뱉던 저의 모습도 잠시 반성해 봤고요. 아파도 의연하게 참을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는 말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시간들을 살아내고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힘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자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3. 마음에 초심 더하기..

길을 여기저기 걷던 어느 날, 파란 하늘에 구름이 몽실거리면서 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가진 아이폰4로 얼른 찍어서 사진 속에 남겼습니다. 어떤 느낌이 들어서 그랬을까요?

결혼하면 화창한 봄날에 둥실 거리며 떠 있는 구름 모양을 구경하듯 평생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만 만들면서 변치 않은 사랑 하겠노라고 단언했던 신혼 때가 생각났습니다.



아내와 결혼을 하면서 '정말 평생 사랑하면서 존중하면서 살게요.'라면서 존중의 의미로 '항상 존댓말 하기'를하기로 했었습니다. 항상 존댓말 하기는 지키고 있지만 늘 의견이 다르다고 싸우고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아이 셋을 제왕절개로 출산하면서 매번 회복실에서 마취제가 풀리면서 아프고 춥고 힘들어서 덜덜 떠는 아내를 보면서 해줄게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했었습니다. '항상 존경할게요. 사랑해요. 수고했어요.'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던 때도 떠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싸울 때마다 '존경은 무슨. 아깝다. 아까워'라면서 미워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현실을 살아내고 힘겨운 상황을 견디면서 그만 마음바닥이 드러나는 말과 행동을 너무 많이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혼 때 가졌던 초심 - 존댓말 하며 존중하기, 항상 사랑하고 이해하기-를 잊지 않고 살면서 신혼때 했던 대로 파란 하늘 위의 하얗고 몽실몽실한 구름들 감상, 토도독 내리는 빗소리, 살랑살랑 소리 없이 내리는 눈에 낭만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도록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도록 노력하려고 다짐해 봅니다.


덧붙이기: 살다 보면 결혼기념일을 많이 까먹는다고 해서 결혼반지안쪽에 각인해 놓았더니 도움이 됩니다. 절대 안 까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사실 안 까먹을 수 있는 이유는 결혼기념일 다음날이 큰아들 생일입니다. 평생 까먹지 않을 수 있어서 신기합니다.




이렇게 길을 걸으면서 재미와 감동을 얻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걸을 수 있다는 것, 여전히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신혼 때 사용했던 아이폰4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들도 행복으로 와닿습니다.


늘 불평하고 짜증 내던 시간들이 후회가 됩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사랑할 이유, 감사할 이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보고 지냈다면 훨씬 더 풍성한 결혼생활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느꼈기에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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